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2015년을 보내며…간절한 마음의 소원이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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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2015년을 보내며…간절한 마음의 소원이 하늘에 닿기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2.2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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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기도로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갈멜산금식기도원 방문 르포

입을 벌리니 새하얀 입김이 구름처럼 피어난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일기예보가 들린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목도리를 휘감아보지만 쌩쌩 부는 겨울바람을 당해내리란 여간 쉽지 않다. 올해 말 처음 찾는 기도원이다. 2015년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데 기도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나섰다.

안양역에서 내려 기도원으로 향하는 2번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구부정한 도로 위를 달린지 십 분쯤 지났을까. 갈멜산금식기도원 입구 정류장이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창문 사이로 길다란 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유히 흐르는 천 뒤로 관악산 자락 아래 위치한 기도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에 위치한 갈멜산금식기도원(담임:조성근 목사)에 다다른 것이다.

▲ 갈멜산기도원에서는 매일 365일 예배가 열린다. 18일 예배가 드려진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수백명의 성도가 마음을 모아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흔히 기도원이라고 하면 산 속이나 한적한 곳에 위치에 찾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갈멜산기도원은 대중교통을 타고도 쉽게 찾아 갈 수 있어 매일 많은 성도들로 붐비는 곳이라고 한다. 365일 기도성회가 열리는 이곳은 매일 예배와 기도를 드리길 원하는 성도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더욱 간절하기에 두 손을 모은다

18일 오전,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른 시간부터 수십 명의 성도들이 기도하며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들의 기도 소리가 유난히도 정겹게 다가온다.

▲ 갈멜산기도원에서는 매일 365일 예배가 열린다. 18일 예배가 드려진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수백명의 성도가 마음을 모아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자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성도들은 손뼉을 치며 경쾌한 찬양을 따라 부른다.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느껴진다. “하나님은 자신을 가까이 하는 자를 찾으시고 전심으로 하나님을 구하는 자를 만나주십니다. 우리의 모든 간구와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믿음으로 기도하십시오.”

이날예배에서는 낙원제일교회 최병현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말씀이 선포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우렁찬 ‘아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 목사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기적처럼 치유 받았던 일을 간증했다.

“모든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며 히스기야왕의 고백처럼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진단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골수에서 모든 암세포가 깨끗하게 없어졌다며 의사조차도 기이히 여겼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최 목사의 말씀이 끝나자 성도들은 ‘주여’ 삼창을 외치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기도를 올린다. 하나둘 손을 올리며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다. 두 눈이 뜨거워진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구하는 간절한 이들의 기도소리가 성전을 가득 채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삶의 경제적 어려움, 질병의 문제, 관계의 문제를 안고 기도원을 찾았을 것이다. 김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 갈멜산기도원에서는 매일 365일 예배가 열린다. 18일 예배가 드려진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수백명의 성도가 마음을 모아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하나님의 위로를 구하며 기도원을 방문했다는 김예순 할머니(72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며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이 세상보다 더 좋은 천국에서 편히 안식하고 있음을 믿기에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도하면 위로를 얻는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에게 기도는 연약한 마음을 뛰어넘게 하는 큰 힘이었다. 기도의 능력을 말하는 김 할머니의 얼굴에는 패인 주름 사이로 인자한 미소가 번진다.

새해 기도제목을 전한 그는 “아직 사고처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지만, 사고를 낸 가해자도 용서하고, 우리 가족들과 자녀들이 충성스러운 믿음의 가문으로 세워달라고 새해에도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 근처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장수현 씨(39). 장 씨는 계속되는 논문작업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신을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눈빛이 반짝였다.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을 얻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너무 힘들었어요. 논문을 쓰는 것도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그저 은혜를 구하는 기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논문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작정기도를 결단하고 거의 매일을 기도원에 오고 있다고 전한 장 씨는 “지금은 정말 전심으로 집중해서 기도해야 하는 시간임을 느낀다”며 “마무리를 할 시점인데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하며 믿음으로 맡기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령 충만한 새해를 기도하며

기도원에 방문했다면, 으레 특별한 기도제목을 안고 방문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조심스레 기도원에 어떻게 오게 됐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은 갈급함 때문에 기도원을 찾았다고 답했다.

