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횡포 속 교회들 흩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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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횡포 속 교회들 흩어지고 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2.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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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방식 강제수용 여전…작은교회들 속수무책

보상금과 종교용지 분양가 격차 지나치게 커

강제수용 근거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안 국회 계류

개발초기 단계 선제적 대응, 공동노력 필요

▲ 지난 28일 한국교회 재개발지역 문제 공대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지역 한 목회자가 재개발 과정에서 당한 억울함을 이야기하며 한국교회 전체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논리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의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970~80년대 수많은 도시 빈민들이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던 현상이 21세기를 보내고 있는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연합 회의실에서는 111년 된 도농교회와 54년 된 가운교회, 26년 된 경성교회가 경기도시공사가 시행 중인 남양주 다산지구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경성교회 이정근 담임목사는 “경기도시공사는 2013년 1월 28일 도농교회, 경성교회와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자신들의 사업일정에 맞춰 일방적으로 재결을 신청했다”면서 “긴 세월 마을공동체의 핵심으로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온 교회를 허물고, 헐값에 강제 수용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특히 경기도시공사는 소유자 입회 하에 감정평가를 완료했다는 공문을 중앙토지위원회에 보내 수용재결을 받은 것은 불법이며, 이는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시공사가 2월 중 법원에 공탁금을 내게 되면 등기권리가 공사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다. 이렇게 될 경우 교회를 철거하는 강제집행이 진행될 수 있다.

2010년 이후 재개발 갈등 속에 상당수 교인들은 떠나간 마당에, 지역교회들은 이주대책도 없이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토지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구 내에 같은 규모의 교회를 다시 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교회를 임대하거나 외곽의 저렴한 부지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이들 지역교회의 주장에 대해 경기도시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2013~2014년 여러 차례 방문면담 및 민원요구사항 검토회신을 발송했고, 2015년에도 경기도 주관 간담회, 교회별 전담협의체를 구성해 추가협의 등의 노력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교회가 요구하는 존치는 ‘택지개발촉진법’ 상 관련 규정에 의해 부적법하며, 대토는 이주대책 일환으로 성실협의 양도시 종교용지를 조성원가로 수의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사례로 경기도 하남 미사 보금자리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도 180년 된 가톨릭 성당이 철거 위기를 맞고 있다. 이곳 역시 천주교측은 존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철거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성당 역시 재개발 과정에서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성당 일부 부지는 재개발 전에 유적지로 등록해 둬 존치될 수 있게 됐다. 공사측은 현재 철거가 확정된 가운데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용지 불하받아도 ‘그림의 떡’

문제는 종교 공동체, 특히 교회의 경우 종교용지를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현재 사용해온 토지만큼의 부지를 불하받았을 때 드는 조성원가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교회들이 결국 계약해지를 당한 채 쫓겨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종교용지대책연합회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도시 근교의 농어촌지역에 건설된 약 750개 지구 택지개발 및 신도시에서 수천개의 교회들이 강제 수용돼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평당 수십만에 불과한 보상금과 평당 500~900만원의 종교용지 분양대금의 격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밝힌 사례자료에 따르면, 파주 운정신도시 사랑샘교회의 경우 4억원 정도를 보상받았지만 18억이나 되는 대지료를 지불하지 못해 해약위기에 처해 있으며, 교하순복음교회는 대지 30억원을 지불할 수 없어 계약금 3억을 지불하고도 해약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별내지구에서도 광암교회는 중도금 20억원 감당하지 못해 계약금만 떼였고 이런 교회들도 여러 곳이며, 김포지구의 경우는 16개나 되는 교회가 해약됐다고 공개했다.

연합회 박창호 대표는 “국민의 안전을 해하는 강제적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기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이 잘못돼 폐기하기로 했다면, 법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종교법인들을 구제하는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자부리 면제 등을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는 2014년 9.1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공공택지 공급과잉과 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이 도시지역 중소규모 수용자 맞춤형으로 변화하는 등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필요성이 높다”면서 현재도 법 폐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대로 재개발 관련 법률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다.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되는 교회는 일반사업자보다 감정평가 단계에서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해, 일반사업자보다 재분양 시 감당해야 할 부담금이 더 크기도 하다.

일반 주민이 재분양가의 70% 수준을 부담해야 한다면 교회는 100%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2009년 120%에서 줄어든 것이다.

한때 상하수도, 전기시설 등과 같은 기반시설 부담금까지, 심지어 금융비용까지 조성원가에 반영돼 교회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임대교회들은 원래 받아야 하는 보증금 이외에는 이주비용이 고작이다.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한국교회언론회가 최근 구성한 ‘한국교회 재개발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권력의 이름으로 교회의 정당한 권리를 묵살하거나 강제수용해서는 안 되며, 헌법이 명시한 종교자유와 이에 근거한 종교단체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공익기관인 교회를 무조건 강제수용하려는 폭거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익을 앞세워 지나치게 개개인과 단체의 권리를 무시하는 현행 재개발 사업 논리에 변화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아울러 교회들도 사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 노력과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대응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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