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칼럼] “복음서가 전하는 두 성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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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칼럼] “복음서가 전하는 두 성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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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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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학교 최갑종 총장

성탄절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두 가지 장면을 떠올린다.

하나는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와 예물을 드리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들에서 양떼를 치는 목자들이 밤중에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를 찾아온 장면이다. 전자는 마태가 전해주는 성탄 이야기의 한 부분이고, 후자는 누가가 전해주고 있는 성탄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두 복음서가 전해주고 있는 성탄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 같이 아기 예수가 성령으로, 세상의 구원자로 출생하였음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첫째, 마태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기 예수 탄생의 첫 소식은 다윗 왕가의 후손인 요셉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누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기 예수 탄생의 첫 소식은 마리아에게 주어졌다.

둘째, 마태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방인인 동방박사들이 먼 나라에서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하였지만, 유대왕 헤롯은 오히려 아기 예수를 죽이려고 시도하였다. 반면에 누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가난하고 천대를 받던 목자들이 온 백성을 대신하여 기쁜 소식을 들었다. 셋째, 마태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기 예수의 탄생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하시겠다는 임마누엘 약속의 성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누가의 이야기는 아기 예수의 탄생이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사람들 중에 평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복음서가 왜 두 성탄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두 성탄 이야기는 복음서를 처음 접한 독자들의 역사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마태의 독자들은 대부분 유대인으로서 당시 신앙 때문에 로마제국과 동족 유대인들로부터 극심한 핍박 아래 처해있었다. 따라서 헤롯왕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아기 예수는 저들의 패러다임이 되었을 것이고,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은 신앙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누가의 독자들은 대부분 로마제국 안에 사는 사회적 신분이 낮은 여성들, 가난한 자들, 노예들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와 평화와 안녕을 절실하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여성인 마리아와 목자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이 먼저 전해졌고, 기쁨과 평강의 소식이 전해졌다는 것은 누가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위로의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복음서에 두 성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1세기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서로 서로 다른 역사적 정황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21세기의 크리스천들까지 배려한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 아닐까? 두 성탄 이야기가 있기에 성탄은 우리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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