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필요하세요?” 하고 먼저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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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필요하세요?” 하고 먼저 물어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10.2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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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교회 목회, 이렇게 해보자(1)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다짐’ 마련

교회와 지역 간 ‘윈윈 전략’ 필요

 

“10년 전에는 개척 성공 확률이 2%였지만, 실제 해보니까 1%밖에 안 되더라.” 7년 전부터 전국의 기관, 교회들과 네트워킹하면서 작은 교회들을 돕는 사역을 전개해왔던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의 말이다. 개척 성공 1% 시대의 작은 교회 그리고 중형 교회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글로벌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교회는 삶이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면서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고, 위로해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담임목사부터 동네 슈퍼 이용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인근에 있는 상도제일교회. 2007년 12월 이 교회에 부임한 담임 조성민 목사는 가장 먼저 ‘지역주민들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저 다가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선물을 놓고 돌아 나오는데 참 씁쓸했다. 교회에 대한 안 좋은 마음들이 있어서 담임목사까지도 미워 보였던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의 이미지가 부족했다’는 결론은 내렸다.

지역주민들을 만나 직접 물었다. “뭐가 필요하세요?”, “교회가 뭘 해주면 좋을까요?” 간곡하게 묻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주차장을 열어주면 좋겠다”, “지역의 상점을 이용해 달라”, “교회가 종교적으로 너무 닫혀있거나 독선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대답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것을 기초로 ‘지역사회를 향한 우리(성도)의 다짐’을 만들었다. △상도동의 상권이 회복되도록 지역 상점을 이용하겠습니다 △상도제일교회가 있다는 것이 지역주민의 기쁨이 되게 하겠습니다 △교회 모임시간 이외에 주차장을 개방하여 지역주민의 자랑이 되겠습니다. 구호로만 끝나지 않았다. 주일 예배시간에 교육시켰고, 심야 기도회 때 지역사회를 향한 기도 제목으로 삼아 성도들과 함께 기도했다.

지금 조 목사는 집 근처 슈퍼마켓 세 곳을 돌아가면서 이용한다. “큰 마트 같은 곳에 가면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이왕이면 근처 상점을 이용하자고 설득했다. 그리고 나부터 실천했다.” 담임목사의 지역 상점 이용은 파급력이 컸다. 이후 소문이 달라졌다. 상도제일교회에 대한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상점을 지나가면 인사도 받지 않았던 주인들이 먼저 보고 인사를 했다.

▲ 교회가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필요를 묻고, 공급하며,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는 곳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전도보다 ‘이미지’에 주력

‘이미지 영향력 확대’는 큰 교회, 작은 교회 모두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상도제일교회는 교회 근처에 있는 지하철 7호선 숭실대 입구역에서 ‘지하철 질서 캠페인’을 전개한다. 한 달에 한 번. 20일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타난다. 굳이 “교회에 다니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하루 되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파이팅!”하고 외친다.

지하철 질서를 위한 캠페인도 빠트리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우측통행 하세요’,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으면 오히려 “어느 교회에서 나왔어요?”라는 반가운 질문이 되돌아온다. 조 목사는 “교회 이름을 표시하지 않아도 교회에서 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라고 말한다.

5월에는 꽃으로 지하철 계단을 꾸민다. 하루 수천 명이 오르내리는 계단에 예쁜 꽃이 핀 화분들을 놓아두자 “참 좋은 일 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사람들이 다가왔다. 5월이 지나면 이 화분들은 지하철역 구내 화장실과 복도로 옮겨간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되면 지하철역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꽃도 달아드리고 사탕과 차를 대접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숭실대학교 학생들을 위해서는 삼각김밥을 만들어준다. 매주 수요일 새벽기도 후에 청년들이 모여서 밥하는 것에서부터 마지막 삼각 비닐을 입히는 것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모두 3백 개를 만들어 전달한다. 조 목사는 “처음에 봤을 때 정말 신기했다. 나누어주기 전에 우리 청년들이 모여 기도하고 서로 축복하게 하는 것을 숭실대 학생들이 보게 한다. 꼭 예수 믿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된다”고 말한다.

조성민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세 가지로 집약한다. △그들을 직접 만날 것 △그들의 필요를 들어주고 채워줄 것 △교회와 지역 간에 윈윈(Win-Win) 전략을 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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