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신학 100주년, “연세의 심장이 되자”
상태바
연세신학 100주년, “연세의 심장이 되자”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8.31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일 연세대 신학대학 100주년 기념행사…신학선언문 발표

1915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조선기독교대학’에 뿌리로 두고 있는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이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갖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신학교육의 사명을 다졌다.

지난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거행된 기념행사에는 신과대 동문을 비롯해 교수 등 학교 관계자, 기독교계 인사 등 5백여명이 참석했으며, 100주년 기념예배와 연세신학 선언문 발표, 모교 투어, 위로회 등 프로그램이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됐다.

이날 기념예배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신과대 1973년 입학)는 ‘성령의 역사’를 제목으로 설교를 전하고, “100년을 열어가는 연세 신학이 하나 됨과 섬김을 회복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그동안 교권주의, 물량주의, 세속화가 한국교회 분열의 배경이 됐던 것을 알고 있다. 한국 사회 앞에서 우리는 이 부분을 회개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나눔과 희생의 삶을 사는 것이 정의의 실천이며,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 정의의 실현이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 5백일이 넘도록 어떤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9명의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실천을 요청했다.

▲ 설교를 전한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100년을 열어가는 연세 신학이 하나 됨과 섬김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세월호 미수습자 9명과 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요청했다.

이날 기념예배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정영택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황용대 총회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자리해 축사를 전했다.

정영택 총회장은 “신과대가 연세대 가장자리로 밀려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100년을 향해 창조적 고민을 하는 연세신학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용대 총회장은 “역사의 한복판에서 과거처럼 민족의 심장을 두드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개신교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공헌을 하며 성장해 왔고, 연세대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지도자를 길러내온 데 깊이 감사한다”며 “이기적 물질 만능주의가 침투해 복음의 가치가 외면당하는 시기에 연세신학이 복음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이날 기념행사 중에는 새로운 연세신학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의미에서 ‘연세신학 100주년 신학선언문’이 발표됐다.

신학선언문에서는 “1980대 이후 연세신학이 신학의 대중화라는 미명 아래, 연세라는 교명을 등에 업고 상업적 신학을 추구했고, 그 결과 기독교 신학의 정체성뿐 아니라 도덕성마저 상실하는 데 이르게 됐다”는 반성을 담고 있다.

동문들은 이를 토대로 연세 신학을 재건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선언문에서 “‘종교개혁성경’을 하나님의 영감으로 된 말씀으로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하신 한분 중보자로 고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확인했다.

또 “연세 신학은 인류문화의 다양성과 하나님께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신 것을 고려해 ‘범세계적-우주론적 신학’ 전개를 원칙으로 한다”, “연세 신학은 이 땅에 인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독교 복지신학’과 북한 및 고난 받는 민족을 위한 ‘세계선교 신학’을 정립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선언했다.

전문 중에는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된 인간을 위한 ‘생명신학’을 전개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과학의 발달로 인해 야기될 ‘복제인’, ‘로봇인’, ‘수인’(獸人) 및 ‘외계인’과 같은 유인원류를 거부한다”는 내용에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기념식에서는 연세신학 100주년 성경주석(출판집필위원장 서중석 명예교수)과 신과대학 100년사(민경배 명예교수) 봉헌식과 기념 성찬식도 거행됐다.

축사를 전한 연세대 정갑영 총장은 “연세대 신과대학은 설립 때부터 연세대 창립정신인 기독교 정신의 보류였고 거점이었으며, 연세의 심장이었다”며 “100주년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면서 신과대 구성원 모두가 연세의 심장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과대 학장 김상근 교수는 “지난 100년을 회고할 때 연세신학은 1964년 ‘연합신학대학원’이 태동과 올해 GIT(글로벌신학대학원) 설립 두 번의 도약기를 거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매 50년마다 새 비전을 보여주시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인도하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신과대 동문회장 원진희 목사(서울한우리교회)는 “100년 동안 연세신학은 한국교회 지도자를 양성하고 독자적 한국 신학을 창출하였음을 자부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연세신학 교수들과 동문들은 모교 재단 정관에서 4대 교단 파송 이사제도가 삭제되었다는 것에 대해 회개하며 원상회복되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연세대 이사회가 기독교계 파송 이사를 축소하는 정관개정을 한 데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

당시 이에 대해 예장통합, 기장, 감리회, 성공회 등 이사파송 4개 교단은 정관개정에 크게 반발했지만, 대법원은 이사회 결의가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기독교 정신의 건학이념을 계승하기 위해 정관의 원상복구를 염원하고 있다.

한편 연세대학교는 1885년 4월 설립된 ‘광혜원’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언더우드 선교사는 1915년 조선기독교대학 창립과 함께 신과 초대교수로 부임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