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도 ‘4대보험’ 가입엔 한계…종교인 역차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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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도 ‘4대보험’ 가입엔 한계…종교인 역차별 우려도”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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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종교인 과세 어떻게 볼 것인가?

“종교인 특성 감안해 ‘과세’ 방향 전면 개정돼야”
‘조세형평성’ 논란, 교회 재정 투명성으로 이어지길

근로소득으로 납부하면 근로장려세·자녀장려세 혜택
7~80% 최저생계비 이하 목회자들, 사회적 혜택 많아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초 종교인 과세는 1968년 국세청에 의해 첫 추진된 이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2013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이번 법안 통과는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목회자 세금에 대한 첫 법제화 추진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안이 시행된다 해도 논란의 소지는 다분하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관련 법령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기타소득의 종교인 과세 적용이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근로소득세로 납부할 경우 4대보험 가입에 있어서도 고용·산재보험에는 제한돼 종교인의 역차별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종교단체의 원천징수를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열어놓아 행정 집행에 있어서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본지는 종교인 과세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종교인 세금 납부 방향과 향후 과제를 모색했다.

#기타소득 골자로, 근로소득 납부 가능

이번에 통과한 2015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는 기존 ‘종교 소득’을 ‘종교인 소득’ 항목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소득 구간에 따라 필요경비를 차등화 해 이를 제외한 소득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학자금·식비·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소득으로 인정했다.

또 기타소득뿐만이 아니라, 근로소득으로도 세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열어놓았다. 기재부는 현재 천주교에서 이미 근로소득세로 신고·납부하고 있다는 점과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자발적 납세 의지를 갖고 근로소득으로 납세해온 목회자들에게도 법적인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근로소득으로도 신고·납부 할 경우 근로 소득자와 동일하게 조건을 충족하면,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기타소득이나 근로소득 모두 종교단체의 원천징수를 선택 허용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은 원천징수가 기본적 원칙이지만, 이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는 종교인을 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필요경비는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면 지금처럼 필요경비를 80% 인정하지만, 4~8천만원은 60%, 8천만원~1.5억원은 40%, 1.5억원 초과 시에는 20%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세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면, 연간 종교인소득이 6,000만원이 경우, 필요경비 4,400만원과 기본공제액 150만원(1인 가구를 가정)을 차감하면 과세표준은 1,450만원이며,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109만원이며, 표준세액공제(7만원)를 차감하면 세액은 102만원이 된다. 그러나 같은 조건으로 근로소득으로 내면, 약 571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렇듯 종교인 소득과 근로소득의 세액이 큰 차이가 나자 일반 시민단체들은 필요경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반발에 나섰다. 이에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시 필요경비율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향후 세부적 지침이 변경될 수 있어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시급하게 추진된 만큼 당장 적용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년의 유예기간을 둔만큼 이 기간 동안, 기독교계는 목회자 세금 납부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과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효과적인 세금 방향을 안내하는 등의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미자립교회’ 목회자 혜택 있을까

정부는 본격적 법 시행을 앞두고 종교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종교계의 편의를 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근로소득세와 동일하게 학자금·식비·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을 비과세로 규정했고, 근로소득세로도 문을 열어놓아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목회자들이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더욱이 면세점 이하의 목회자가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그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혜택을 볼 수 없었던 국민연금, 의료급여,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다양한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4대보험의 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을 일정 기간 납입하면 65세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70%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목회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세금 납부가 오히려, 경제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저생계비 이하 목회자는 대부분 면세점에 해당하고 최저생계비 120~150%의 차상위계층 목회자들도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강수 희년함께 공동대표(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종교 종사자의 반수 이상이 면세점 이하의 월급, 또는 사례비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인들이 소득을 신고하면 면세 적용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물론, 그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혜택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4대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세 대상은 종교시설이 아닌, ‘종교인’으로 한정해 논란을 일축했다. 기재부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와 별개로 종교목적 재산의 취득세·재산세 면제 및 비영리법인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 종교단체에 대한 조세제도는 계속 유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산재보험 ‘종교인’도 고려돼야

그렇다면 종교인들도 4대보험 가입이 가능할까. 정답은 현재 발표된 기타소득의 종교인 과세로는 4대보험 가입이 아직 불가하며,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낼 경우에만 4대보험(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목회자들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해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가입이 불가했다는 점에서 법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천주교의 경우도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납부하면서 4대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산재·고용보험에는 제외돼 왔다. 현행 노동법에서도 성직자를 근로자로 분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도 없다.

현행법상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을 납부해온 교회가 있다.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근로소득의 형태로 자발적 목회자 납세를 실천해 왔다. 하지만 4대보험은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도 근로소득으로 목회자 세금을 내고 모든 직원들은 4대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담임자와 교역자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제외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세금을 내면서도 혜택은 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상담센터는 “종교인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관행적으로 산재보험 가입이 되지 않아왔다”며 “성직자 가입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계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지속적 논의를 할 예정”이라면서도 “4대보험 가입 여부는 다른 부처의 소관으로 어떤 입장을 표명하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이 될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교역자 및 전도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 가입 후 사역지를 바꾸더라도 일을 한 지 6개월이 지난 후면, 그 동안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여성 교역자는 출산휴가를 가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 최호윤 회계사는 “공단의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로 보험 자체에서 교역자들을 4대보험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종교인의 특성을 고려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까지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

추후 종교인이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다양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행령의 보완 등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교회 ‘재정 투명성’ 과제로 남아

또한 본격적인 과세 시행에 앞서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것은 교회의 재정 투명성이다.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목회자의 소득을 확인하기 위해 교회의 재정장부를 열람하는 법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 판공비, 자녀 학자금, 은퇴전별금 지원 등에 대한 과세 논란이 일 수 있다. 교회별로 제공 항목과 방식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정부도 종교기관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종교인 법제화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종교사찰과 탄압을 우려하기 보다는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천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는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사회가 재정적으로 교회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며, “이러한 찜찜한 교회 재정 운영과 불투명한 운영이 교회 내 불신을 만들어 내고 신앙인도 교회를 떠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예인교회에서는 회계문서를 등록교인이면 누구나 재정 장부를 회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또 등록교인 2명 이상이 요청할 경우 장부 전체 열람도 가능하도록 교회 규약에 명시했다.

정 목사는 “종교인 과세는 국민의 의무 중 하나로 공적 일을 하고 있는 목회자가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한국교회가 투명한 재정 운영을 통해 더욱 건강하게 세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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