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통과됐지만, 법적 후폭풍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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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통과됐지만, 법적 후폭풍 예상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2.0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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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 VS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 팽팽

해묵은 과제였던 ‘종교인 과세’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후폭풍이 예상된다.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추진됐지만, 지나친 특혜로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가 조세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세 형평주의’에 어긋나…시민단체 반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에 ‘종교인 과세’ 항목을 새로 편성했다. 세율도 일괄방식이 아닌 소득구간에 따라 나눈 변경안(차등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학자금·식비·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소득으로 인정한다. 이밖에 국회는 종교인들이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만 받을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나 자녀장려세제(CTC)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종교인이 원할 경우 소득을 종교인 소득 대신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도 종교계의 입장을 수렴해 절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연간 세수효과는 100억 원 미만 추산으로 미미하지만, 모든 국민이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개세주의 원칙을 실현했다는 것도 높이 사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반 근로자에 비해 내야할 세금이 턱없이 낮고, 받는 혜택은 동일하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법적 위헌 소지가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김선택)은 지난 2일 소득세법 개정안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종교인 소득에 대해 일반 근로소득자보다 특별한 이익을 주고 있어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난다”며 개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예고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특정인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면세·감세 등의 조세우대조치를 하는 것은 다른 납세자에게 그만큼 과중 과세를 하는 결과”라며, “이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따라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종교인에 대한 소득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조세 공평주의에 어긋난다는 것.

이에 따라 ‘종교인 과세’ 문제가 대한민국 기본권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문제로 불거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의 불가침권 반론도

정부가 다각도로 종교계의 편의를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일부 기독교계에서는 ‘종교인 소득’ 항목 신설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20조에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통해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지만, 종교인 납세는 이를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교단연합 과세대책위원회 자문위원 민언식 목사는 “종교인 과세 논쟁의 본질적 핵심은 단순히 종교적 과세라는데 있지 않고, 근원적으로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를 먼저 종교적, 법률적, 역사적, 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르게 이해하고 난 후 이 논쟁에 대한 정당성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대 국가의 모든 헌법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 즉 천부적 불가침의 자연권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헌법 제20조에서도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종교와 언론의 자유는 일반 자유권 즉 사회적 공리 행복권 추구보다 기본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는 종교가 가진 고유한 영역을 인정해야 하며, 기본권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종교기관이 비영리 단체인 것처럼 목회자도 경제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일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교회의 특수성과 종교자유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밖에 종교기관의 활동을 지역사회 봉사와 선교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종교인 과세’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신앙의 영역에까지 세금을 매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부의장은 “복음과 자비를 전파하는 신앙의 영역에까지 세금을 매길 정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취약하냐”고 반문하며 “재정 부족은 재벌 증세와 탈세 방지로 메우고 종교인 과세는 각종 세원 포착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일반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시각 차이에 따른 법적 논란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법적 소송과 위헌 여부를 떠나 논란이 심화될수록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모든 논란을 떠나 공은 이미 던져졌다. 헌법 제38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민의 4대 의무에도 납세의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무조건 세금을 거부하는 것은 당위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2년의 유예기간 동안 기독교계는 세금의 혜택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닌, 공익을 실천하고 효과적 선교를 위한 최선의 납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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