‘한국의 록펠러’를 꿈꾸는 총각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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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록펠러’를 꿈꾸는 총각 CEO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2.03 0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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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영업부터 시작해 청년 기업가가 되기까지
▲ 23세의 ‘어린 나이’에 이레약초를 창업해서 지난 해 말 경영대상을 받을 정도로 안정된 기업으로 성장시키기까지는 이 대표의 깊은 신앙과 열정적 노력이 있었다. 기업가로 성공해 세상에 유익을 주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자기를 절제하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이 대표는 틈틈이 직원들과 함께 선행에도 앞장서서 봉사 대상도 받았다.

이레약초 이종언 대표

‘한국의 록펠러’를 꿈꾸는 총각 CEO가 있다. 이레약초 이종언 대표(사랑의교회 출석)다. 그 근사한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기쁨을 최근 누렸다. 지난해 말, 상복이 터진 것이다. ‘2015년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에서 사회봉사공로 대상을 받았다. 그동안 독거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베푼 사랑이 알려진 까닭이다. 부천신문에서 주는 최고기업경영대상도 탔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영하 이십도 가까운 추위에 시음행사를 하러 다니며, 자금을 아끼려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청약저축 통장을 네 번이나 깼던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한국 약초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울 만큼 기반이 다져졌다. 그가 “기업가로 성공해 세상에 유익을 주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건, 친구의 병상에서였다.

 

죽음 앞에서 꿈을 꾸다
“군대 생활할 때에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친구 문병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 어머니도 대장암으로 세상을 일찍 떠나셨거든요. 호스로 연결해서 대변을 빼내며 투병하는 친구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순간 섬광처럼 스쳐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인생은 짧구나, 하루하루가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날이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반드시 이뤄야겠구나,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할 만큼 어렵게 사는 이들을 도우며 살자, 록펠러 같은 사람이 되자. 이때 록펠러처럼 재단을 만들어 사후에도 유익한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꿈이 영글어졌다.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했다. 제대하자마자 스카웃 받았던 요리사 자리를 거절했다. 당시 22세 청년에게 꽤 괜찮은 대우였는데, 당장 이익보다는 미래를 생각하자는 맘이 들었다. 230만원 월급을 뿌리치고 50만원 월급의 녹즙배달 영업을 뛰었다. 여기까진 멋졌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일주일 만에, 할당된 고객 50명이 30명으로 줄었고, 월급도 반 토막이 났다.

“점장님이 저를 쫓아내려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때 접으려고 했는데요, 여기서 접으면, 사업도 접어야 하고, 그러면 꿈도 접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시작했죠. 계속 갔던 곳에 또 가고, 인사하고, 꾸준히 무료 시음도 제공하고 그랬죠.”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첫 영업 결과가 나왔다. 잘해서라기보다는, 아들같이 봐주셨던 한 아주머니가 녹즙을 시켜주셨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그때 깨달았다. 영업은 기간이구나! 일주일, 이주일, 포기하지 말고 버티면 분명히 성과는 나온다. 영업은 감동이구나! 제품도 좋아야하지만 부지런한 모습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

최연소 녹즙팀장을 맡은 그는 여기 안주하지 않았다. 새벽에 시작한 녹즙배달이 점심 때 끝나면 탈 인형을 쓰고 전단지를 돌렸고, 저녁에는 와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쓰리 잡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트럭을 샀다. 과일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매출 좋게 하는 건 다른 비결 없어요. 남들보다 일찍 일 나가서 남들보다 늦게 들어오는 겁니다. 대개 9시 넘어서 나가는데, 저는 새벽에 나가 공원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에게 과일을 팔았고, 낮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저녁에는 지하철이나 시장 입구에서 장사를 했어요. 그때 한 달에 5~6백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 모든 돈으로 지금의 이레약초를 시작한 겁니다.”

 

▲ 봉사활동 중인 이종언 대표(왼쪽).

