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구함
상태바
평화를 구함
  • 운영자
  • 승인 2015.11.18 0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어릴 적 부르던 복음성가에 이런 게 있었다. ‘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전쟁의 소문 더 늘어간다. 이 모든 인간 고통 두려움뿐 그 지겨움 끝없네’ 찬양은 경쾌한 리듬에 발랄했다. 그런데 가사는 아주 절망적으로 시작했다. 청소년의 때에 이 찬양을 부를 때면 이 언발란스한 상황이 어색했다. 그러나 박수를 쳐 가며 이 찬양을 부를 때면 우리는 신났던 것 같다.

지난 주말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다. 파리에서 IS 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 그 동안 꾸준히 충격적인 도발을 일삼았던 그들이 서구사회의 중심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파리를 공격해 들어간 것이다. 이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버금갈 만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주만 공습은 2차 대전의 방관자로 버티던 미국을 전쟁의 중심으로 이끌어낸 사건이었다. 당장 이 사건이 있은 지 이틀만인 지난 15일 프랑스는 IS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했다고 한다. 점점 세계에서 전쟁의 소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10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하니 보통의 숫자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시위와 관련해 과잉진압과 폭력시위라는 논란이 붙었다. 시위의 양태가 폭력적이었다는 시각과 함께 경찰이 과잉대응했다는 의견이다. 현재 SNS에서는 당일 시위현장의 기록이 떠돌고 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상에 빠진 이의 모습도 생생하게 나오고 있고, 시위대가 경찰버스로 세운 벽을 무너뜨리려 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특별한 의견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갈피를 잡기 힘든 측면이 있다. ‘민중총궐기대회’라는 이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는 낯설다. 솔직히 일반 소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무엇 때문에 민중이 총궐기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집회 때문에 전쟁 상황에 버금가는 진압이 있었어야 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오늘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IS의 끝없는 도발에 대해서는 그들이 더 이상 오판을 할 수 없도록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수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참수를 당하고, 같은 이슬람이면서 다른 믿음이라고 죽음을 당하는 일이 이 지구상에서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서로의 의견을 수렴해 갈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면 좋겠다. 정치가 국민들의 뜻을 수렴하고 정치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있으면 한다. 정치가 역할을 못하니 국민들이 자신들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광장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여당의 문제이지만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이 역할을 못해 주니 국민이 직접 의견을 내야하고, 합리적으로 대화가 안 되니 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며 솔직히는 많이 불편하다. 정치적 편견이 오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달하려는 생각과 달리 독자들의 해석으로 왜곡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벌써 우리는 자신의 의견으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재단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글의 진의나 의도를 읽기 보다는 이 글을 쓴 이가 내 편인가, 아니면 내 적인가를 판단하고 있다.

의견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페이스북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있다. 이미 자신은 어떤 입장인지를 진영논리에 맞춰 갖추어 놓은 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친구라고 해 놓고서는 그 의견이 다르다고 관계를 끊어 버리는 이들도 많다. 그러한 것이 단순히 온라인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실제적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성도와 목사로 만난 사람들이, 오랜 지기로 정을 나누던 사람들이, 선생과 학생으로 배움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현실 사회정치적 의견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나누고 헤어지는 경우들이 나타난다.

들어오며 소개했던 복음성가는 ‘그러나 주 여기 계시니 우리가 아들 믿을 때에 그의 영으로 하나 돼’라고 고백하고 있다. 전쟁의 소문만 늘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이 믿음은 유효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예수 믿는 우리들이 이 전쟁의 상황들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평화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