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회가 아닌, ‘세워지는 교회’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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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교회가 아닌, ‘세워지는 교회’에 집중하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1.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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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한국교회 종교개혁 과제와 전망

역사 속에서 기독교는 500년을 주기로 종교개혁을 경험했으며, 선교 130여년에 접어든 우리나라에도 종교개혁 전야에 가까운 징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회는 기독교 2천년 역사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건을 130여년에 압축 경험했지만, 아직 진정한 종교개혁의 체험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종교교회에서 개최된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회장:신동명 기자)는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오늘날 한국의 종교개혁 과제와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감리교신학대학교 이덕주 교수는 이같이 강조하고, 무너지는 교회가 아닌 이 시대 알곡처럼 ‘세워지는 교회’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지난 20일 서울 종교교회에서 개최됐다.

#500년 주기로 ‘종교개혁’ 일어나

이날 이 교수는 “매일 기상예보를 통해 내일의 날씨를 체크하듯, 그리스도인은 말씀에 따라 때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현 한국교회의 모습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감신대 이덕주 교수

특히 그는 “성경과 기독교 역사를 읽다보면, 2천년 동안 두 가지 성전, 곧 ‘허물어지고 세워지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500년을 단위로 교회의 타락과 개혁이 반복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성경에서 허물어지고 세워지는 역사는 인간의 탐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벨탑이 무너진 사건 후에, 순종하는 노아를 통해 구원의 방주가 만들어졌다. 또한 기복의 제물을 바치던 모리아 산당이 허물어진 언덕에 희생의 제물을 바치는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졌다. 사치와 분쟁의 솔로몬 성전이 허물어진 뒤에는 회개와 성결의 스룹바벨 성전이 건축됐다. 그리고 탐욕과 허영의 헤롯 성전이 무너질 때 오순절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교회를 시작했다는 것.

이후 전개된 2천년 기독교 역사도 마찬가지다. 560년 ‘새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로마가 롬바르드족과 프랑크족에게 함락됐을 때 로마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하나님의 도성’으로서 로마가톨릭교회를 건설했다.

또 1054년 동·서 교회의 분열로 교회의 권위와 명예가 크게 추락했을 때 유럽에서는 클루니수도원을 중심으로 성직자들의 청빈과 순결, 복종을 회복하려는 개혁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타락을 극복하지 못했고, 마침내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개혁교회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 교수는 “무너지는 교회는 세속적인 교회로서 명예와 권력, 탐욕과 분쟁을 추구한 반면 세워지는 교회는 회개와 개혁, 청빈과 순종, 희생과 성결을 추구했다”며, “세속적이고 물질적이며 육적인 교회가 무너지면 성결하고 신령하며 영적인 교회가 세워진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2천년 동안 5백년 주기로 반복된 무너짐과 세워짐의 마지막 체험이 1517년 종교개혁이었다면, 그 후 5백년을 계산하면 2017년이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현대교회의 타락과 몰락은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사 안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근현대 한국사회가 ‘압축 고도성장’의 경제부흥을 이룩했듯 서구 기독교 2천년 역사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건을 한국교회가 130여년에 압축 경험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인 현상들이 5백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직전 중세 유럽의 가톨릭교회 안에서 일어났던 현상들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

이에 이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전야’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일부 대형교회의 사유화와 변칙적 교회 세습, 물질만능주의, 성직자의 윤리적 타락, 과시적 성전 건축, 십자가 신앙이 사라진 번영신학 등이 현 한국교회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세워지는 교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희망을 발견할 것을 조언했다. “무너지는 교회에 대해 반성하면서 동시에 세워질 교회에 대한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잘못된 한국교회의 허상을 철저하게 허물고 신령과 진정의 새로운 교회로 다시 세우시는 창조의 영이 우리 안에 임하길 더욱 기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

현 한국교회 1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교회 ‘안나가’는 성도들로서 ‘가나안성도’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시도됐다. 이들을 문제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신앙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1세기 새로운 ‘에클레시아’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성도들은 제도적 교회는 떠났으나, 신앙에 대한 진정적인 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교회가 가나안 성도들을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도록 도울 것을 요청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나안 성도들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다. 양 대표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회론이 재정립돼야 할 것”이라며, “연대, 자원, 네트워크 개발을 통해 이들 안에서 신앙의 진정성을 사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초대교회의 ‘에클레시아’가 대단히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것처럼 가나안 성도 공동체를 통해 한국교회의 미래를 새롭게 모색할 수 있다”며, 미래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 공동체로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어 그는 “가나안성도들은 자기의 신앙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다양한 신앙적 공동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큰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적 교회 공동체의 운영을 통해 한국교회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신의 뜻을 빙자해 혹세무민하고, 교인들을 종처럼 부리고, 자기실현의 욕구를 채우는 방편으로 이용하는 지도자들을 경계해야 한다”며, “교회가 건전한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세상의 빛’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 운영에 있어서도 독재적이고 중앙집권적 구조가 아닌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의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정 목사는 “교회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센터가 돼야 한다”며, “교회를 운영함에 있어 신의 뜻을 빙자한 독재적 요소를 잘라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교회 안에는 공동의회, 제직회, 당회의 3회가 있다. 교회는 모든 일을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체계를 기본으로, 함께 모여 의논하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교회를 마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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