청년기업 성공의 관건은
그때 나이 23세 후반이었다. 그동안의 영업경험으로 쌓은 노하우가 있었다. ‘사업은 멤버십’이라는 것. 회원수 전쟁이다. 얼마나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과일은 대개 가까운 곳에서 사려 하기 때문에 마니아층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약초.

“왜 약초를 사려면 꼭 제기동 경동시장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장에서 파는 약초는 흙도 묻어 비위생적이고, 또 양도 많은 양을 사야만 하거든요. 소비자는 먹어보고 사고 싶은 거죠. 좋은 약초를 찾아 일차 세척을 통해 깨끗이 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포장을 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사먹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기업은 경영대상을 받을 정도로 안정된 단계로 접어들었다. 최근 그의 목표는 ‘건강 환’으로 외국의 오메가 쓰리나 비타민제와 세계 시장에서 겨루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 식품 환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좋은 원료를 분쇄하여 건강 환 제품으로 만들어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고 소화도 잘되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기업들이 대개 2~3년이면 문을 닫습니다. 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고요, 또 하나는 시장을 치고 올라가는 마케팅과 경쟁력, 영업력이 약해서 그렇습니다.”

원활한 자금 마련을 위해, 이 대표는 그동안 자기 월급을 가져가지 않았다. 1년 전부터서야 자기 월급을 받았는데, 그나마도 95만원이다. 직원들이 대표 월급을 알면 깜짝 놀란다. 나머지는 회사에 재투자한다. 물론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월급을 가져간다. 회사가 커지면 언젠가 그의 몫도 커지리라 믿는다.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는 과일장사할 때부터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른 나이에 시작했는데 이만큼 복을 받은 것 같고요, 물질적 유혹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십일조를 하면서, 제가 버는 돈이 제 돈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돈이라는 마음을 갖게 됐거든요. 그 돈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위해 쓰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직원들과 함께 한 이 대표

십일조로 유혹을 이긴다
지난 해 십일조가 몇 달 밀린 적이 있었다. 너무 바쁘다 보니 한두 달 십일조 계산이 게을러진 것이 원인이었다. 8개월 정도 밀렸을 때에, 하나님께서 ‘신호’를 보내셨다. 메르스 한파로 매출이 떨어지고, 직원이 감축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이 생겼다. 이유를 찾았다. 십일조였다. 작년 11월, 밀렸던 십일조를 다 드렸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십일조 생활을 철저히 시작했다.

“그 연말에 제가 상을 두 개나 탔잖아요. 좋은 일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직원도 꼭 제가 원하는 직원이 들어왔고요. 올해 1월에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아직 총각에다 불과 나이 서른둘인데, 청년 CEO 이종언에게 왜 이런 저런 유혹이 없겠는가. 매일 아침마다 기도로 이겨내며 록펠러의 꿈을 따라가고 있다. 힘들 때면 떠올리는 ‘그 시절’이 있다. 처음 이레약초를 세우고 혼자 동분서주하며 영업을 뛸 때다. 파주의 한 농협 앞 공터에서 영하 이십도 가까운 추위 가운데 매대를 펼쳐놓고 시음 영업을 했다.

내복을 몇 겹 입었지만 발부터 꽁꽁 얼어왔다. 약초 물을 따르면 순간 얼어붙었다. 워낙 추우니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제 또래 남자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행복하게 쇼핑 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도 쩍 얼어붙었다. 그들이 부러웠다. 제 신세가 초라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몇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빵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 우유 값도 아까워 생목으로 빵을 꾸역꾸역 넘길 때는 눈시울도 메였다.

“그때 이겨내길 잘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청약저축을 네 번 깼어요. 부모님께서 제게 결혼할 때 집을 사야 하니까 꼭 들라고 하셨는데, 직원 월급이 부족할 때마다 안 깰 수가 없잖아요. 네 번째 깰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제 자신에게 편지를 썼어요. 앞으로 깨지 않을 만큼 더 열심히 뛰자고요. 지금 다섯 번째 들고 있는데요, 잘 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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