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밀이 변호사’의 즐거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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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밀이 변호사’의 즐거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12.3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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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목욕봉사와 나눔의 행복 누린다

2015 법조봉사대상 받은 임대진 변호사

지난 12월 17일 임대진 변호사(수원중앙침례교회 출석)는 법조협회(회장:양승태 대법원장)가 주는 2015년 올해의 ‘법조봉사대상’을 받았다. 2005년부터 매월 한 차례씩 장애인들을 목욕시켜주었던 봉사, 또 ‘밥퍼 다일공동체’에 1004만원을 기부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던 나눔, 그리고 자비를 들여 수원지역 법조인과 시민을 위한 문화 콘서트를 네 차례 열었던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잘한 일 같다”는 장애인 목욕봉사는 처음엔 의무감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자라면 좋겠다”는 아내의 조언을 따라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키려 했더니, 학교에서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다. 어디선가 봉사하는 게 있어야 했다. 

▲ 법조봉사대상을 받은 임대진 변호사는 10년 째 매월 장애우 목욕봉사와 다일공동체 천사 후원회원으로, 또 문화 콘서트를 자비로 열어 소통의 물꼬를 트는 나눔과 봉사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의 새해 꿈 중에 하나는 전기기타를 연습해서 법원 앞에서 멋지게 찬양을 들려주는 일이다.

“당신 천사되지 않을래?”
“교회에서 찾아보니까 장애우 목욕봉사가 있더라고요. 매월 셋째 주 주일예배 마치고 출석한 장애우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한 분씩 맡아 목욕시켜드리는 거죠. 아이들 입학 때문에 시작했는데, 연년생 두 아이 위해 하다 보니 2년 하게 됐고요, 해보니 보람이 컸어요. 그래서 계속 한 게 벌써 10년이 됐네요.”

당연히 처음엔 낯설었다. 같은 탕 안에 있는 것 자체가 좀 쑥스럽고 불편했다. 그동안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 때 밀어준 적도 한번 없었는데, 장애인의 때를 밀어준다는 게 어색했다. 의무감으로 시작된 봉사였지만, 한 번 두 번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함께 탕에서 때를 불리면서 소통하고, 적당히 불었다 생각되면 “나가실래요?”, 함께 나가서 때수건으로 때를 밀어드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밀어드린 그 때수건으로 제 몸도 닦는다. 그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담은 허물어진다.

목욕탕을 나설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부대끼며 켜켜이 쌓인 인생의 모든 때들, 염려와 불안, 욕망과 미움의 찌꺼기까지 몽땅 씻어버린 기분이다. 매달 무거워지는 삶은, 그래서 매달 목욕 봉사를 통해 가벼워진다. 

“상을 받고 보니 상 받을만한 일을 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상 값을 하려면 앞으로 더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욕 봉사가 너무 좋아서, 아들도 몇 차례 데리고 갔는데요, 지난번에 제가 상 받은 후에 봉사 나갔더니 다른 분들도 자녀들을 많이 데리고 함께 나오셨더라고요. 제가 상 받는 걸 보고 이 봉사가 의미가 있구나,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보람이 됐어요.”

다일공동체 후원은 2009년경 아내의 권유로 하게 됐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 천사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 천사가 되는데?”하며 되묻는 그에게 천사가 되는 법을 알려주었다. 다일공동체에 1004만원을 후원하면 된다는 것. 

“사실은 이렇게 후원하니까 어떤 분들은 저희가 돈이 많아서 그런 줄 아는데요, 사실은 저희 집 설정 담보도 아직 못 갚았습니다. 와이프가 응원도 하고 격려도 하니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죠.”

언젠가 거리에서 기타연주를
그의 법률사무소가 있는 수원지방법원 앞에는 수많은 변호사 개인 사무실들이 붙어있다. 사무실마다 책상위엔 고민이 수북히 쌓여있지만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일은 드물다. 법원, 검찰청을 매일 재판 때문에 바쁘게 오가는 변호사의 세계가 어느 날 삭막하게 느껴졌다. 보통 사람 같으면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한 재판이다. 스트레스가 길을 꽉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악적으로 이분들의 마음을 좀 풀어주고 싶었어요. 1년에 한 차례라도 문화콘서트 같은 걸 열여서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 소통도 좀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제가 기독법조회 총무로 있기 때문에 비용은 제가 내고 기독법조회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 거죠.”

그가 경기변호사회 골프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도 그 회장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부킹을 하려면 그때마다 연락해서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그 일을 다 꺼리기 때문이다. ‘지역변호사회에서 내가 뭘 섬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봉사도 되고 운동도 되겠다는 마음에 이 일을 자청했다. 

그는 이렇듯 스스로 일을 만드는 ‘친절한 대진 씨’다. 그것도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만든다. 그의 의자 옆엔 전기기타가 세워져 있다. 웬 변호사 사무실에 전기기타? 전혀 생뚱맞다는 느낌은 그가 기타를 매고 폼을 잡자 금세 사라졌다. 잘 어울린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기타를 연습한다. 소박한 꿈이 있다.

“거리에서 기타 연주해보는 게 꿈입니다. 법원 앞이라든가, 길에서, 찬송가를 기타로 연주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찬양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출퇴근 때도 좋겠죠. 찬양으로 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이 환하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라 그렇다. 전혀 고생도 고난도 없이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 1차에 합격해 눈앞에 성공이 잡힐 듯하다가도 2차에서 떨어지고 나면 모든 게 원점이었다. 

“늦게 된 것도 하나님의 은혜 같아요. 사람이 한없이 낮아지더라고요. 하나님께 모든 걸 의지하게 되고요. 나중에 합격했을 때에는 그 감사가 더욱 컸죠. 너무 감사하니까 권위의식도 사라지게 되고요, 더욱 겸손하게 의뢰인들을 위해 성실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법대 동창인 아내 조미연 집사는 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판사 아내와 변호사 남편
인생의 고비마다, 그에게 힘이 된 건, 성경말씀이다. 고시공부하면서 들은 말씀, 시험장에 갈 때 들은 말씀, 개업하면서 들은 말씀, 목사님이 주신 말씀, 장로님이 주신 말씀, 그 모든 말씀을 읽고 또 외우고 마음에 새긴다. 잠언 22장 4절 말씀,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상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는 말씀을 굳게 믿는다. 감사하게도, 변호사가 어렵다는 요즘에, 사무장까지 두고 있는 그의 사무실은 잘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앙이다. 부산 해운대 우리교회 원로목사로 있는 부친으로부터 철저한 신앙교육을 받고 자랐다. 봉사하고 나누는 일 역시 자라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심겨졌다. 그의 자녀들 역시 공부 잘하는 것보다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는 모습이 더 예쁘다.

법대 동창인 아내 조미연 집사는 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게다가 아내는 고향이 전라도고 그는 경상도다. 판사와 변호사부부로, 영호남 커플까지, 화합과 소통과 나눔의 부부답다. 이들 부부는 대학 졸업하고 같이 고시 공부하면서 사귀게 됐는데, 신앙과 삶의 평생 동지로 살아오고 있다. 

“사실 얼마 전부터 해오던 게 있는데 새해에는 그걸 잘하면 좋겠어요. 변호사 선임 때 착수금을 받습니다. 그것의 1%를 일 년 동안 모으면 꽤 될 것 같아요. 그걸 의미 있게 써보자는 마음으로 지금 교회에서 준 깡통 저금통에 모으고 있어요. 새해에는 문화 콘서트도 좀 더 규모 있게 열어서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그는, 이렇게, 재미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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