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패러다임의 기독교수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피조 세계와 그 법칙의 실재에 관한 학문적 작업의 참고점을 말한다면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 그 분이 만드신 피조 세계, 그것을 관리하고 다스리도록 위임받은 사람이다(창1:26).

하나님에 관해서는 성경과 관련하여 살펴보았고, 피조세계의 객관적 측면은 세계관과 구분되는 세계상 개념을 통해 언급되었다. 나머지 다른 하나의 참고점은 기독 교수다. 기독 교수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세계상을 바라봄으로서 산출되는 기독교 학문의 주체자이다.

하나님은 통전적인 분이시다. 하나님께는 모든 피조물에 대한 통전적 관점이 있다. 비록 죄로 인하여 왜곡되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에게도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모든 다양한 양상을 포함하는 집중점을 창조하셨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학문적으로는 세계관과 패러다임이 작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인간은 일원적인 존재(unitary being)이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과 지성이 인간의 신앙 또는 그의 종교적 관점들로부터 분리되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학문에 있어 희랍적 이원론과 스콜라적 분리를 거부한다.

그런데 기독 교수에게 있어 성경적 패러다임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타락 전 아담의 지식 체계는 어떠했을까? 아담은 하나님의 축소물로 하나님 앞에 섰으므로 그의 지식 체계도 하나님의 지식 체계의 반사여서 두 체계가 서로 상응하였다.

그는 하나님께서 아시는 대로 사물을 알았고, 하나님이 생각하시는 것을 그도 따라서 생각하였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물들을 어떻게 이름짓나 보시려고 아담에게로 이끌어 이르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일컫는 바가 곧 그 이름이 되었다(창2:19).

아담의 지식은 언제든지 하나님의 지식 체계를 전제하였다. 그리하여 아담의 지식 체계는 하나님 지식 체계의 재생산이었다. 그런데 아담이 지식을 획득한 방식은 추리적 방식이 아니라 지성의 최고 활동 단계라고 할 직관이었다.

거듭난 이성은 개별 지식에 대한 산출적 기능을 가지는 것은 아니나 성경에 대한 인식적 기능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기독 교수에게 있어 패러다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성경적 패러다임은 기독교 학문을 가능케 하는 분명한 학문적 도구가 되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중추에 기독 교수들이 서 있다.

VII. 결 론 및 제언
우리 사회에 있어 학문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학문적 결과는 우리 사회의 문화 전반을 주도하고 있으며 시대가 갈수록 삶의 각 영역에 나타나는 학문의 영향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세속화된 인본주의적 교육에 맡겨 놓을 때 나타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이 땅 위에 참된 기독교 진리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신으로 설립된 많은 기독교 대학들이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세속화되었으며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독교 대학 세속화의 주된 원인은 일반 세속 학문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인본주의적 교육 철학을 극복하지 못한데 있고 아울러 기독교 학문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독교 학문의 공백은 설립 이념의 공백을 초래하게 되며 결국 세속화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이 그 설립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수행하고 있는 채플과 교양 수준의 기독교 과목은 기독교 대학 설립 이념구현의 한쪽 날개에 불과하다. 기독교 영성에만 치우쳐 있는 설립이념 구현의 방편들은 재고되어야 하며 기독교 지성과의 관계 속에서 그 무게 중심은 균등히 안배되어야 한다.

진정 힘있는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비상을 위해 기독교 학문의 수립과 시행이 시급하고 모든 전공 과목에 대하여 개혁주의적 학문 원리에 입각한 기독교적 패러다임으로의 접근이 요망된다. 이 모든 일들의 시행을 위해 기독교 대학들은 채플, 혹은 기독교 교양과목을 수행키 위해 지금껏 힘을 기울여왔던 각종 정책과 행정조직 못지 않은 지원을 통해 기독교 대학 내에 기독교 학문이 정착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