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지를 다녀와서
상태바
종교개혁지를 다녀와서
  • 운영자
  • 승인 2015.09.23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필자는 얼마 전 춘천시찰 목사님들과 함께 종교개혁지를 다녀왔습니다. 몇 곳은 독일에 있을 때 다녀 본 곳이어서 옛 추억에 젖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10년을 살면서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새롭고 설레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 탐방이 제게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종교개혁’ 하면 루터, 칼뱅을 생각하는데 실은 그 보다 100년 앞서서 종교개혁을 시도했던 인물이 바로 얀 후스(Jan Huss) 입니다. 더군다나 금년은 얀 후스의 순교 6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프라하’(Praha)의 시가지를 방문하니 광장 한 복판에 얀 후스의 동상도 세워져 있고 여기저기서 6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체코 민족운동의 지도자이기도 했던 얀 후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체코 사람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습니다.

600년 전 얀 후스는 라틴어가 아닌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체코어(자국어)로 설교했습니다. 교회의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역설했고 또한 일반 성도들에게 포도주잔을 배설하여 성찬에 참여토록 했습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인데 이것들 때문에 그는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교황은 그가 죽으면 그를 추종하던 이들이 모두 겁이 나서 도망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추종자들이 나와서 그의 신앙을 계승해 나갔습니다. 그들은 프라하에서 약 80Km떨어진 타보르라는 작은 도시로 숨어들어 지하에 땅을 파고 그들의 신앙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가톨릭과 전쟁이 일어나는데 가톨릭의 승리로 1628년 이들은 모두 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라비아 지역으로 가서 그곳에 숨어 지내던 모라비안들과 같이 독일 드레스덴으로 도망을 갑니다. 당시 독일은 이미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그들의 신앙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곳이 되어 있었습니다. 필자는 프라하에서 드레스덴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누구를 만났을까? 무슨 일을 했을까? 어떻게 살아갔을까?

그들이 만난 사람은 진젠도르프(Nicholas Ludwig Von Zinzendorf) 백작입니다. 경건주의에 강한 영향을 받은 진젠도르프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고 이들에게 정착지를 내어주며 이들이 경건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며 도왔습니다.

이들이 추구한 경건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우리는 ‘경건’ 하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외형적인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경건’은 그것이 다가 아니라 말씀을 중심으로 기도에 힘쓰며 약한 자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경건입니다. 레위기에 보면 ‘거룩 하라’는 내용이 가득 나옵니다. 신약에서 야고보는 거룩을 ‘경건’이란 단어로 말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 27절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니라” 이렇게 말씀합니다. 결국, 구약성서의 ‘거룩’, 신약성서의 ‘경건’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 밖에서도 발견해야 할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번에 종교개혁 지를 다녀오면서 그들이 순교하기까지 지키려 했던 신앙, 또 그들이 추구했던 경건의 삶이 오늘 우리들이 본 받아야 할 신앙이요 삶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이만 글을 맺으려 하니 스위스 제네바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얀 후스의 동상, 그의 손에는 성경이 들려있었습니다. 그가 불에 타 죽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