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일자리 1100개 만드는 교회 "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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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일자리 1100개 만드는 교회 "와 보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12.03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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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사역을 위한 필수 탐방지 인천 ‘해인교회’

160명 성도의 해인교회가 무려 1천여개 일자리 조성

대안경제 사회복지 사역에 도전하는 교회로 주목

노인, 노숙인 등 소외계층 위한 사역에 집중

인천 계양구에 자리한 ‘해인교회’(담임:김영선 목사)와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이사장:이준모 목사)은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일자리를 만들며 소외된 이들을 보듬어주고 있다. 내일을 여는 집은 해인교회를 기반으로 사역하는 지역사회 NGO. 부부 사이인 김영선 목사와 이준모 목사는 누구도 하지 않았던 디아코니아 사역의 길을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부터 지금까지 열어가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교인 수 160여명 정도의 해인교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일자리가 무려 1130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것도 노숙인, 쪽방주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자리라는 점에서 더 솔깃해진다. 

현장을 직접 보면 사역의 스펙트럼도 다양할 뿐 아니라 대안 경제적 차원의 새로운 시도들을 펼쳐가면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디아코니아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라면, 복지사역 현장을 탐방하는 것은 필수. 그렇다면 인천 해인교회는 보물상자나 다름없다. 

보물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기 위해 지난달 중순 해인교회를 방문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해인교회는 여느 동네 교회와 같이 친숙하다. 상가를 임대해 사용해온 교회는 몇 해 전에야 지금의 예배당에 입당했다. 다른 교회가 사용하던 처소로, 널찍한 앞마당도 있다.

푸드뱅크, 재활용센터 이름을 붙인 차량들이 여러 대 서 있고, 한켠에는 노인 분들의 이동수단들이 꽤 많이 주차(?)돼 있다. 노인들의 사랑방과 같은 교회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됐다.

이미 해인교회에는 교회와 노회, 학교의 탐방이 줄을 잇고 있다. 6주 전에는 캐나다연합교회 총회 임원들이 해인교회를 찾았다가 큰 감명을 받았고,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보통은 11시에 도착해서 1차로 사역 현장을 탐방하고,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일하는 ‘어머니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2차 탐방을 합니다. 마치고서는 보고 느낀 것을 나누는 세미나를 갖고 있죠. 조만간 해인교회 30주년을 기념해 탐방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개발하고, 교단 관계없이 신청하면 다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준모 목사는 ‘기독교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총괄본부장, ‘한기장 복지재단’ 사무국장까지 겸하고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하지만 새로운 사역을 도전하려는 교회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 목사는 이미 사회복지 탐방 루트를 개발한 셈이다. 사역이야기에 눈빛에 반짝인다. 

▲ 캐나다연합교회 총회장 등 대표단이 노인들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캐나다교회 대표단은 깊은 감명을 받고 고국에 돌아가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곧바로 논의하기도 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회복지 ‘아이템’ 
해인교회와 내일을 여는 집의 사회복지 사역의 중요한 특징은 단순히 주기만 하는 복지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분야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60%까지 감당하고 있다지만 재생산 혹은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계속돼온 과제였다. 그 모델을 일찍부터 만들어가고 있는 해인교회다. 

실직자와 노숙인들이 만든 전국 최초의 사회적 기업 ‘도농살림’은 각 지역에서 검증된 농산물들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체다. 규모는 작지만 노숙자들은 도농살림을 발판으로 자활의 꿈을 이루고 있다. 

도농살림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사회적 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 역시 노숙인 자활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관광서의 기관으로 시민들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이를 수리 해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근무자들이 부지런한 동작으로 도농살림과 재활용센터가 쓰는 1톤 트럭에 물건을 싣고 내리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당당하게 일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내일을 여는 집의 또 다른 주요 관심계층은 노인들이다. 노인들에게 위축되지 말고 우리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외치는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본지에 처음 소개한 후, 여러 매체에 의해 집중 조명된 폐지 줍는 노인들의 ‘실버자원협동조합’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전국에 약 175만 명. 실버자원협동조합은 노인들이 더 안전하게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돕는 이웃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최초 사례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 경제에 바탕을 둔 사역을 시작하려고 하는 교회에서는 배울 바가 적지 않을 듯하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인천계양시니어클럽에서 이준모 목사의 강의가 있기도 했다. 시니어클럽에서 노인들은 일자리와 관련한 정보를 배우고 있었다. 노인들은 출산가정 도우미, 지역아동센터 도우미, 숲 생태해설, 아파트 택배, 친환경EM 활용, 산림 지키기 등 각자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17개 사업단에 가입해 당당하게 수입을 얻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일부 정부와 지자체, 외부후원으로 감당하고 있으면서, 노인 스스로의 의지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도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에서 만난 70대 중반의 김 할머니는 “국가에서는 주는 지원금으로는 형편이 빠듯했는데, 단돈 몇 십 만원이라도 벌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며 현재 활동에 만족스러워 했다.

계양구청 맞은편의 ‘어머니밥상’ 식당도 38명의 계양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손맛을 발휘하는 사업장이다. ‘어머니밥상’ 노인들은 함께간 이준모 목사의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밥을 먹고 난 후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작전동 쪽에 있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 들른다. 이곳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우리 이웃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돕고 있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은 엄격한 자격이 필요하다. 음식물이니만큼 관리 또한 철저해야 한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일 노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반찬 나눔을 하면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있다. 

▲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은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인천 만석동 쪽방주민들을 위해 열린 합동 칠순 잔치, 계양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어머니 밥상’에서 식사하고 있는 캐나다연합교회 대표단.

쪽방주민, 노숙인과 동거동락
탐방단은 계양구를 벗어나 인천 동구로 이동하면 만석동 쪽방촌에 이를 수 있다. 일제시대에 조성된 인천항 인근의 쪽방촌은 오갈 곳 없고 의탁할 곳 없는 우리 이웃들이 살고 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어둡고 좁은 공간 안에 사는 사람들. 그들의 바로 옆에 내일을 여는 집의 쪽방상담소가 주민들과 동거동락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상담소가 운영하는 자활공동사업장에 매일 같이 나와 일하면서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쇼핑백도 만들고 장식을 붙이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훈훈함이 전해온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형편도 어려우면서도 수익금을 모아 또 다른 이웃들을 돕는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내일을 여는 집을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이 많아진 사례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내일을 여는 집’은 사역 초기부터 운영해온 노숙인 쉼터를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쉼터를 거부하는 노숙인들에게는 주거지도 임시로 마련해 재활 자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저소득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해인지역아동센터,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가족구성원들을 위한 가족상담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이사장 이준모 목사."식당을 하는 사람들도 성공을 위해서는 연구합니다. 사회복지를 하려는 교회는 지역사회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공을 위해 깊이있게 리서치하고 탐방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복지 연구해야 합니다”
해인교회와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이 어떻게 이처럼 많은 사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갈 수 있을까. 우리 교회에서도 가능할까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준모 목사는 교회 안과 밖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 지역 내 민관이 뜻과 역량을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고, 현재 어떤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남이 하지 않고 있는 복지 아이템을 선정해 그 일을 하면 됩니다.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도 교육을 잘 받아야 합니다. 잘되는 식당과 안 되는 식당의 차이를 연구합니다. 교회도 리서치하고 탐방해서 실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강조돼야 할 것은 성공적인 지역사회 섬김을 위해서는 희생과 열정이 투영돼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며, 그 누군가는 교회와 교인들이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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