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데올로기 벗어나 ‘유목민적 삶’을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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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데올로기 벗어나 ‘유목민적 삶’을 결단하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1.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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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기념강좌, 김회권 교수 ‘구약을 통해 본 하나님 나라’ 강연

믿음의 선조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을 하나님의 약속으로 받았지만, 거류자로서 불안정한 삶을 보냈다. 이처럼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세상의 기득권과 주류이데올로기를 벗어나 ‘거류자’적 삶을 결단할 것이 제안됐다.

▲ 함께여는교회 종교개혁 기념강좌가 ‘구약을 통해 본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됐다. 강사로는 김회권 교수가 나섰다.

함께여는교회(담임:방인성 목사) 종교개혁 기념강좌가 ‘구약을 통해 본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김회권 교수(숭실대)는 우리의 최종적인 본향은 이 땅이 아닌, 하늘에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세상의 안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로 거류자적 삶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속의 땅인 가나안땅에서도 거류자로 살았던 아브라함의 삶을 조명한 그는 “아브라함의 생애는 하나님이 주신 항법장치(내비게이션)의 인도를 받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브라함의 향년 175년은 하나님의 도피성을 향한 인간의 진실한 고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독교 신앙의 여정은 본토 친척 아비집으로 대표되는 일차적, 혈연적 집안으로부터 전혀 낯선 땅으로 이주하는 것”이라며 기독교 신앙의 특징이 유목민적 이동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상이라는 흑암의 권세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진입하는 여정이라는 것. 그러나 그 중간 여정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혼란을 느낀다. 이는 믿음의 선조인 아브라함의 삶도 마찬가지.

김 교수는 “아브라함은 5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말씀을 듣고도 방황할 때가 많았다. 하나님의 지시와 명령이 때로는 너무 막연하고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라며 “신자의 실수는 우리의 결단과 자유의지를 존중하므로 단도직입적 명령을 자제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때문에 일어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단호하고 직접적인 명령이 없을 때는 영적 상상력과 창의적 모험에 돌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유목민적 이동성과 민첩성을 체질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아브라함은 장막생활을 결정했다. 이러한 그의 생활은 가나안 땅을 영구적으로 거주할 도성이라고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김 교수는 “아브라함도 롯처럼 성에 들어가 성 안의 보호와 안주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의 명령이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몰라 척박한 산지에 머물렀다”며 “그는 안정이 영적 죽음이며 영적 민감성의 상실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마저도 마치 이방인의 땅인 것처럼 잠시 거쳐가는 체류자, 거류자처럼 살았다. 히브리어로 거류자는 ‘게르’이며, 이는 땅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라는 뜻이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 자체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약속을 재산으로 여겼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땅 위에서의 삶을 무의미하게 봤던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공평과 정의의 원리를 비롯해 그 땅의 사람들에 무관심했다는 말이 아니라 그 땅이 주는 안락하고 편안한 기득권과 유익들을 거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브라함의 삶을 재조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방인의 삶을 택한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의 안락함은 거절했지만, 공평과 정의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아브라함은 불타는 소돔성, 남색과 빈부격차, 불법재판과 폭력이 판치던 소돔성의 남은 의인을 구해달라고 중보기도하는 중보기도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성장이데올로기에 물든 한국교회가 아브라함의 삶과 같은 거류민의 삶을 결단할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안정감이나, 성 안에서의 삶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 나라에 근사치적으로 접근하는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또 약속의 땅에서 살 되 그 땅에서 파묻혀 살지 않고, 언제든 하나님이 지시하는 땅에 나갈 준비를 갖춘 진정한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성령의 역동성이 있는 순례자적 교회의 모형을 강조했다. 그는 “주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려는 순례 여정에 있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세계를 향해, 이웃의 필요를 위해 가장 귀한 자산을 내어놓을 수 있는 교회가 성령의 부름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순례자적 교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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