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교회는 농촌교회에 큰 빚이 있습니다”

미래목회포럼, 강원도 속초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 동행기 이인창 기자l승인2016.01.27 18:25:01l수정2016.01.27 19:03l1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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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목회포럼 이상대 대표를 비롯한 도시교회 목회자들이 강원도 속초 대포교회에 들어서고 있다. 고령화와 젊은 층의 이주로 지역교회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미래목회포럼은 지역교회 목회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버스로 3시간을 달려왔다.

이상기후 한파와 폭설이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 21일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은 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푸근함이 감돌았다. 속초시에 들어오는 관문 중 한 곳인 대포항의 한겨울 칼바람은 매서웠지만, 항구가 주는 아늑함 때문인지 그리 춥게 느껴지진 않았다. 옷섶을 여미지 않고도 걸을 만 했다. 방파제를 따라 멀리 보이는 등대를 목표로 걸을 때는 강하게 몰아치는 파도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힘찬 동작을 자랑한다.

1,7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대포항에는 현재 종합관광어항 단지가 개발되고 있었다. 리조트 건설도 한창이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어쩌면 주된 관광효과는 그들의 것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인다.

대포항의 많은 주민들은 고기잡이 외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 동해에서 잡힌 싱싱한 고급 생선들이 횟감으로 팔리고 있고, 건어물도 많다. 그러나 상업에 종사하는 상당수 주민들은 노인들이다. 생업에 바빠 일상을 돌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주일에 장사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종교생활을 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한 단명의 영혼이라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려고 애쓰는 교회가 있고, 사역자들이 있다.

소망을 잃지 않고 있는 ‘고향 교회’
대포항구에서 조금 나와 대로변 인근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대포교회. 지난 22일 관광버스를 대절해 3시간 넘도록 달려온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상대 목사(서광교회)와 집행위원장 서길원 목사(상계교회) 등 미래목회포럼 대표단이 이곳 대포교회를 방문했다.

찻길에서 내려 마을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자 이내 나타난 대포교회는 조그마한 앞마당이 있었다. 예배당과 교육관이 ‘ㄱ’자 형태를 갖춘 독특한 구조, 예전 학교 교사로 쓰였다는 설명 때문에 모양새가 이해됐다. 시간이 꽤 흐른 외관 때문에 오래된 느낌이 있었지만, 손이 많이 갈 텐데도 정성껏 가꾸어진 흔적이 구석구석 보였다. 대포항이 아주 시골은 아니지만, 고향교회의 정취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단이 멀리 속초까지 온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농어촌 작은교회, 고향교회 방문하기’ 캠페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농어촌교회 현장을 찾아 사역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지난달 미래목회포럼 대표로 선출된 이상대 목사가 취임하면서, 처음 기획된 자리라는 점에서도 더 의미 있다.

▲ 미래목회포럼 이상대 목사 "도시교회는 커가지만 피폐해가는 농촌교회들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 설과 추석 명절만이라고 시골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포교회 예배당 입구의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느 고향 교회에서처럼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신발장에는 슬리퍼들이 제짝을 잘 찾아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습관적으로 주보를 집어 들었다. A4 한 장을 반으로 접은 주보는 도시 큰 교회에서 느끼기 어려운 애잔함이 묻어 있다.

주보에는 13명의 전도대상자 이름이 적혀 있는 가운데 “올해 꼭 10명 이상 기도하며 전도합시다(한주 한 번 이상 전도). 이달의 전도용품(커플티슈)입니다.”, “다음 주 찬양예배 후 노방전도 합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대포교회는 여전히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양육한 젊은이들 떠날 때 힘이 쭉 빠져”
이날 미래목회포럼 대표단과 지역교회 목회자들은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서로 반갑게 악수하고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분들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예배당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눈길은 강대상 뒤편에서 멈춘다. 방석이 깔려있고, 자그마한 기도상 위에는 성경책과 시계, 스탠드,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보인다. 새벽녘 추위에 대비한 전기난로도 있다.

이곳에서 대포교회 이종근 담임목사가 새벽마다 기도하고 있을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가 떠나온 고향 교회 목사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얼마나 울었을까.

