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온 루터, "십자가의 복음 어디로 갔나 "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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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온 루터, "십자가의 복음 어디로 갔나 " 개탄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0.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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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가 루터가 말하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5가지 개혁과제’

탕탕탕!, 1517년 10월 31일, 당대 가장 권위있는 신학자 마틴 루터(1483~1546)는 비텐베르크 성의 교회 문에 당대 로마 가톨릭교회를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붙였다. 당시 로마 교황의 권위는 황제를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으며, 죄의 사면을 위해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 성도들에게 잘못된 구원론을 전파했다. 그러나 면죄부의 부당성을 지적한 루터는 죄는 금전이나 ‘고해성사’ 같은 교회의 권위를 통한 회개가 아니라 진정한 영적 회개로만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오늘날, 루터가 살아난다면 한국교회를 향해 어떠한 개혁의 과제를 던질까. 한국교회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개혁가 루터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21세기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에 알맞은 개혁의 과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따라 본지는 한국교회의 갱신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살폈다.

1. 한국교회의 ‘물량주의’

중세 말 가톨릭교회에서 ‘면죄부 판매’가 횡행한 것은 일정한 헌금을 통해 죄를 사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상에 근거했다. 당시 면죄부 판매와 선전을 책임진 신부 테첼은 “헌금이 상자 속에서 찰랑 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죽은 자의 영혼은 지옥불 속에서 뛰어 나온다”는 설교로 면죄부 판촉활동을 벌였다. 영혼 구원의 목적이 아닌, 교황청의 부 축적을 위해 잘못된 신앙관과 교리를 퍼뜨린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단시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성공주의와 번영신학에 사로잡혀, 복음의 본질을 잃고 세속적인 신앙 행태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지나친 교파 간 경쟁과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외면한 채, 물량만을 내세운 교회의 선교활동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교세 확장과 외형적 성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성도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개혁 498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가 세속주의에서 벗어나 십자가의 영성으로 무장할 것을 촉구한 한복협 대표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는 “‘세속화’와 ‘인간화’와 ‘분열’로 치닫고 있는 한국교회가 힘써 개혁하고 갱신해야 할 일은 첫째로 세상과 돈, 쾌락과 명예를 사랑하는 모든 죄악을 처절하게 회개하는 일”이라며, “가난과 고난, 약함과 아픔을 몸에 지니려는 ‘십자가의 복음’으로 무장할 때 한국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 목회자 ‘윤리’ 회복

중세교회의 근본적 문제는 성직교육의 부재와 성직자의 양산이었다. 성직자의 과다한 배출은 성직자의 지적, 영적, 도덕적 수준을 저하시켰고 성직자들의 권위와 신뢰를 상실하게 했다. 루터는 1520년 당시 종교개혁자들의 뛰어난 저서들 중에서도 ‘독일 귀족에게 고함’의 저서에서 로마 교황청의 특권과 사치, 지나친 세제 등을 비판했다.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성직자 타락에 있듯 목회자의 개혁이 한국교회의 개혁의 주요과제로 제시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게 된 데는 교회 세습, 성직자 납세, 목회자 성 문제, 논문·설교 표절시비 등 목회자 ‘윤리’ 문제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 목회자 양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으로 인한 무분별한 신학생 배출로 인해 목회자 자질문제, 목회지 부재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회연구원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는 “오늘날 목회자의 재정비리, 성적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노회나 총회가 자정적 노력을 하기는커녕, 소비적 논쟁이나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며, “심각한 부패의 수렁에 빠져있는 한국교회가 더욱 목회자에 대한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성화를 포함한 ‘칭의’를 가르치는 것이 종교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3. ‘만인제사장직’의 회복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지금, 루터가 교회 개혁의 모토로 내세운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은 개신교회의 중심교리로 자리 잡았지만 ‘만인제사장’에 대한 부분은 의미가 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회 내에서 목회자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 하고, 성직자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거나, 그를 세운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집중된 강력한 권한은 담임목사가 교회 내 모든 기관들의 장을 장악하고 각종 회의의 운영권을 독점하거나 재정적 부패 등의 각종 폐해를 불러왔다.

또 ‘성직주의’의 강조는 성과 속을 분리하는 이원화된 신앙을 야기했다. 만인제사장설은 성직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과 직업 모두가 거룩한 소명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오늘날 교회는 ‘교회 안’의 신앙만을 강조하고 세상 속의 직업과 일에 대한 소명을 속된 것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교훈이 ‘성직주의’ 타파에 있다고 역설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만인제사장설을 강조한 종교개혁의 주요과제는 가톨릭교회의 엄청난 위계질서와 성직주의의 타파”라며, “오늘날에도 성직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목회자를 둘러싼 각종 윤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상에서의 신앙 실천 강조도 만인제사장직에 대한 종교개혁의 전통”이라며, “‘교회 안의 헌신’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가르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4. ‘이신칭의’의 바른 전파

루터는 당시 가톨릭교회가 인간의 선행을 구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이신칭의’를 강조했다. 믿음이 구원의 전제조건이지, 선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믿음의 열매로 동반하는 이웃과 사회를 섬기는 선행을 강조하지 않아, 값싼 은혜만을 전파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홍정길 목사)은 지난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5점 척도를 기준으로 2.62점에 불과했다.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24.8%)’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교회 교인들의 교회 안과 밖이 다른 삶은, 비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의 전파를 막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일웅 교수(총신대 직전총장)는 “본래 ‘이신칭의’란 믿음의 열매로서 선행이 반드시 뒤따르는 ‘행동하는 믿음’을 의미한다”며, “이제부터라도 ‘이신칭의’에 대한 잘못된 신학적 설명과 오해를 바로잡고 이제부터라도 행동하는 믿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선행이 구원의 선결조건이 아니라, 믿음의 열매로서 이웃과 공동체를 망각하고, 행동 없는 믿음만으로는 결코 구원에 이르지 못함을 깨우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가 탄생했지만, 루터가 원하는 것은 교회의 갱신이었지 새로운 중세교회의 탄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분오열된 한국교회의 현실은 루터의 종교개혁 본연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다. 2011년 문광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신교회는 232개 교단에 이르며, 이 중 장로교 교단은 180곳에 해당한다. 신학적 논쟁으로 인해 시작된 분열은 교권주의 교단이기주의로 첨예한 분열과 갈등을 겪게 됐다. 최근에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들마저도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면서 이단문제와 각종 사회 현안 앞에서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목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서현교회)는 “한국교회는 좌우나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함께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극히 위험한 형편에 처해 있다”며, “개교회가 가진 보편성만이 아니라 연합체의 권위가 확보돼야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각 교단이 가지고 있는 신앙을 존중하면서 한 지붕 아래 서로 협력해 교회 갱신과 연합을 이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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