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자'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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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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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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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과 하나님의 마음 (12)
▲ 안용준 목사

박수근은 1960년대에 이르러 완숙한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박수근 회화의 중요한 변화인 흑회색의 두터운 마티에르와 직선으로 구획된 형상들이 원숙기에 접어든 것도 이 무렵이었다. 

질병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진리와 오류를 분별하는데 놀랄만한 정신의 명료함을 가지고 있었고, 진리를 향한 신앙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아 만족할 만한 화면을 구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시기에 제작된 <할아버지와 손자>는 그의 인생철학과 신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손자를 돌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손자는 아직 나이가 어린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소년이다. 소년은 할아버지의 넉넉한 그늘아래에 포근히 자리하고 있다. 이리저리 뛰어놀 나이건만 할아버지의 그늘이 좋은가보다. 할아버지는 사랑 가득담은 그윽한 눈길을 손자에게 보내고 있다. 

▲ 할아버지와 손자, 캔버스에 유채, 146x97.5Cm, 1964.

다름 아닌 박수근 자신이 어린 손자처럼 따듯한 보호와 위로 그리고 소망을 절실히 필요로 하였다. 만일 박수근 자신이 아이라면 그를 감싸는 할아버지는 하나님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 말은 그가 하나님을 형상화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래지 않아 죽을 운명을 감지한 그가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갈구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힌 둘째 아들에게 입 맞추는 아버지의 넓은 사랑이 그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수근은 “인간이 죽는다”는 것이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뒤러의 요한계시록 판화에는 선민들의 찬양 (요한계시록 14:1-5)이라는 주제가 있다. 여기서 뒤러는 요한계시록에서 생명수처럼 솟아 나오는 찬양의 메아리를 풍성히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효과 있게 사용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시온산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144,000명의 선택된 자들이 보인다.

아브라함을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 성취되는 장면이다. 그들은 흰옷을 입고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새 노래로 찬양하고 있다.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있음을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박수근의 이 그림에서도 우리는 구원과 사랑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삶의 찌든 환경에서 좌절을 맛보고 노래를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나그네로 왔다가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면서도 외롭고 힘겨웠던 인생의 걸음을 뒤로 하고 이제 가슴을 활짝 펴고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이다. 박수근은 이 땅에서 달려갈 사명의 시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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