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성경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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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성경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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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0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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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은퇴교수

서양 선교사들이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인 1882년에 존 로스 선교사가 중심이 되어 번역한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를 시작으로 성경의 여러 부분이 한반도 밖 만주와 일본에서 한글로 번역되었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번역된 성경이 초기 선교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되었다.

이른바 로스역 신약전서인 ‘예수셩교젼셔’가 이미 1887년에 나왔지만, 본 궤도에 오른 한국 선교 상황에 걸맞는 번역 성경이 필요해짐에 따라, 상임성서실행위원회에서 1893년에 산하 번역자회를 조직하여 다섯 선교사를 번역위원으로 뽑아 우선 신약성경 번역을 시작하였고 영국성서공회와 미국성서공회와 스코틀랜드성서공회의 연합지원을 이끌어냈다.

이 번역 작업의 결과로 교단 연합 공인 기관인 성서공회의 이름으로 ‘신약젼셔’를 1900년에 펴낼 수 있었고, 몇 차례의 일부 수정을 거쳐 1906년에 그 공인 역본이 확정되었다.

구약성경의 경우에는 1897년에 번역을 시작했으나 잘 되지 않다가 1906년에 세 선교사만 남은 번역위원회에 1907년에는 한국인 두 사람을 번역위원으로 임명한 뒤 크게 앞으로 나아가 전체 번역을 마치고 1911년에 ‘구약젼셔’라는 이름으로 펴냈다. 이 ‘구약젼셔’를 1906년의 공인역 ‘신약젼셔’와 한데 묶어 1911년에 최초의 한글 ‘셩경젼서’를 완성한 것이다.

구역 성경이 나옴으로써 한글 사용자들이 기독교의 경전 전체를 한글로 읽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칠십인역이 나옴으로써 헬레니즘 세계 사람들이 유대인의 경전을 접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기독교의 경전의 첫 부분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에 견줄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구역 성경은 개역 성경의 뿌리이다. 개역 성경에 익숙한 독자라면 개역의 문체와 대부분의 표현이나 낱말이 구역 성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번역이나 개정에 참여하신 분들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성경의 새로운 번역본이나 개정본에 아쉬운 점들이 없을 수 없다. 이런 점들은, 보통 20~30년을 주기로 새롭게 성경을 번역하거나 이미 번역된 성경을 개정해 나가므로, 다음 번 개정에 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성서공회에 번역실이 있고 성경번역자문위원회가 있다고 한다.

거의 500년 전에 처음 나온 루터 성경이나 취리히 성경이 아직도 독일어를 사용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교회의 예배와 그리스도인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듯이, 100여 년 전에 처음으로 나온 한글 번역 성경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이어온 개역 성경도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교회와 한국어 사용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개역 성경의 뿌리가 되는 구역이 한국인의 정서에 부응하는 문체와 아름다운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분위기를 개역 성경과 ‘개역개정판’이 지금까지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성서학, 또 우리말과 문화 환경의 엄청난 변화로 신구약 원문의 뜻을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깊게 전달할 수 있도록 개역 성경을 끊임없이 개정할 뿐만 아니라 개역 성경을 이전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여러모로 찾아나갈 때에만 이룰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앞으로 계속해서 개역 성경이 나라 안팎의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잘 알려주는 성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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