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도 일곱 가지 일을 한 ‘이중직’ 목회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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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도 일곱 가지 일을 한 ‘이중직’ 목회자였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12.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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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과연 대안인가?

목회자 이중직은 미래 목회의 한 유형

직업소명설은 성직과 세속직의 구별 폐지
 

루터. ‘종교개혁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지만, ‘이중직 목회자’ 또한 루터를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다.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는 목회윤리연구소가 지난 14일 개최한 포럼에서 루터를 자비량 목회의 전형으로 언급한 부펠(Olehile Buffel)의 말을 인용, “다양한 일들로 생계를 위한 재정 수입을 얻었다”면서 루터 역시 이중직 목회자였고, 목회자의 이중직은 이제 미래 목회의 한 유형이라고 규정했다.

# 책임윤리적 차원에서 긍정적

이중직 목회자 루터. 그는 과연 어떤 일을 했을까. 천막 제조 일을 했던 바울을 훌쩍 뛰어 넘는다. 무려 일곱 가지. △파트타임 목수 △채소 경작 △과수원 농사 △가축 치기 △작은 농장 경영 △유료 숙박시설 운용 △맥주 양조 등이다. 여기에 삭소니 공작의 후원까지 합하면 여덟 가지에 이른다.

김 교수는 “자비량 목회는 전임제 목회를 보충하는 목회 유형으로 포용될 수 있다”는 부펠의 말을 지지한다. 이를 근거로 “생계를 위해 루터가 했던 다양한 일은 다중 소명에 충실한 모습으로 이해될 수 있고,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목회자 이중직 혹은 다중직을 수용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이제 목회자들의 이중직은 전임제 목회를 보충하는 목회 유형, 미래 목회의 한 유형으로서 그 현실적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바울 또한 이중직의 대표적인 사람. 도르(Dorr)는 바울을 ‘이중직 목회의 아버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세속 일에서 얻는 수입과 청중들이 제공하는 재정 후원, 그리고 때때로 교회나 부유한 후원자가 보내준 사랑의 선물 등을 모두 경험하면서 복음을 전파했다”면서, “바울은 자신과 전임 사역자들의 생계와 관련하여 어느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방법을 극단적으로 배척한 것이 아니라, 여건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는 유연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바울의 모습은 전임제 목회만이 목회자의 유일한 목회 유형이라는 주장을 재고하게 하고, 이중직 목회 역시 목회자에게 열려있는 하나의 중요한 목회 유형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전통과 역사를 고려할 때 목회자 이중직은 전임제 목회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전임제 목회를 보충하는 하나의 목회 유형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면서 대안보다는 보충의 측면에서의 이중직을 강조한다. 또한 “루터가 행한 것처럼 목회자가 가족의 생계문제를 위해 목회직과 세속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 자체가 책임윤리적 차원에서 긍정적 행동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다양한 목회 영역 개발 시급

루터는 직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모든 직업을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고 피조세계에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이해했다. 루터의 직업소명설은 성직과 세속직의 구별을 폐지하는 역할을 감당했고, 성직이 세속직에 비해 특별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 종교개혁자 루터 또한 일곱 가지 일을 했던 이중직 목회자였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현재의 상황은 생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불가피하게 이중직을 하면서 죄책감을 갖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목회자 이중직의 현실적 필요성을 언급한다.

나아가 기독교의 전통은 사회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해석돼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회자 상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는 보다 복잡하게 변하고 있고, 더 이상 목회자의 역할을 교회 안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다.

정 교수는 이런 점에서 목회자들이 최근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공동체운동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데,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공동체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목회의 지평도 더 의미 있게 넓어질 것”이라는 바람을 전한다.

또한 “이제는 이중직에 대해서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목회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목회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회 영역의 개발이 오히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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