▲ 대포교회 강대상 뒷 모습. 이곳에서 담임 이종근 목사는 눈물로 기도하며 목회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목회포럼 이효상 사무총장의 사회로 간담회가 시작됐다. 간담회에는 이종근 목사 외에도 인근 양양군에서 목회하는 서면교회 박성원 목사, 속초시내에 위치한 금호중앙교회 문태현 목사 등 지역목회자들이 참석했다.

목회자들은 기존 교인들은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 노인들이고, 젊은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어 맥이 빠진다고 한목소리다. 목회자들은 젊은 교인들이 떠날 때 이해하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입는 듯 했다.

서울에서 내려와 2006년에 개척한 문태현 목사는 “아이들을 전도하고 양육해 놓으면, 직장과 학교를 찾아 떠나버리곤 할 때마다 힘이 빠집니다. 같이 전도하고 봉사하기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립을 하는 교회들은 사정이 낫지만, 작은 교회들은 고령화 때문에 더 여력이 없어요”라며 사정을 이야기 한다.

박성원 목사는 “교인이 4명일 때 부임해 현재는 10명 정도가 꾸준히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가까워 그래도 매주 지역에 온 관광객들이 예배에 참석하곤 해 힘이 됩니다. 여름에는 30여명이 예배드릴 때도 있고요. 내년에는 교인 수 15명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목회자들이 현실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전도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 이종근 목사는 “1년에 4~5명 교인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부모들이 장사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아이들을 돕는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합니다. 작년에는 상계교회에서 솜사탕 기계를 지원해 주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라며 사역을 소개했다. 이들 교회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교회들이 함께 각 지역을 돌며 전도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 목회자들은 도시교회에 그저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때론 교회의 전도팀을 보내주고, 전도물품을 보내주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며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 미래목회포럼 이상대 목사 "도시교회는 커가지만 피폐해가는 농촌교회들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 설과 추석 명절만이라고 시골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명절만이라도 고향교회에 은혜 갚읍시다”
농어촌교회 목회자들,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는 표현할 길 없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상대 목사는 “농촌에서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도시교회는 불로소득으로 많은 교인들을 받았고 부흥 성장했습니다. 도시교회는 농촌교회에 빚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면서 “도시교회는 커가지만 피폐해가는 농촌교회들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 설과 추석 명절만이라고 시골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역 목회자들에게 설명했다.

도시교회들이 한 주간 교인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재정적인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감내해야 하고, 그것이 목회 현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에 공감을 갖고 현재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가 지난 10년 동안 1천여 개로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캠페인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변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서길원 목사는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입니다. 도시와 농촌교회가 서로를 중보하면서 형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 교인들에게는 고향 교회에 헌금도 두둑하게 하고, 반드시 고향교회 목회자들에게 작더라도 선물을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이런 것이 계기가 돼 직거래 판매와 같은 농어촌을 살리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람을 전했다.

실제 지역교회 목회자들도 고향 교회를 찾는 교인들로 인해 큰 힘이 된다고 이날 간담회에서 전했다.

이종근 목사는 “언젠가 한 성도가 새벽에 찾아와서 함께 예배에 참석하고는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고 하는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된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드링크를 두고 가신 다른 교인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주었죠”라고 기억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 후 도시교회 목회자들과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은 손을 맞잡고, 서로의 교회와 교인들, 목회사역을 위해 뜨겁게 중보했다.

▲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 겨울바다와 어촌풍경이 잘 어울린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곳 역시 인구고령화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함께하는 손길이 필요하다.

기도를 마친 후에는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갔다. 다시 상가방향으로 걷는 동안 동해바다와 대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종근 목사는 식당 사장님이 전도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는 분이라고 뀌띔한다. 이상대 목사가 목회자들을 대접하기 위한 식사 자리에서는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를 격의 없는 대화 속에 이어갔다. 

현장방문을 마친 미래목회포럼은 제11차 고향 교회, 농어촌교회 방문 캠페인을 ‘따뜻한 격려로 건강한 한국교회의 미래를 만듭니다’를 주제로 오는 2월 5~10일까지 전개한다. 고향에 가서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고, 동해에서 부는 바람처럼 힘차게 고향 교회에 힘을 불어넣는 성도가 되는 것은 어떨까. 속초=이인창 기자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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