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총체적 위기의 시대, “실종된 양심 회복이 살길이다”
상태바
[특별대담] 총체적 위기의 시대, “실종된 양심 회복이 살길이다”
  • 최명국 주필
  • 승인 2015.08.19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김평일 장로

새마을운동의 모체가 된 제1가나안농군학교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옥현리로 이전, ‘양평시대’를 열었다.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지구 수용지에 포함되면서 2014년 9월 양평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먹는 문제가 가장 절박했던 시절,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잘 알려진 가나안농군학교는 1954년 고 김용기 장로(1909~1988)가 개간해 만든 농장에서 시작, ‘하면 된다’,‘가난과 싸워 이겨야한다’ 등 농군학교에서 사용하던 말이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구호가 됐다.

새벽 5시에 울리는 농군학교의 ‘개척종’은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노래가 되는 등 새마을 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제1가나안농군학교를 비롯 강원도 원주의 제2가나안농군학교와 해외에 설립한 농군학교에서 국내외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학생 등 약 75만명이 지금까지 교육을 받았다. 외국관리들도 찾아와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을 살피고 돌아갔다.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고 김용기 장로의 뒤를 이어 가나안복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평일 장로를 양평으로 이전한 제1가나안농군학교에서 만났다.

▲ 경기도 양평 시대를 개막한 제1가나안농군학교 김평일 교장은 절약과 절제, 나눔의 삶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 국민들이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인류를 위한 삶의 변화를 촉구했다.

가나안농군학교는 우리가 가난할 때 환경을 탓하지 말고 열심히 주어진 일에 힘쓰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정신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지금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 ‘일하기 위해 먹자’ 구호를 외치는지요?

이 구호는 가나안농군학교의 변치 않는 정신이지요. 지금은 여기에다 ‘효도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자’는 구호도 외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 한 끼에 4시간 노동’을 강조하지요. 1962년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방문해 점심식사 할 때도 이 구호를 제창했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나라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한 박정희 대통령은 농군학교의 정신을 범국민적 의식·생활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제창하는 등 이 구호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아버님께서는 복 받는 백성이 되기 위한 생활이념에 대해 첫 번째로 ‘근로’ 즉 힘써 일하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고 살 권리가 없다는 뜻이지요. 관존민비, 농민 천시사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항상 일하는 사람을 존귀하게 보셨습니다.

두 번째로는 ‘봉사’를 강조하셨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섬기는 일을 가리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은 시종일관 섬김, 봉사의 삶이 있었기에 이를 본받자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봉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희생정신’을 꼽으셨습니다. 아낌없는 사랑이 곧 희생정신이므로 이 정신이 우리 사회에서 구현될 때 복 받는 백성이 된다고 하셨지요. 이것이 가나안농군학교의 기본정신으로 변함없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가나안농군학교 정신은 먹는 문제의 엄격함 말고도 ‘절약’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황무지가 변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이루기까지는 철저한 절제생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요. 절제생활의 근본정신은 무엇인지요?

‘돈을 버는 방법은 돈을 안 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상향’을 만들 수 있는 근본정신도 절제생활에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저희 아버님은 한 쪽에서 굶어죽는데 다른 쪽에서 낭비하는 것을 죄악이라 했어요. 우리가 풍요롭다고 하지만 세계 전체를 보면 인구 절반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습니까? 1분에 34명, 1일에 5만명, 1년에 1,800만명이 굶어 죽어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절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밥 한그릇에 쌀 5천알이 담깁니다. 5천만명이 한 알씩 버리면 만명이 먹을 양이지요. 한 숟가락이면 125만명이 먹을 양을 버리는 겁니다. 그러나 절약이란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는게 아니라 알맞게 적당하게 필요한 만큼 쓰는 겁니다. 낭비하지 않으면 그 남은 것으로 남을 위해 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대사회를 ‘위험사회’, ‘균열사회’, ‘무책임사회’ 등으로 표현하는 이가 많습니다. 신문이나 TV를 보면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로님께선 위험사회를 만드는 근본원인이 무엇이라 보십니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양심’이 문제이지요. 양심불량이 모든 병폐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들을 보면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지요. 묻지마 살인, 폭행, 절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전화를 통한 사기,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 입니까? 개인정보 불법유통, 불법금품수수, 위조지폐 등 비양심적 범죄가 끊이질 않습니다.

양심불량 운전자, 불량식품 판매, 반찬을 재탕하는 식당 등 양심불량을 보여주는 뉴스들은 이제 ‘흔히 있는 일’로 우리 양심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성이 추락할 수 있는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지요.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깨어 기도 할 것을 당부하셨지만 제자들이 잠들어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지요. 주님께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몇 차례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은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겁니다.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란다면 원하는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희 가나안농군학교는 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정신을 초창기부터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기사회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첫째, 국민정신에 있어서 한마디 말이 약속어음으로 대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언행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하되 정직하게 행하여야 하며, 셋째 자기 개인보다는 이웃과 사회, 나아가 인류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바로 양심을 제자리에 두는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김평일 장로.

우리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쇼크’를 비롯해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은 지금 말씀하신 ‘위기의식’이 더욱 빨리 잊혀지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요.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1년 전 세월호 참사사고도 공포의 속도만큼이나 망각의 속도도 빨라서 쉽게 잊혀졌습니다. 모든 사건이 양심 실종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큰 슬픔과 손실을 겪었지만 곧 잊어버려 또 다시 비슷한 재난을 만나게 되면 속수무책이었지요. 재난은 가까이 있지만 대책은 늘 멀었습니다. 슬픔과 후회, 죄책감, 분노 등은 변화의 동력으로 바뀌지 못한 채 소멸됐다가 또 다시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면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니 아주 작은 일부터라도 ‘실천’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화재를 막으려면 소방차 출동을 막는 무책임한 주차관행을 바꿔야합니다. 소방도로를 막았을 때 미국처럼 무거운 벌금을 매기면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겠지요. 메르스 확산 대책도 마찬가지지요. 메르스 확산 주범으로 꼽힌 다인실을 당장 1인실로 모든 병실을 바꿀 순 없지만 환자 옆에서 먹고 자는 간병·문병문화를 바꾸면 오염이나 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선진시민사회는 구호제창으로만 되는 게 아니지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지체 없이 실천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바른 양심은 만병통치약과 같습니다. 전 세계 인류가 양심을 바르게 가지면 정의와 평화가 숨쉬는 세상이 되겠지요.

 

장로님은 평화통일 탈북인 연합회 대표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탈북자를 위한 한국교회의 사명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현재 우리사회에 정착한 탈북민이 2만8천여명입니다. 무엇보다 같은 동포, 한 형제자매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그들은 ‘통일의 개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조차 해소해나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들 대부분은 막상 남한에 와보니 적응이 잘 안되고 취업난과 생활고, 이질감 등으로 많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씀처럼 남한사회는 일한대로 열매를 거둔다는 사실을 일깨워야 합니다. 기업주들도 그들이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통일의 과정으로서 남한이 짊어져야 할 일종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고용하여 도와야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대북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에게도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남한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그들의 입으로 북한을 향해 우리 사회를 홍보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저는 2006년도에 남과 북의 문화를 서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평양통일예술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1500여회 공연을 했습니다. 거의 해마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탈북민을 위한 ‘한마당 체육대회’도 갖고 있지요. 탈북자가정의 청소년들도 남한의 청소년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