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차별 겪는 여성노숙인, 대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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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차별 겪는 여성노숙인, 대안이 절실하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8.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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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 매년 4~5%씩 증가, 정책적 소외 겪어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첫 노숙인 관련 통계가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주거취약계층 전국 실태조사’ 결과 거리노숙인은 2천6백여명, 홈리스는 22만여명으로 조사됐다.

‘노숙인 등 지원에 관한 법’(현재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도 2012년,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노숙인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방임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마다 노숙인 통계를 내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는 만큼, 내년 통계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노숙인 중에서도 또 다른 소외계층 여성 노숙인의 문제는 그동안 거의 다뤄진 적이 없다. 노숙인 등 복지법에서도 여성 노숙인에 대한 조항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노숙인의 25%나 되는 여성 노숙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동안 종교계가 중심이 돼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그마나 다행스런 일이다. 개신교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참여하고,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타종교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가 뜻을 모아 2012년 ‘종교계 노숙인 지원 민관 협력네트워크’를 출범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였다. 네트워크는 꾸준히 노숙인 인식개선 사업, 주거복지 사업 등을 중요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민관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여성 노숙인 지원정책의 문제와 대안을 말하다-지원주택과 상담보호센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여성 노숙인 문제에 대한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성 노숙인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과 실천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논의된 내용이 주목된다.

▲ ‘종교계 노숙인 지원 민관 협력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여성노숙인 문제와 관련해 첫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원주택과 상담보호센터와 관련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교회협 홈리스대책위

“여성 노숙인 위한 복지시설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 2011년 통계에서 거리노숙인 2,689명 가운데 여성 노숙인 201명 7.5%로 나타났다. 전국 141개 노숙인 시설 이용자 중 여성은 2,986명으로 26.4%였다. 부랑인 시설은 8,160명 중 여성 2,750명 34.2%로 더 많은 인원이었다.

문제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은 파악하기 쉽지만 지하도, 공원, 길거리에 나와 있는 여성들은 인원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 수는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매년 4~5%가 증가하고 있다. 또 20~30대 노동가능 연령대 여성 노숙인이 10년 동안 꾸준히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알코올 중독을 포함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인은 남성보다 5~6배나 많다. 여성 노숙인은 남성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쉼터 이용 여성의 52.5%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여성들이 폭력, 특히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서정화 소장은 “여성 노숙인 복지서비스에서 가장 긴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생활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지만, 현재 서울의 경우 법 제정 이후 유일하게 설치됐던 여성 일시보호시설 ‘소중한 사람들’이 폐쇄된 가운데 성공회 다시서기조합지원센터의 여성 응급구호방 운영이 전부”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전지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도 여성 노숙인을 긴급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시설이 없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 벧엘의 집 원용철 목사는 “서울에서 이야기되는 여성전용 종합지원센터나 지원주택을 적용하기 어려운 먼 이야기”라며 “여성 노숙인 지원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지역마다 지원시설 한 곳이라도 설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주거지원, 여성 노숙인 자립 핵심정책

현재 거리 노숙인을 위한 주거지원 정책은 임시주거지원 사업과 매입임대주택 지원사업이다. 임시주거지원은 3~6개월 이내에서 쪽방, 고신원 등을 제공하는 현재 주요한 노숙인 주거지원 정책이다. 매입임대주택 지원사업은 노숙인을 포함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으로 2006년 시행돼 현재는 전국에 약 2천호의 주택이 운영되고 있다.

▲ 노숙인 관련 통계가 처음 나온 것은 2011년. 그만큼 노숙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부족했다. 더구나 위험한 환경에 놓인 여성 노숙인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에 대한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원과정에서 그동안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히려 자활시설을 거친 여성들의 사회복귀율이 높은 점을 보면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여성노숙인 재활시설인 ‘한국생명의전화 아가페의집’ 염원숙 원장은 “정신질환 및 알콜중독을 가진 여성 노숙인이라도 시설의 안정된 생활 속에서 질환관리와 재활훈련을 통해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며 “이들의 사회복귀 시 다양한 주거형태와 증상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정착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립적인 생활공간과 사회적 지지역할을 해줄 이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SH공사의 서종균 주거복지처장은 “지원주책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은 지원서비스 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주거와 다른 사회서비스 사이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특히 시설이 아닌 주거공간에서 의료나 복지 등 지원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체계가 필요하며, 주택 확대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지원주택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 인지’ 고려한 성평등 정책 세워야

민관네트워크 토론회에서 ‘성 인지(gender sensitive) 정책’이라는 생소한 개념이 여성노숙인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성 중립이 아니라 성 인지적 관점에서 정책을 기획, 생산, 집행해 성 평등을 구현해야 한다는 의미로, 여성노숙인 문제에 있어 여성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희망제작소 이성은 연구조정실장은 “2015년 7월 현재 서울시 여성 노숙인은 중 쉼터 입소자는 1922명 중 8.1%인 155명이다. 거리 노숙인을 포함해 여성 노숙인을 806명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소수이기에 여성 노숙인을 정책에서 고려하지 않는 관점은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이성은 실장은 ‘성별 통계를 활용해 사업 목표와 인원, 예산 등에 있어 성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성과 장애인, 연령 등 다양성을 고려한 일자리 발굴과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이 시행되는 것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현행 ‘노숙인 등 복지법’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법 안에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고, 또 여성노숙인들은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특별한 보호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중에 한줄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여성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가정폭력 때문에 거리에 나온 경우가 많고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실한 가운데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주거지원이 더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여성노숙인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 노숙인에게 탈노숙이 중요한 이유는 빈곤이 대물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현행 노숙인 등 복지법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유미한 법이 되기 위해 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성공회 다시서기센터 여재훈 신부는 “법 제정 등 시스템이 갖춰지지 얼마 되지 않아 한계가 많다”고 지적하고 “여성 노숙인들을 위해 지향하는 내용을 가지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연구진들이 끊임없이 토론하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성노숙인 정책과 지원에 있어 변화 필요성이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데는 부족한 측면이 한계로 언급되기도 했다. ‘종교계 노숙인 지원 민관 협력네트워크’는 1차 토론회에서 논의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를 앞으로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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