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성도들이 모르는 목회자들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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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성도들이 모르는 목회자들의 아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8.26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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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 ‘트라우마 치료’ 꼭 필요

내적 치유는 사탄이 가장 싫어하는 것

“저도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교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기도해주지만, 정작 내 마음의 무거운 짐과 상처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상담소 문을 두드린 어느 목회자의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상담소를 찾는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상담 전문가들은 말한다. ‘목사’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내면의 문제가 서서히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통, 사기, 살인, 폭력 등 목회자가 피의자로 지목된 사건들이 심심찮게 일반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가정의 문제, 내면의 문제가 목회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육박했다.

지구촌가정훈련원 이희범 목사는 “목회자들의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목회자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했던 것들이 많다. 이것이 내면의 상처가 됐고, 곪아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목회자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 경우 그 아픔이 고스란히 성도들에게 전해진다는 데 있다.

▲ 상담, 내적 치유 전문가들은 치유되지 않은 목회자들의 상처가 그대로 성도들에게 전달된다면서 내면 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양육과 교육에서 ‘치유’로

상담, 내적 치유 전문가들은 이제 목회의 흐름이 양육과 교육에서 ‘치유’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자훈련을 비롯한 양육훈련만으로는 교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상담과 치유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내적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과 세미나들의 범주가 목회자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현상 또한 내면의 상처와 치유 문제가 성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대한 반증이다.

내적 치유의 중요성은 예향선교교회 김종호 목사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신앙적으로 뒤처진 성도들을 보면 상처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내적 치유와 상담사역을 통해 격려하고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적 치유를 목적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치유돼야 한다.” 또한 “자기 안에 얽힌 부분을 주님의 도우심으로 풀어가는 시간을 통해 영혼들을 향한 용서와 축복이 이루어지면 비로소 내적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희범 목사는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 또한 목회자 개인의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성공과 출세지향의 목회자일수록 트라우마가 많다. 이것은 주님을 향한 열정이기 이전에 내면의 열등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나아가 과도한 열정 또한 트라우마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화의 창구가 없고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교회 일에 더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경우가 있다. 목회자들의 경우도 내면적, 정서적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목회에서 나타나는 이런 증상도 치유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목회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중독, 성중독, 이혼 등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기도 한다.

# 속 사람을 건강하게 하라

고경주 목사(새능력교회)는 “21세기는 죄의 문제보다 아픔의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까지 말한다. 내면의 아픔은 치유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문제요 용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적이고 독립 목회를 하는 남성 목회자의 경우 자신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작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맡기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라”고 고 목사는 조언한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느리게 부흥하는 행복을 맛보라는 말이다.

결국 내적 치유는 속 사람의 결박을 푸는 작업. 내적치유사역연구원장 주서택 목사는 “그래서 사탄이 가장 싫어한다”면서 목회자들이 내면 치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무엇보다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속 사람이 건강해질수록 하나님의 사랑이 더 이해되고, 그래서 나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내적 치유는 성령께서 각 사람의 마음을 만지시는 행위이며, 이런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세미나가 취소된 적이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희범 목사는 “내적 치유는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목회자 내면의 상처와 아픔이 성도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은 목회자 개인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면 교인들과 교회가 건강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도들의 상처를 만지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먼저 치유돼야 한다. 속 사람이 강해질 수 있도록 성령께서 내 마음을 만지시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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