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짜리의 기적’은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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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짜리의 기적’은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10.2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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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의 53호 착한 식당
▲ 가장 좋은 국내산 콩으로 가장 적당하게 삶아 콩의 단맛을 우려내 가장 좋은 국수로 콩국수를 만들어 별 다섯 개짜리 ‘착한 식당’에 선정된 장덕권 안수집사. 가난했던 어린 시절도, 장암에 걸렸던 몇 년 전에도, 항상 주님의 도우심으로 살아왔다는 그는 요즘 착한 식당으로 소문나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가장 매상이 좋을 토요일, 주일은 가게 문을 닫고 교회를 섬긴다.

옥합콩국수 주인 장덕권 안수집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옥합’을 치면 자연스럽게 ‘콩국수’가 따라붙는다. ‘옥합콩국수라니?’ 비신자들에겐 낯선 이 말이 요즘 뜨는 이유가 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있는 ‘옥합콩국수’집 때문이다. 

지난 9월, ‘먹거리X파일’로 유명한 한 방송사가 이 집을 ‘착한 식당’ 53호로 지정했다. 착한 식당 중에서도 완벽한 식당에게만 주는 별 다섯 개를 주었다. 그 위력은 대단했다. 전국 각지에서 ‘착한 콩국수’를 맛보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은 콩국수 맛을 보기도 전에 깜짝 놀란다. 불과 6평 밖에 안 되는 작은 가게. 그나마도 절반은 주방이고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은 고작 3평. 테이블 서너 개가 전부다. 게다가 개업한지 5개월밖에 안됐다. 이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며, 역사도 깊고 번화한 곳에서 영업하는 유명한 식당들이 부지기수일 텐데, 어찌 이 6평짜리 가게가 별 다섯 개를 받았을까?

 

쉽고도 어려운 ‘착한 콩국수’
“기적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불러요. ‘6평의 기적’이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겁니다.” 

이곳 주인장 장덕권 안수집사(영락교회)는 그 모든 덕을 하나님께 돌린다. 그의 겸손한 대답에서 좀 더 들어가 봤다. 개업한 지는 5개월밖에 안됐지만, 그 전에 2년 가까이 최고의 콩국수를 만들기 위해 흘렸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어머니가 자주 콩국수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익숙한 맛이고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콩국수 식당을 하게 됐죠. 또 제일 만만하잖아요. 단순하고. 콩만 가지고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식당에 맞는지 검증하겠다고 하셔서, 제가 그랬어요. 보여드릴 게 없다고요. 콩국수 갈아서 소금 넣고 끝. 이것 뿐이거든요.”

그의 말을 들으면, 참 쉽다. 그러나 단순한 게 사실은 가장 어렵다. 좋은 국산 콩을 알맞게 갈아서, 좋은 국수를 넣어,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좋은 맛을 낸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착한 식당 검증단이 전국을 돌며 검증한 결과가 그렇다. 

우리나라 콩 자급률은 겨우 10% 미만인데 식당마다 ‘국내산’을 쓴다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아예 콩을 갈지도 않고 정체불명의 콩가루로 5초면 뚝딱, 콩국수를 만드는 가게도 적지 않다. 

“저도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착한 콩국수를 만드는 건 너무 쉽습니다. 좋은 우리 콩 가져다가 잘 갈아서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저도 식당 열기 전에 여기 저기 다녀봤는데, 중국산을 갔다 쓰든가, 아니면 물을 타든가, 그러더라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콩국수 연구를 마치고 그만의 레시피를 완성한 후에 학원을 한번 다녀봤다. 미안한 말이지만 배울게 별로 없었다. 물을 타든지, 조미료를 넣든지, 색소를 치라는, 비법 아닌 ‘비법’에 어안만 벙벙해졌다. 

그냥 콩만 잘 갈아도 맛있는데, 조미료 넣지 않아도 맛있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그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단다. 그는 좋은 국내산 콩만을 삶는다. 비법은 끓이는 시간에 있다. 콩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단맛을 우려낼 수 있는 시간까지만 끓여야 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그만의 노하우다. 

