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면 주민들이 반응한다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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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면 주민들이 반응한다 ‘즐겁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10.2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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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교회 목회, 이렇게 해보자(2)

‘작은도서관’ 운영으로 지역 아동 품기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는 ‘바자회’ 운영

 

교회가 건강하게, 제대로 자리잡고 성장하기 위한 키워드는 두 가지. ‘지역’과 ‘관계’다. 교회가 있는 곳이 바로 지역이고,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목회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상도제일교회 조성민 목사는 “대한민국의 99.9%가 지역 교회”라며 그 특성을 규정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했으면 좋은지’를 물어보라”고 말한다.

# 관계 형성을 위한 ‘지속성’ 유지

안양 신광교회(담임:김문건 목사)는 ‘지역에 돌려주는 교회’를 지향한다. 시간을 길게 잡았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그 해답. 충분한 기간 동안 지내면서 지역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한 일들을 진행했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지속성 유지가 관건. 근처에 있는 안양대학교를 염두에 두었다. 안양대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과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 김 목사와 신광교회는 꾸준히 오래 하되 과하지 않게,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 교회와 지역사회가 공존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갖고 있는 것들을 돌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성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난치병 아이들을 만난다. “비록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간다.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몰래 산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교회 목사님 가정과 근처 학교의 학생들, 타 교회 교인들이 한데 어울려 축제처럼 즐겁게 다닌다”고 설명한다.

김 목사는 동네와의 접촉점을 아주 사소한 곳에서 찾는다. 바로 ‘단체 줄넘기’.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교회 밖을 돌보는 게 주일학교라는 영국의 교회학교 이야기에 착안했다. 동네 잔치처럼, 누가 하는지도 모르게 시작한다”고 말한다. 놀이터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찾아가면 어느새 긴 줄 안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바자회’는 어렵지만 기쁨으로 진행하는 것 중에 하나다. 김 목사는 “거침없이 시작했다”고 표현한다. 신광교회 교인보다 주민들이 많았지만 외부 사람들로 넘쳐나는 게 바로 진정한 바자회. 말 그대로 거침없이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를 찬양하면서 시작했다.

주민들은 전도지는 버려도 바자회를 알리는 전단은 버리지 않았다. 전도와 바자회를 동시에 잡는 것이었고, “세상을 향해 ‘교회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당당히 외치는 것 자체가 전도요 바자회”라고 김 목사는 강조한다. 바자회는 1년에 두 번 열린다. 완전히 동네 잔치로 자리잡았고, 판매할 물품을 수집하는 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신광교회의 살림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수익금이 손에 들어오자 여러 생각이 났다.” 솔직한 표현이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꼭 반이라고 했나? 굳이 그리 많은 액수를 반이나 아프리카에 보내야 하나?”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보란 듯이 주일 낮 예배에 아프리카 선교사를 초청해 모든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선교헌금을 전달했다. 그것도 기존 교인이 아닌, 바자회 때 수고한 새신자, 아직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새 성도가 전달했다.

#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

신광교회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첫 걸음이면서, 동네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그리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 동네 슈퍼마켓 사장을 만나 이야기했더니 마음껏 쓰라며 책장을 흔쾌히 기증해 주었다. 여기서 소통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고, 토요 독서 토론 모임도 열었다. 흥미로운 것은 불교 신자인 식당 주인이 토론 교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는 것.

▲ 교회가 갖고 있는 것을 그 지역에 돌려주면 주민들은 즐겁게,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김문건 목사가 무엇보다 애정을 쏟는 것이 있다. ‘이야기 들어주기’. 도서관에 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을 찾는 아이들 중에 집에 가는 걸 싫어하는 아이가 몇몇 있었다. 그렇다고 책 읽는 게 집에 가는 것보다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김 목사는 ‘그럴만한 이유’에 집중했다.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상담하다가 이제는 점차 심층 상담의 ‘아이들 이야기 듣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바자회, 아이들 이야기 듣기, 난치병 몰래 산타를 비롯한 지역과 동행하기가 계속되자 한 가정 두 가정 교회를 찾고 예배에 참석하는 가정들이 늘어났다. 김 목사는 “전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당연한 결과로 인해 주일에 예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에 돌려주면 주민들이 반응한다. 그것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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