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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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1.1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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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불모지에서 일어나는 ‘기적’들

이재일 조순희 선교사 부부

아프리카 S국에서 19년째 복음을 전하는 이재일, 조순희 선교사 부부는 선교 현장에서 기적 같은 일들을 목도했다. 그건 마치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는’ 것과 같은 일들이었다. 복음의 불모지에, 뜻밖의 복음이 전파될 때에 터져 나올 수 있는, 역설적인 간증들이었다. 

기적은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이다. 2년 전에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에 우연찮게 조순희 선교사는 몸에 중병이 있음을 발견했다.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겨, 치료 때문에 더 이상 열악한 현지에서 선교활동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복음의 장벽에 막 문이 생기고, 무슬림 지역에 ‘성경학교’가 세워지고 있었던 때였다. 그건 전혀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일들이었다. 복음을 전한 지, 눈물과 땀으로 지낸 지 십수년 만의 일이었다. 1998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선교지로 떠난 이래 불편함을 참고, 억울함을 삭히고, 두려움을 견딘 세월의 대가였다.

 

억울함을 견디는 훈련
“저희가 GMP(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회)에서 훈련받고 들어간 곳이 한국 선교사로는 처음인 지역이었습니다. 영어가 아니라 불어를 쓰는 곳이고, 종족언어를 배워야 선교가 제대로 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선택의 폭이 좁았던 곳이었죠. 게다가 무슬림이 강한 지역이고 자녀 교육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니까요. 그때 아이들이 2살, 그리고 4개월 되었을 때였는데, 30대 초반의 열정만 가지고 갔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았다. 처음 이들 부부를 괴롭힌 건 ‘억울함’이었다. 그곳은 낙후된 종족마을이었기 때문에 살만한 집이 없었다. 간신히 구한 집은 형편없었다. 일주일 동안 코피 쏟아가며 집수리를 마쳤을 때에,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 자기가 집 주인이고 아들과 한 계약은 무효라며 생떼를 썼다. 결국 억울하게 돈을 더 내줘야 했다. 

“이런 비슷한 일들을 계속 겪으면서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이들을 받아줘야 하나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사탄의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화내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마음에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참았습니다.”

초보 선교사 부부에게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50도의 열기 속에 냉장고는 무용지물이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도꼭지는 있었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갈라진 벽을 고치면 금세 그 옆이 갈라졌다. 어느 날 밤, 조순희 선교사는 망연자실하게 의자에 앉아 벽틈 사이로 들어온 개구리가 벌레를 잡아먹는 걸보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환경이 너무 열악했지만 남편도 힘들 것 같아서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가 그날 밤 너무 서러워 울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울면서 기도하고 있는데 속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주체할 수 없었어요. 방언이었어요. 청년 때부터 그렇게 방언을 사모했는데 안주셨거든요. 그런데 그날 밤에 방언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찬양방언도 하고 싶었는데 막 나오는 거예요. 아, 하나님께서 나를 지금 보고 계시는구나, 나를 위로하고 계시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그쳐지더라고요.”

 

▲ 무슬림 지역인 해당 선교지에 첫 한국인 선교사로 찾아가 복음을 전하며 많은 하나님의 섭리와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이재일 조순희 선교사 부부. 잠시만 선교지를 떠나 한국에 와있어도 현지에선 언제 선교사님이 돌아오느냐고 성화를 부린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 조순희 선교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쉬지 못하고 지금도 사역을 함께 하고 있다.

배를 빼앗긴 것도 섭리
선교사들의 도움에 익숙해진 현지인들은 물질적 도움으로는 속마음을 열지 않았다. 종족언어를 정확히 배워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 정성을 들였다. 정이 많은 민족이라 쉽게 교제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친분으로 복음을 일대일로 전할 ‘복음방’을 만들었다. 

“사람들 눈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때는 모래밭에서, 어떤 때는 옥상에서 제자훈련을 했어요. 어떤 마을에 들어가서는 방을 하나 얻어 문을 다 닫고 성경공부를 했죠. 밤에 전기가 없어 가스 불을 붙이면 40도가 넘는 더위는 더욱 뜨겁게 되죠. 나중엔 모두 웃통을 벗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말씀을 나누게 됩니다.”

