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게 장사하는 ‘오리 아줌마’의 행복한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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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있게 장사하는 ‘오리 아줌마’의 행복한 선행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1.06 0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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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500명 이상에게 ‘명품식사’ 대접
▲ 어려운 시절에 오리 식당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는 임제빈 대표는 자기가 하는 일과 선행, 인생살이에 대한 자기 나름의 ‘철학’이 뚜렷하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사람을 벌어야 한다’는 그녀는 매일매일 “지금이 제일 좋은 때”다.

대성농장생오리 임계점 임제빈 대표

그녀는 오리를, 정말 사랑한다. 오리만한 보양식이 없다고 반짝이는 눈으로 극찬이다. 매년 1,500명 이상 독거노인들을 대접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다. “좋은 음식이니까 나눠먹자.” 오리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것도 감사하다. ‘오리 아줌마’로 불리길 좋아하는 그녀는, 이쯤 되면, ‘오리 전도사’라고 할만하다. 

이건 단지 오리가 영양학적으로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긴 그녀의 어려운 시절에 대한 추억도 한몫했다. 오갈 데 없어 막막했던 시절에 오리 식당을 맡아 인생의 돌파구를 열었고, 몸이 아플 땐 오리고기를 먹으며 이겨냈다. 오리와 함께 울고 웃었던 11년, 수원에서 ‘대성농장생오리 임계점’ 식당을 경영하는 임제빈 대표 이야기다.

 

“명품 대접해줘서 고마워”
“화성 봉담의 해병대 사령부 옆에서 장사할 때는 매년 어르신 2,000명에게 오리를 대접했죠. 오리 고기는 특히 어르신들에게 좋은 음식이에요. 중풍을 예방하기도 하죠. 여기 수원으로 온지는 이제 3월이면 만 4년이 되는데, 여기서도 매년 1,500분 이상은 대접해요. 제가 다니는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등을 통해서도 하고요, 그밖의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서도 하죠.”

어르신들이 오시면 식당에서 가장 좋은 메뉴, ‘명품코스’로 대접한다. 6가지 음식이 순서대로 나온다. 맨 처음 생오리가 나오는데, 불판에서 익기도 전에 없어진다. 이게 전부인 줄 아는 어르신들은 남이 먹을까봐 익기도 전에 고기를 집는다. 정작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 백숙과 죽이 나올 때면, “또 나와?”하면서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고 한다. 그 모습이 짠하다.

“그만큼 이런 대접을 받아 보신 적도 없고 또 배도 고프시다는 이야기죠. 저는 그래요.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끼고 싶다면 아예 하지 말아야죠. 그러면 원성을 안사요. 누구든지 제가 대접하겠다고 오시라고 했으면 한 숟갈 넘치게 하고요, 손님이 오셔서 주문하시면 한 숟갈 아쉽게 시키도록 합니다.”

이것이 그녀가 지키는 장사와 선행의 ‘철학’이다. 손님이 메뉴를 문의할 때에 주섬주섬 많이 시키도록 권하면 나중에 남게 되고, 세상에 자기 돈 주고 시켜서 남았을 때에 아깝지 않은 사람이 없다. 더구나 그러면 맛도 없다. 결국 길게 보면 손해다. 그녀는 한 숟갈 부족할 정도로 시키도록 안내한다. 그게 맛있게 먹는 비결이고, 다시 또 오게 하는 비법이다. 그러나 대접할 때는 섭섭지 않도록 한 숟갈 더!

“어르신들을 모셔다 명품코스로 대접하면 너무 좋아하세요. 돈으로 후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꼭 우리 집으로 모셔서 대접하는 건, 어디를 가도 같은 돈으로 저희만큼 충분히 만족시킬 수가 없거든요. 맛있게 드시고 나가시면서 제 손을 꼭 붙잡고 ‘날 명품처럼 대해줘서 고마워’, 하실 때마다 참 마음이 행복해요.”

