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불편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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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불편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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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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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1980년대 후반, 정확히는 1989년으로 기억되는데, KBS에서 <2020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를 방송했습니다. 그 당시 성인이었던 필자가 이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그 당시 나왔던 보통의 만화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스토리와 영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30년 뒤였던 2020년을 상상하고 만들었던 만화로, 탐사용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너머로 나갔다가 실종된 아버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기계문명과 맞서 싸우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이 당시 사람들은 30년 뒤의 미래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여 우주를 마음껏 오가는, 편리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과학문명이 어쩌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이 만화영화가 그리고 있는 2020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그 예측대로 되고 있을까요? 우선 만화영화의 예측보다는, 현대 과학문명이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기는커녕, 이제서야 무인 우주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과학문명이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만 해도 날씨 좋은 가을에 공원을 가면, 독서하거나 자연을 보며 대화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한 몇 년 전부터는 게임이나 SNS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인간관계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작은 화면 속에 담긴 자기만의 세계만 보다 보니, 대화는커녕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비정한 관계’가 많아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다 보니, 자기의 욕구를 방해하는 사람에게 죄의식도 없이 보복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과학문명이 가져다 준 편리함의 노예가 된 결과, 우리 세상은 이처럼 비인간적이고 약육강식이 득세하는 ‘정글’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창조하셨을 때 바라셨을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다시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과학문명이 약속한 ‘편리하면 행복하다’는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서, 느리고 불편한 시간으로 한번 되돌아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TV나 스마트폰에 나오는 멋진 영상을 보며 간접적으로 여행할 수도 있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공원에 나가서 자연을 직접 바라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드넓은 세상과 그 속의 한 조각인 내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에게는 겸손해지고 남은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인생의 시야를 더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혹시나 있을 불편함을 두려워하며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때로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바꿉니다. 이러한 것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예배를 생중계하는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뭐 하러 불편하게 교회까지 갈 것 없이 집에서 TV로 보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교회에 와서 직접 예배하는 사람과 TV로 예배를 보는 사람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감동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신앙에도 영향을 줍니다. 설교자의 숨결을 느끼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하나님의 마음은 교회에 와야 직접 느끼고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이 우리의 신앙을 크게 한다는 것을 볼 때,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교회로 오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우리는 늘 편리한 것을 추구했지만, 때로는 불편한 것이 우리의 삶에 유익이 됩니다. 편리함의 노예가 되지 말고 그것도 잘 활용하되, 때로는 불편한 삶으로 인간됨, 성도됨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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