 

매상 가장 좋을 주말은 문 닫아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했지만 결국은 하나님이 인도하신 거죠. 그런 일이 많았어요. 가게 터를 찾을 때에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막상 여기를 얻고 보니까 주변이 괜찮은 곳이더라고요. 콩도 그래요. 좋은 콩 찾아 헤매다가 마지막에 어떤 노인 분께 샀는데 참 좋은 안동 콩이었어요. 국수도 100% 태양열로 만드는 가게를 찾았는데, 그 가게도 시골의 작은 곳이었거든요. 하나님이 인도하시지 않았더라면 연결될 수 없었습니다. 그 가게도 지금 유명해졌어요.”

맛있는 콩국수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지인 중에는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운 경험이 전혀 없는데 정비소를 운영한 친구가 있었다. 그가 물었다. 어떻게 했냐고. ‘차 고치는 기술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지.’ 그 친구 대답이었다. 그땐 믿어지지 않았는데, 식당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제게 손맛을 주세요.’

사실 시작부터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 원래 그는 인쇄소를 경영했다. 잘 운영되던 인쇄소가 세종시 여파로 굵직굵직한 거래처가 다 내려가는 바람에 어려움을 맞게 됐다. 하나님이 그에게 급한 마음을 주셨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창업에 도전했다. 만약에 그때 시련이 없었더라면 오늘 그의 자랑스러운 ‘옥합콩국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기를 통해서 하나님은 그에게 새로운 길로 인도하셨다.

“식당 이름이 특이하다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세요. 처음 가게 이름을 뭘로 할까 기도하면서 고민하는데 ‘옥합’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다 반대했어요. 국수집 이름으로 안 어울린다고요. 그래서 ‘만나’라는 이름을 비롯해서 많이 권해줬어요. 사업자 등록하기 위해 서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름은 맘에 안 들어요. 그래서 그 앞에서 그냥 ‘옥합’이란 이름으로 결정했죠.”

간판을 달고 보니 딱 어울렸다. 흔치 않는 이름에 사람들의 호기심도 더 커졌다. 종종 그의 이런 우직한 고집은 다른 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토요일, 주일은 식당 문을 닫는다.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작은 공간이라서 빨리 돈을 벌어 큰 데로 가야 하는데, 가장 매상이 좋을 주말에 그는 칼같이 문을 닫는다. 주일날 쉬는 거야 이해가 되지만, 토요일까지 쉬는 이유는 뭘까?

“제가 영락교회 안수집사라서 좀 맡은 일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전도폭발훈련 팀장을 맡고 있는데 그 일을 토요일 날 합니다. 그래서 토요일은 문을 아예 닫고요. 주일은 더더군다나 하루 종일 교회 일로 바쁘죠. 새신자부에서 신앙기초반을 맡고 있고요. 그 전엔 교회학교 교사를 25년 정도 했지요. 덕분에 교회에서 상도 주셨어요.”

▲ 지난 9월 ‘먹거리X파일’ 프로그램에 출연한 착한식당 53호 ‘옥합콩국수’ 사장 장덕권 집사와 아내.

콩국수같이 착한 신자 되기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정직한 콩국수를 만들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가게 문을 열고 콩과 씨름을 한다. 점점 만드는 콩 양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은 새벽 3-4시에 귀가한다. 잠깐 누웠다가 다시 나오는 형편이다. 토요일, 주일은 또 그렇게 가게를 닫고 온전히 교회를 섬기는 일이 피곤할 것 같은데, 그는 행복하다.

“몇 년 전에는 장암에 걸렸어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의사가 환부를 보여주는데 암 덩어리가 너무 큰 거예요. 놀랐어요. 의사가 보고 고개를 돌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이 고쳐주셨어요. 저는 감사한 간증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아내 이은영 집사와 함께 교회 봉사하는 게 제일 즐겁습니다.”

그가 정성껏 만든 콩국수 한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말 착하게 생겼다. 거기 화려한 고명이나 뽐낼 그 무엇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콩물에 국수만 다소곳이 앉아있다. 순수하고 정직하다. 단순한 음식이지만 그러나 콩국수의 맛과 영양은 어느 비싼 음식에도 꿀리지 않는다. 이 콩국수 한 그릇에서 크리스천의 삶을 발견한다. 

매일 아침마다 그는 이렇게 기도한다. ‘오늘도 손맛을 주셔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예수님께 옥합을 깨뜨려 쏟아 부은 그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콩국수 한 그릇. 이 음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주님의 사랑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콩 앞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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