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복음적 통일은 갈등 극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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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복음적 통일은 갈등 극복에서 시작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10.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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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먼저다’ 결산 좌담회 (하)

기독교연합신문은 올 한해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화해가 먼저다’를 주제로 기획특집 기사를 연재해 왔다. 우리 안의 화해가 없이는 통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전망하고 기획된 것이다.

본지는 통일사역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갖고 그동안 연속기획에서 논의된 바를 되돌아보았다. 탈북자 출신의 목회자 마요한 목사와 교회 통일사역 전문가 김영식 목사, 남북관계 연구자이자 인도적 지원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윤은주 박사가 좌담회에 함께했다.

지난주는 ‘화해의 의미’와 ‘교회 안에서의 이념적 갈등극복 방안’, ‘대북 인도적 지원’, ‘교회 통일교육’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번 호에서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 ‘광복 70주년 한국교회 사역 평가’, ‘대북정책’, ‘복음적 통일’ 등의 주제로 실었다.

▲ '화해가 먼저다' 결산 좌담회에 함께한 패널들은 남북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안의 갈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마요한 목사, 김영식 목사, 윤은주 박사.

탈북민들을 ‘미리 온 통일’이라고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 탈북민들이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남한 교회는 탈북민들과 어떻게 동행해야 하나?

마요한 : 민족이 다르면 차라리 이질성을 인정하기라도 할 텐데, 동족인데도 외국인처럼 여기니 탈북민들이 더 힘들어한다. 북한에 태어났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먼저 다르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니 마음에 벽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북한 주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이미지는 오히려 통일의 걸림돌이다.
물론 탈북민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스스로 삶의 형질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우리와 조금 다르구나 하고 탈북민들을 바라본다면 조금 쉬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영식 : 지속적인 캠페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통일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무성하다. 통일부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정한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실향민은 한번도 차별받거나 타자화 된 적이 없다. 탈북민들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본다.
탈북민들은 지금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를 동일하게 겪은 세대다. 북한 체제를 경험하고 1995년 고난의 행군기를 경험했다. 우리는 탈북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통일 이후의 삶을 먼저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2015년이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라는 역사적 의미에서 한국교회 안에서는 통일과 관련된 행사와 다양한 담론들이 있었다. 이 시기를 패널들은 어떻게 보았나?

윤은주 : 사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통일교육 등에 있어 한국교회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우리는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시대적 소명을 안고 한국교회가 여러 행사를 개최했던 에너지는 소중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에너지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 주체들의 역량을 모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물꼬를 마련하는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영식 : 통일 방안과 같은 소프트웨어 없이 행사와 같은 하드웨어가 많았던 것 같다. 몇몇 교단들의 경우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비전문가들이 모여 전문성이 결여된 논의가 많았다. 전문적인 사역을 해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놓쳤던 주제를 깊이 다룰 필요가 있다. 또 올해는 중첩되는 행사가 너무 많았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다.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정책은 어떠해야 하며 교회는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가?

윤은주 : 북한이 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수많은 제재 속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할까를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서로 군사훈련을 멈추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수교를 하자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체제 안보 때문이다. 북한이 인권문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역시 체제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국교회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평화체제를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시진핑 체제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북한의 도발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 북한을 편들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현상을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적 통일을 위해서라도 한국교회가 나서 평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마요한 :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김정은 체제의 유지다. 북한은 체제 골격인 수령중심주의가 깨질 것을 우려해 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적절한 방법과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을 압박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면 북한을 뚫을 수 있다. 개성공단 같은 것이 남포, 나진, 선봉 등에 많이 만들어지면 통일이 가까워지고 북한 주민의 변화를 이끌어내 통일의 문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우리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김영식 : 통일이 되더라도 지금의 진영갈등이 봉합이 안 된다면 더 큰 일이 날 수 있다. 북한보다 우리 안의 갈등이 너무 심하다는 점에서 사고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수나 진보가 아닌 상식의 문제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세대인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계획에 주목해 기도하면서 우리 안에서 진정한 통일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서 ‘복음적 통일’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복음적 통일’은 무엇인가?

마요한 : 북한의 문이 열리면 지금의 교단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겠지만 가시적 성과를 목표하는 사역은 자제돼야 한다.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 북한을 회복시키는 결론이 아니다. 북한에 세워질 교회는 건강해야 하며, 열방을 향해 나갈 준비된 교회여야 한다. 건물로서 교회가 아닌 초대교회와 같은 교회들이 가정에서부터 회복하는 것이 복음적 통일이다. 제도적인 통일은 진짜 통일이 아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복음적 통일이다.
김영식 : 북한에 교회가 많이 세워지는 것만이 복음적 통일은 아니다. 유다와 사마리아의 갈등에 대한 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복음적 통일에 대한 성경적 개념을 알 수 있다.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신학자, 선교사들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가진 성도들이 언제든 통일이 되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복음적 통일을 향한 실체라고 본다.
윤은주 : 1990년 중반에 한창 북한교회 재건운동이 있었다. 당시 이미 북한 복음화를 위한 창구를 단일화 하자는 좋은 방법론이 나왔다. 초기 선교사들이 했던 접근방법과 경험들을 통해서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 교단과 단체들도 북한을 돕는 좋은 활동들을 많이 했다. 이미 논의는 현장에서 극복된 것이라고 본다.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복음이라면 북한과 어떻게 화해하고 갈등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한국교회는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윤은주 :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시대마다 중요한 이슈를 감당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하나님의 사랑에 빚진 자로서 어떤 기관보다 노력해왔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보편적 인권과 사랑, 화해를 향하려고 하는 한국교회는 여전히 희망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정권에 상관없이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 남남갈등을 극복할 대안을 교회가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통일 담론은 우스워질 것이다. 먼저 대화하고 역사적 자원을 통합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본다.
김영식 : 예수님이 오늘날 한반도에 오신다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는 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분단의 상처를 가진 아버지 세대들은 통일을 담아내기에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다음 세대에게 통일에 대한 소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통일은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담아낼 새로운 부대가 교회이고 성도들이다. 신학교와 교회에서 이 사람들을 길러내는 운동을 하길 바란다.
마요한 : 광복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내 많은 운동이 일어났다. 한국교회 안에서 보수는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하고, 진보는 대북 지원을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아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통일은 서로가 인정하고 포용할 때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 서로 인정, 격려, 포용할 때 건강한 통일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정리 = 정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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