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교회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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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교회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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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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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전 세계가 함께 이 날을 기려서 많은 행사를 한다. 본인이 운영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라이프호프에서 9월 5일 ‘생명보듬함께걷기’라는 행사를 했다. 1500명가량의 인원이 모여서 여의도 한강변에서 생명보듬 활동도 하고, 문화행사도 갖고, 함께 걸으며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뜻 깊은 행사였다.

행사 당일 스태프가 걷는 길을 점검하기 위해 코스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마포대교 근방에서 주변이 어수선함을 느꼈다. 그 때 한 분이 스태프에서 소리를 질렀다. ‘3일만 일찍 이 행사를 하지. 우리 가족이 3일 전에 마포대표에서 투신자살을 했는데, 이 현수막이라도 봤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하는 이야기였다. 상황을 보니 3일 전 2명이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했는데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그 근처에서 애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마포대교 근처에는 우리가 붙여놓은 현수막이 있었다. ‘생명은 소중합니다.’ 행사를 위해서 임시로 붙어 있는 것이었다. 이들이 이것을 보고 안타까운 맘에 한 소리이다. 3일만 일찍 이 행사를 하지 그랬냐는 것이다.

작년 기독교연합신문이 주관한 청소년 의식조사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했던 학생이 30%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그 1년 동안 몇 번 자살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4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결과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 대한민국의 아이들 중 30%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1년, 2년, 3년이 지나고 중고등학교 6년이 지나면 도대체 자살생각을 안 하는 아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 중고등학교 때 다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면 그 남은 생애 동안에 죽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 어떻게 없겠는가.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예방주사를 맞듯이 자살예방을 위해서 모두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자살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지, 그리고 자살에 대해서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한 번 정도는 교육을 받고, 나누었으면 좋겠다. 자살 생각이 들고, 벌써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고 상담소를 찾을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생명에 대한 교육을 하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어려움이 닥친 학생들만 선별해서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예방주사 맞듯이 이러한 교육을 듣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일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 내가 너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도 상식적으로 배워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라이프호프에서는 강사들을 양성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다. 사역이 커지어 강사협동조합을 만들고 좀 더 체계적으로 해 나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교회가 주변의 중고등학교 한 군데씩을 자매결연 맺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비를 지원하고, 학교에서 생명가치를 나누고, 교회들이 그 학교를 섬기는 통로를 얻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교회와 한 중학교의 자매결연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교회와 학교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는 일이 있었다. 전교생이 자살예방 교육을 받고, 학부모 교육과 교사교육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이 지역교회의 섬김과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라이프호프의 캠페인 사역에도 교장선생님이 직접 참여하며 학교가 생명보듬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교회와 학교는 아주 긴밀한 사이로 발전하여 주변의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자살예방은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잘 참여할 수 있는 길이다. 생명을 알고, 나눌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교회가 이 사회와 함께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갈 때 후회 없는 생명보듬이 사역이 일어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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