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아랑곳 않아요. 서울 구경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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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아랑곳 않아요. 서울 구경 재미납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1.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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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교회-한기장복지재단 함께 33명 아동위한 프로그램 마련

올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서울 나들이에 나선 농어촌 지역 아동들의 들뜬 마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내 청계천과 광화문을 직접 둘러보고, 남산에 올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연방 휴대폰 카메라를 눌러대는 아이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 겁이나 아래를 곁눈질하는 꼬마 숙녀들이 참 예쁘다.

열림교회(담임:나핵집 목사)와 한기장 복지재단이 6년째 추진하고 있는 서울 나들이 캠프에 함께하고 있는 지역교회 아동들이다.

지난 18~20일 진행된 올해 캠프에는 기장총회 산하 지역교회 중 여성교역자들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아이들이 초청됐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미자립 교회들로, 특히 여성교역자들의 사역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됐다.

올해 초청지역은 전남 진도, 함평, 충북 청주, 광주, 제주로, 33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10여명의 인솔자들이 참여했다.

특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숙소인 남양주 마석기도원과 가까운 천마산 스키장에 아이들을 초청한 것. 첫날보다 더 춥다는 예보에 열림교회에서 선물한 파카를 꼭꼭 여몄다. 스키장도, 스키를 배우는 것도 처음인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롯데월드를 방문해 놀이시설을 타며 신나게 보내고, 대형 아쿠아리움도 둘러봤다. 그래도 한번쯤 와보았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느새 한껏 커져 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광주 발산교회에서 온 초등학교 4학년 심지윤 양은 가는 곳마다 한 살 아래 동생 지민이의 손을 꼭잡고 이동한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재잘거리며 현대식 건물들은 놔두고 63빌딩부터 찾는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서울 풍경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신기한 곳이 된다.

“광화문에서 세종대왕 동상도 보고, 측우기 같은 발명품들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평소에는 동생하고 자주 다투기도 했는데, 여기에 와서는 더 친해졌어요. 집에 가서 엄마 아빠에게 모두 이야기해줄 거예요.”

청주에서 온 중학교 2학년 정종일 군은 말없이 이동하면서도 꼼꼼하게 둘러본다. 청계천 벽에 기록된 역사 내용을 기억에 담아 저녁에 숙소에서 하는 퀴즈대회에서 문제를 맞춰보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제일 재밌냐고 질문하자 큰 덩치를 가진 이 친구의 얼굴에 엷은 미소만 번진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여교역자들도 교회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보람이 크다. 모처럼만의 휴가 같은 기분은 덤이다.

5년 전 서울에서 제주성내교회 부교역자로 내려갔다가 제주시 구시가에서 예안교회를 담임하게 된 김원순 목사는 아이들에게 육지 구경을 시켜주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본인 사역에도 활력소가 되는 듯하다.

“제주도에서 목회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3년째 담임목회를 하면서 나아졌지만, 지역 공동체 안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번 여행에는 3주 전에 교회에 출석하게 된 분의 아이도 데리고 올 수 있어서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진도의 팽목항 인근의 임회면에서 사역하고 있는 죽림교회 여덕순 전도사는 또 다른 바람을 전했다.

특별히 광화문 광장에 꾸려져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공간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의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5년 전 다섯 살 때 진도에 데려갔던 아들 김환희 군과 서울에서 함께해 더욱 좋다.

도시 내 광주 발산교회와 청주 신송교회는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 나오는 아이들을 초대했다.

발산교회 김연심 목사는 “도시에 있다고 해서 어디에 견학을 가고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이렇게 한기장 복지재단과 열림교회가 기회를 만들어주어서 수월하게 우리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할 수 있었습니다”며 감사를 전했다.

캠프 프로그램 기간 아이들은 저녁에는 이번 행사를 후원한 열림교회에서 마련한 특별한 음악회를 듣기도 하고, 나들이 기간 느낌을 발표하고 게임을 하면서 한없이 재밌는 추억을 쌓았다.

이렇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한기장 복지재단과 열림교회 교인들,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고 6년째 매번 2천여만원을 후원해준 한 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일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여성교역자들과 아이들은 KTX 열차편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의 마음에 심긴 서울 나들이의 추억이 앞으로 삶 속에서 열매로 맺히길 기대한다. 그리면 이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나들이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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