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찜찜한 교회협 합류…헌장개정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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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찜찜한 교회협 합류…헌장개정안 부결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11.2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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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64회기 정기총회 최대 이슈, 반대가 더 많았던 이유는?

관심을 모았던 교회협 헌장개정안이 정기총회에서 격론 끝에 부결됐다.

지난 일 년 간 교회협에 대한 행정보류 상태를 유지했던 예장 통합은 이번 정기총회를 계기로 합류를 공식화했지만, 개혁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헌장개정안이 총대들로부터 외면받음에 따라 찜찜한 상태로 교회협과 같이하게 됐다.

헌장개정안은 지난 23일 서울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4회 정기총회에서 핵심쟁점으로 다뤄졌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64회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최대 쟁점이었던 헌장개정안을 다뤘다. 회의 전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지만, 표결 끝에 부결됐다.

낙관적 전망에서 그친 헌장개정안

임기 내 정년이 도래하는 김영주 총무의 중임에 반대하며 지난해 63회 정기총회에서 교회협을 이탈했던 예장통합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지난 수개월에 걸쳐 대화위원회와 제도개혁특위, 헌장위원회, 총무회의 등 다방면의 노력으로 마련된 헌장개정안이다. 그래서 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낙관됐다.

더구나 정기총회 직전 있었던 임시실행위원회에서조차 압도적인 표차로 헌장개정안이 채택된 만큼,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욱 싣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상이 불투명한 총무 인선의 교단순환제와 임원회 신설 등이 총무 권한을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돼 끝내 발목을 잡았다. 

임시실행위에서는 총무 교단순환제 등의 내용이 부실한 만큼 다음 실행위에서 더 신중히 논의해 상정하자는 개의안도 있었지만, 실행위는 제도개혁특위가 시간관계상 다루지 못했다는 시행세칙, 처무규정을 제외한 헌장개정안만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시행세칙에는 연합기관 회원수 재배정, 처무규정에는 총무 정년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기총회 모든 회무의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된 헌장개정안을 두고는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139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가 74표, 찬성이 64표, 기권이 1표로 오히려 반대수가 더 많았다.

헌장개정을 위해 필요한 의결정족수 3분의 2에 해당하는 94명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투표결과 발표 직후 예장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은 “교회협 제도 개선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다음 회기에도 제도개혁특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청원하며 투표 결과 수용의사를 밝히자, 총대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하면서 청원사항을 수락했다.

▲ 헌장개정안을 두고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개표 결과는 찬성보다 오히려 반대가 더 많은 결과가 나왔다.

왜 총대들은 헌장개정안을 거부했나.

헌장개정안은 교회협과 예장 통합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다.

이날 정기총회 현장에서 논란이 된 헌장개정안 조항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제7조 전 회계연도 회비 미납 교단에 대한 회원권 중지 ▲제11조2 임원회 신설 ▲제19조 총무 선임은 가급적 교단순환제로 하며 필요한 사항은 헌장세칙에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총무 임기를 4년 중임에서 5년 단임으로 변경하는 내용은 큰 논란 사항이 되지 못했다.

팽팽하게 토론이 진행된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위주로 한 반대측은 이번 헌장개정안 내용에 대해 우려를 강하게 역설했다.

감리회 전용호 목사는 “임의기구였던 임원회가 공식 조직이 될 경우, 총무는 임원회가 반대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총무 중심의 교회협 90년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개정이라지만 오히려 옥상옥 구조가 돼 시의적절하게 성명조차 발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역시 감리회 정지강 목사는 “헌장에 ‘총무 선임은 가급적 교단순환제로 하며’라는 애매한 표현이 담긴 것은 잘못”이라면서 “헌장개정안이 채택된 이후 시행세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홍정 사무총장은 “임원회는 실행위 위임사항과 총무와 총무회의에서 제안사항을 교단장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라면서 “회원 교단장 역할과 지역교회 토대가 약화된 측면에 대한 개선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무총장은 “이미 지난 역사에서 총무 선거로 인해 교단 간 불화가 있어왔다. 5년 단임, 교단순환제는 예측 가능한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배출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총대들은 상정된 헌장개정안이 미흡하다는 데 공감대를 더 갖고 있었다. 총무 선거로 인한 문제는 인정하지만, 총무 권한 약화에 따른 교회협의 정체성 약화를 더 염려했다. 

특히 교단순환제는 예측가능한 지도력 배출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예장통합, 기장, 감리회가 관례에 따라 총무를 배출하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가운데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개정안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세 교단에 규모가 작은 다른 교단들을 묶어 4순환제가 될 수 있다는 제도개혁위 논의 내용도 공개돼 총대들의 반감을 샀다. 교단 규모에 따라 총무를 선출하도록 하는 것은 에큐메니칼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세군 임헌택 사관은 “규모가 작은 교단에게 총무 선출 권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교단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양보했던 것일 뿐”이라며 헌장개정안이 어떤 가치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회협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번 헌장개정안이 교회협 개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오히려 헌장개정안에 공을 들였던 예장통합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은 가운데 개혁이 추진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회비 미납 교단에 대한 회원권 정지 논란은 64회기 임원 인선 안건을 다룰 때 불거졌다. 정관개정안에는 관련 조항이 담겼다.

지난 한해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교단은 행정보류 상태였던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하나님의교회 서대문측(기하성 여의도는 4차 실행위에서 탈퇴가 확정됨).

그런데 임원 명단에 회비 미납교단 인사들이 포함된 데 대한 한 총대원의 우려섞인 질의가 있었다. 이에 기하성 전 총회장 박성배 목사는 과거 교회협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 교단이 기여했던 바를 언급하며 “미납을 이유로 무조건 회원권 정지가 언급돼는 것은 서운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기하성의 교단회비는 63회기 1억3천5백45만원. 박성배 목사는 교단회비 납부를 잘 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교회협이 미납회비까지 예산안에 포함했다고 밝히고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심이다. 지난 4차 정기실행위에서는 기하성 여의도 이탈에 따라 실행위원수에 비례한 가운데 교단회비를 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예장 통합은 1억5천6백7십8만원 가운데 5천만원을 납부한 상태로, 교단 관계자는 나머지 교단회비도 납부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 이번 정기총회 개회예배에서 성찬예식 집례를 맡은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 채 총회장의 성찬식 집례는 통합측의 교회협 합류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측 내 에큐메니칼권 약화 우려

헌장개정안을 만든 제도개혁특위는 예장 통합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위원회 전부터 구성돼 있었다. 대화위원회가 진전된 결과를 내놓으면서 제도개혁특위는 예장 통합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가운데 헌장개정안 작업을 진행했다. 물론 다른 회원교단들의 제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헌장개정안의 결과는 부결이었다. 우려되는 점은 이 때문에 예장 통합 내 에큐메니칼 세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 내 반 에큐메니칼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들까지 나도는 가운데, 헌장개정안을 발판삼아 교회협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인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어 보인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의’, ‘평화’, ‘생명’를 위한 여러 사역들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기총회 개회예배에서 성찬예식의 집례를 채영남 총회장이 맡고, 대들이 대거 참석하는 모습에서 예장통합이 교회협과 합류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측으로서는 헌장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찜찜한 합류가 되었지만, 향후 대화와 타협, 연합과 일치 과정에서 더 진전되고 세부적인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고려한 회원교단들의 지원과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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