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빚진 자 의식으로 ‘균등’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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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빚진 자 의식으로 ‘균등’에 나서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1.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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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기윤실 포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성서적 실천’ 개최

‘양극화’가 경제와 소득뿐만이 아니라 교육과 주거 등 한국사회 전반에서 큰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화평케 하는 교회의 역할이 강조됐다. 교회가 공동체를 위해 빚진 자 의식을 가지고 균등한 사회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

▲ 기윤실 2015 포럼이 지난 27일 오후 2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강당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성서적 실천’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사회 양극화와 평화에 대한 신약성서적 통찰’을 주제로 발표한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예수의 삶에 비추어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평화신학’에서 찾았다.

차 교수는 “일등과 꼴찌의 전복적 질서를 내다본 예수의 종말론적 희망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예수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자발적 가난을 강조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위해 받는 고난의 중요성을 십자가의 상징으로 설파했다”고 전했다.

특히 양극화에 대한 기독교적 대안으로 ‘에이레네’와 ‘샬롬’의 사상을 강조한 차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와 교회의 극성(極性)을 완화하는 사명을 진작해야 한다”며, “교회가 앞장서서 빚진 자 의식을 가지고 나눔을 통한 균등의 체제를 이루는 일에 빛을 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1세기 ‘평화신학’은 훼손된 생명을 회복시키고 분열되고 불화하는 제반 관계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일용할 양식 이상의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 진정한 샬롬의 공동체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고재길 교수(장신대)는 세계적 철학자 존 롤즈의 ‘정의론’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고 공동체적 자아의 윤리적 실천을 강조한 ‘기독교 정의론’의 확립을 요청했다.

고 교수는 “롤즈의 정의론은 차등의 원칙에 대한 평등한 자유의 원칙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의 문제가 충돌할 때 자유를 무조건적인 우선에 두며, 기회균등의 원칙과 사회적 약자의 배려를 위한 원칙이 충돌할 때도 공존한 기회균등을 더 우선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롤즈의 입장에서 개인은 상호무관심한 합리적 인간이다. 구성원 모두가 합리적 존재로서 자신의 이익은 극대화하고자 하나, 타인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것.

이러한 한계를 지적한 고 교수는 “기독교 정의론은 기독교 인간론에 근거해 공동체적 자아의 윤리적 실천을 강조한다. 이점에서 성서의 인간 이해는 롤즈의 인간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기독교 정의론의 기초가 공동체적 윤리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며 교만한 존재이고 인간의 사회적 실존은 집단 이기심의 부정성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인간의 본성을 바로 이해하는 성서적 인간론이 기독교 정의론의 기초적 내용을 이룰 것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성서적 차원에서 인간과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 교수는 “성서가 증언하는 태초의 인간 공동체는 상호간의 섬김과 사랑에 기초한 공동체”라며 “타자는 단순한 객체가 아니며, ‘하나님 또는 성령’을 통해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라며 인간의 공동체적 삶에 기초한 정의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그는 “이 같은 ‘기독교 정의론’의 기초를 견고하게 세운다면 한국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믿음과 결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제도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적 행동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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