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나돗의 밭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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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나돗의 밭을 사자
  • 승인 200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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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88년, 유다 왕 시드기야 10년,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 18년, 예루살렘은 바벨론 군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이 때 예언자 예레미야는 궁중에 있는 시위대 뜰에 갇혀 있었는데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한다 고향인 아나돗에 있는 조카가 와서 자기의 밭을 사라고 할 것이라고 하신 것이다(렘 32:7).

조카가 와서 그와 같은 말을 할 때 예레미야는 땅을 사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인 줄 알고 정식 절차를 밟아 땅을 사고 그 증서를 토기에 담아 오랫동안 보존할 것을 서기 격인 바룩에게 부탁한다.

언제 성이 함락되고 파국이 닥칠 지 모르는 형편 속에서, 자기의 생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가운데 땅을 사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료한 음성을 들었기 때문에 이같이 한 것이다. “사람이 이 땅에서 집과 밭과 포도원을 다시 사게 되리라”(렘32:15).

지금 우리의 정황도 나라 안팎이 그 당시 못지 않게 혼란스럽다. 나라안의 경우, 다른 것은 그만 두고 갈등 1번지로 꼽히고 있는 교육계의 문제만 잠깐 보자. 교육은 나라의 근본〔國本〕이다.

교육계가 흔들리는 것은 나라의 미래가 흔들리는 것인데 이것을 알고서 이 추태를 부리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때 학교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교육부 장관의 독특한 교육정책이 적용된 학생들은 그 장관의 이름을 따 지금 ‘XXX 1세대’로 불리고 있는데 이들은 학력저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이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은 것인데 두고 보라, ‘NEIS Trouble 세대'도 틀림없이 형성될 것인데 이들은 지도층에 대한 불신을 특징으로 할 것이며 ‘XXX 1세대’ 보다 그 이름이 더 오래 전해지고 영향이 클 것이다.

예레미야 때에는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하였는데 우리는 북핵, 강대국들의 국가이기주의, 그 밖의 것들에 의해 이중 삼중으로 포위되어 있다. 보이는 것들에 의한 포위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한 포위가 더 무섭다.

그런 가운데에서 성장 저하, 신뢰 상실, 제도적인 압박 등 교회를 조여오는 보이지 않는 창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이 때, 우리도 아나돗에 있는 밭을 사자. 혼란 뒤에 있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자.

그 손길이 평화 새로운 질서를 이룩해 나가는 것을 보자. 문득,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어느 4층 골방에 숨어 쓴 안네의 일기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하늘을 우러러보면 모든 것은 정상으로 돌아가고 이 잔학함도 끝나고 평화와 정적이 세계에 깃들일 것을 나는 믿고 있다" 땅을 매입하는 절차를 끝낸 다음에 예레미야의 마음에도 의심과 허전함이 솟구쳤던 것 같다.

예레미야는 “슬프도소이다…”로 시작되는 긴 기도를 한다. 예레미야는 칼, 기근, 전염병이 예루살렘에 임하고 있음을 아뢰면서 ‘하나님께서는 밭을 사라고 하셨지만 이 성은 바벨론 사람들에게 넘기시지 않았습니까?’고 묻는다(렘32~25). 우리도 “하나님, 이 혼란, 이 불경기, 사스, 통일 문제의 제자리걸음, 이 답답함은 웬 일입니까?” 기도하고 싶다.

예레미야의 이 기도에 대해 하나님은 우상숭배의 큰 죄를 깨우쳐 주면서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백성들을 다시 불러모을 것이고 복을 베풀 것을 약속하며 크고 은밀한 일을 보일 것이라고 하고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나 보라 내가 이 성읍을 치료하며 고쳐 낫게 하고 평안과 진실이 풍성함을 그들에게 나타낼 것이며”(렘33:6) 우리는 이 말씀이 서울에서, 그리고 평양에서 이루어 질 것을 믿자. 그 때를 위해 밭을 사자. 바벨론 군대의 말발굽 소리, 포위 당한 성민(城民)들의 아우성 소리, 그 가운에서 들리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전14:33). 그 하나님이 펼쳐나가실 화평의 새 질서가 자리잡을 터전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도 아나돗의 땅을 사자. 그 땅 증서가 들어있는 토기를 보며 소망의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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