돈보다는 사람을 벌어라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인 시대에, 이렇게 대접해도 괜찮을까? 그녀의 두 번째 소신이 있다. ‘월급쟁이보다만 낫게 살면 된다.’ 이건 세 번째, 자녀양육 철학으로 이어진다. ‘자녀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기보다는 사람을 많이 벌어주자.’ 

“성공한 분들도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걸 많이 봤어요.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자녀들을 소홀히 대하게 되고, 또 돈이 많아지면 그런 특권 속에서 자란 자녀는 아무래도 나태하게 되죠. 제가 선하게 살아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자녀들이 나중에 뭘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어차피 죽을 때 다 싸가지고 갈 수도 없잖아요?”

임 대표는 두 딸이 늘 고맙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두 딸이 함께 있어줘서 든든했다. 큰 아이는 대학 다니는 4년 내내 MT 한번을 못 가봤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더 바쁜 엄마를 돕기 위해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식사하러 올 때마다 그렇게 착한 딸을 유심히 봤던 해병대 사령관이 중매를 서서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오리가 가장 몸에 좋은 고기라는 소신이 확고한 그녀, 자기 체험을 들려준다. 2011년 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간이 찌그러져있었고, 담낭에는 담석이 꽉 차있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머리에선 물혹까지 발견됐다. 그러나 지금 거뜬하다. 오리 덕분이라고 믿는다. 지금 삶은 하나님이 주신 ‘덤’ 인생이다. 더 나누고 베풀며 사는 이유다. 

“4년 전에 처음 오리를 요리하면서 받은 기름을 여기 잔에 따라놓았어요. 아직까지 그대로 있죠? 조류독감 이후에 저희 집도 삼겹살을 메뉴에 넣었어요. 종종 장사 끝나고 늦게 가면 상을 못 치우고 갈 때가 있거든요. 다음날 와서 보면 삼겹살 구웠던 판에는 버터가 하얗게 깔렸어요. 오리 구운 판에는 젤리가 말랑말랑하게 있고요. 그거 보면 오리만 먹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 직원들도 오리고기만 먹어요.”

 

▲ 4년 전에 오리를 조리하며 빼놓은 기름을 아직까지 잔에 넣어 보관하는 임 대표는 그만큼 오리가 좋은 식품이라는 걸 스스로 체험하고 알리고 나누는 소신이 있다. 많은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이유도 “좋은 음식이니까 나눠 먹자”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다
‘맛있는 요리를 위해 연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요리 철학 중 하나다. 왜냐, 오리고기 자체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좋아야 한다. 고기의 기본을 살리는 요리를 해야 한다. 기본은 버리고 액세서리만 꾸미는 요리는 가짜다. 그날 잡아온 생 오리의 좋은 영양분과 맛을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리 할 때에는 기름도 빼지 않는다. 손님이 원하시면 빼드리지만, 그녀 생각에는, 오리는 기름 한 방울도 아깝다. 고기를 구울 때 쓰는 호일도 세라믹 코팅 호일을 쓴다. 일반 호일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 값이 세 배 비싸도 세라믹 코팅 호일을 쓴다. 

세상엔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좋아해야 할 음식이 있단다. 좋아해야 할 음식은 내 몸을 위해 먹어주어야 하는데, 오리가 바로 그거란다.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그녀 나름의 철학에서, 사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오리가 아니라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즐겁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몸이 아플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게 오리를 대접하며 그녀가 즐거워하는 이유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얼굴에 생기가 넘쳐 돌아가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그녀는 흐뭇하다.

“앞으로도 제가 힘닿을 때까지는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는 않아요. 사랑을 받고 사랑을 옮기고 나누면서 멋지게 살고 싶어요. 좋은 음식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에 힘들게 사는 다른 이들이 보였다. 지금처럼 많은 분들을 대접하고 사는 것도 그 덕분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쳐 쓰러져있지 않은 것이 감사하다.

오늘도 그녀는 “지금이 제일 좋은 때”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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