8년 여 만에 4명에게 첫 세례를 주었다. 무슬림 사회에서 기독교인으로 개종한다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세례 받기 전 다시 20분 동안 간증을 듣고 확답을 받는 과정을 거쳐 엄격하게 세례를 주었다. 나중엔 주는 자나 받는 자나 모두 울고 있었다. 땀과 눈물이 범벅된, 잊을 수 없는 첫 세례식이었다. 

“지역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물 따라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강을 두고 두 나라가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강줄기를 따라가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효과가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처음엔 리서치하려고 함께 배를 타고 갔습니다. 첫날밤이 되자 우린 노숙을 했죠. 우리 쪽 지역은 늪이고, 강 건너 나라 지역은 모래밭이라서, 우린 건너가 모래밭에서 잠을 잤어요. 강도 있고 모래밭도 있고 해서, 무슨 캠핑 온 기분이었죠. 빨래도 하고요. 그때까진 마냥 재밌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니, 총부리가 보였다. 무장한 군인들이었다. 바로 곁에 해군기지가 있었다. 해군기지로 연행된 이들은 다시 경찰서로 인계되어 심문을 받았다. 무슬림 국가에 금지된 술이나 마약을 반입하려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 나중에 풀려났지만 배를 압류 당하고 1년 반 동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기막힌 하나님의 섭리였다.

“배를 찾으러 그 나라에 들락날락하면서 오히려 친해졌어요. 그 나라의 유력한 분들과 관계를 맺게 됐고, 또 국경의 군인들과도 잘 알게 되고, 그래서 선교사는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그곳을 저희가 맘대로 들어가게 된 겁니다. 그 나라 NGO 단체와 연결이 되고요. 체류증도 받고, 나중엔 배도 찾았어요. 한국과 미국의 우물 프로젝트, 온누리교회 의료팀도 그곳에 소개시켜주고요. 나중에 보니 배를 빼앗긴 게 오히려 잘된 겁니다. 놀랍죠.”

▲ 성경공부를 지도하고 있는 이재일 선교사와 아이들.

놀랍게 시작된 성경학교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어느 날 한 원주민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지역에 한 중풍을 앓는 여자가 있는데 와서 봐달라는 것이었다. 길도 없는 곳을 겨우 찾아갔더니 지린내가 절은 방안에 한 여자가 누워있었다.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는 그녀는 6년 동안 햇볕을 못 봐서인지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귀에 대고 기도를 해주고 비타민과 철분을 두고 나왔다.

“자꾸 그 여자가 신경 쓰여서 나중에 다시 찾아갔죠. 그때 마을 사람들이 제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자기 마을에 병원과 학교가 없어서 어려움이 많으니 저보고 정기적으로 와서 도와달라구요. 처음엔 그런 일을 해보지 않아서 거절했는데, 기도 가운데 마음을 고쳐먹었죠.”

다시 찾아간 그는 100% 무슬림 마을인 그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밝혔다. “나는 선교사요, 목사다.”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선교사가 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은 눈만 꿈뻑꿈뻑거렸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이사양코베’다. 예수 믿는 사람이다.” 

비로소 그중 한사람이 알아먹고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재차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한 달에 한번 의료치료를 하고 학교를 세워 가르쳐주겠다. 그 대신 성경을 함께 가르친다.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

한 달 후에 연락이 왔다.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서울에서 우물을 파라고 보내준 선교헌금으로 학교를 세웠다. 무슬림 지역에 ‘미션스쿨’의 기초를 세우던 날, 선교사를 그 마을로 인도했던 중풍 걸린 그 여자가 세상을 떠났다. 

“온 몸에 전율이 오더라고요. 6년 동안 누워있던 그 여자를 통해 성경말씀을 전할 학교를 세우도록 하나님이 인도하신 겁니다. 지금 그 학교에서 불어와 산수, 그리고 성경을 가르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와서 배웁니다. 너무들 좋아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막 일어나고 있으니, 제 아내가 심장병이 있지만 어떻게 쉴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기대할 뿐입니다.”

선교사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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