▲ 갈멜산기도원에서는 매일 365일 예배가 열린다. 18일 예배가 드려진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수백명의 성도가 마음을 모아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날마다 영적인 갈급함을 안고 산다”고 고백한 이순복 할머니(68세)는 기도원을 거의 매일 같이 찾는다. 이 할머니는 “주일예배만 드리고서는 내 영이 살아날 수 없음을 느끼고 기도원에 왔다”며, “늘 하나님에 대한 영적인 갈급함이 있는데 기도원에 오는 시간은 영적인 충전을 하고 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기도도 드려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던가. 누군가에게는 노동이라고 여겨지는 기도가 이 할머니에게는 깊은 재충전의 시간이요, 영적인 갈급함을 채우는 은혜의 시간인 것이다. 이 할머니는 “새해에는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체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얼핏 봐도 닮은 것 같아 보이는 두 자매가 함께 기도원에 찾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언니인 김경인 씨(47)는 “기도를 하면 성령님이 주시는 마음의 평안이 있어 감사하다”며, “새해에는 더욱 성령 충만한 하게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언니의 권유로 기도원에 방문한 김아현 씨(35)는 “아기를 키우느라 온전히 집중해서 기도할 생각은 꿈도꾸지 못했다”고 말하는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두 눈빛만큼은 생기가 가득했다.

김 씨는 “아기를 키우며 늘 곤고한 마음이 있었는데, 특별한 기회가 주어져 온전히 집중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새해에는 아기를 키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타협했던 영역들을 과감히 내려놓고 무엇보다 예배를 우선순위로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을까. 닳고 닳은 손때 묻은 성경을 밥 먹는 순간에도 놓지 않던 주름진 손에 더욱 눈길이 갔다.

은퇴 목회자로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기도원을 찾은 이규석 목사(77)는 “남은 여생도 하나님의 뜻에 의지하며 온전히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하기 위해 왔다”며, “시간이 갈수록 눈은 어둡고 귀는 들리지 않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기도할 때마다 영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작지만 나지막한 목소리에 깊은 기도의 연륜이 묻어난다.
 

▲ 갈멜산기도원에서는 매일 365일 예배가 열린다. 18일 예배가 드려진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수백명의 성도가 마음을 모아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이제 막 기도의 힘을 깨달은 늦깎이 신자도 있었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자 머쓱해 하며 “예수님을 믿게 된지 얼마 안됐는데 자신이 어떻게 이런 것을 해도 되겠느냐”고 몇 번 되물었던 김광석 씨(57)의 고백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농도가 짙진 않았지만, 간결한 그의 대답에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다.

“올해 초 하나님을 믿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의지할 곳이 없어 교회에 나왔는데, 믿음이 생기고 나서는 그 전에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는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단했습니다.”

사도바울과 같은 삶이었다. 한 때 그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엄청 욕하고 비난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이야기 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새해 소망도 “예수님을 향한 제 마음이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주변에 믿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 주님께 돌아오길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며 기도원을 방문한 이도 있었다. 내년에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미애 씨(60)는 기도밖에는 의지할 것이 없음을 고백했다.

그는 “남편이 이제 은퇴를 하는 시점이라 전혀 연고가 없는 먼 타지에 내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 낯선 곳에서 잘 살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앞으로는 하나님께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16년에는 새로운 곳에서 하나님 앞에 내놓을 만한 상급을 쌓는 시간이 되고 싶다”고 새해 기도제목을 전했다.

어느새 기도원의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기도원 문을 나서며, 이들의 간절한 기도제목들이 가슴 깊이 아로새겨진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과 추위도 이들의 뜨거운 기도소리에 녹아내린다. 기도원의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는 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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