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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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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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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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종 목사 / 백석대학교 총장

지난주에 정부가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교과서를 기존의 검인체제에서 국정체제로 바꾸기 위한 확정고시를 하였다. 아직도 정치계와 교계와 학계를 비롯한 국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기존의 검인교과서가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이를 더 이상 다음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제 관심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역사적 사실에 충실히 입각하여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하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내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 만일 새로 만들어진 교과서가 기존의 교과서가 갖고 있는 동일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집필진의 책임은 참으로 막중하다.

사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가 때로는 대단히 선택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역사는 우리의 일상세계 안에 일어난 수많은 팩트(facts)와 사건(events) 중에 역사가들이 어떤 관점에서 선택한 것들과 그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처럼 사실 역사는 역사를 쓰는 사람의 선택과 해석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류와 편견을 지닐 위험이 매우 크고, 그런 점에서 역사가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한계와 위험을 알고 겸손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가 쓴 역사는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역사가 아닌 독단과 특정 이데올로기의 산물이 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를 1950년대와 60년대 세계 신학계를 움직인 독일의 신학자 불트만(R. Bultmann)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불트만은 기독교를 역사비평에서 제외시킨다는 목적으로 예수의 역사를 전하고 있는 복음서를 역사가 아닌 신화로 간주하였다. 또한 그는 예수의 탄생, 십자가의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독교의 존립 자체에 훼손을 가하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주장은 1960년대 말 역사의 중요성을 재발견한 그의 제자들에 의해 비판을 받고 무너졌다. 바라기는 이왕 국정 역사교과서가 쓰여진다면 두고두고 여러 세대에 전수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선택과 바른 해석에 근거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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