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 인간을 향한 사랑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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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 인간을 향한 사랑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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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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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과 하나님의 마음 (9)
▲ 안용준 목사

‘사랑’이라는 개념처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윤리학의 분야에서 인간의 관심을 끌어온 단어가 또 있을까?  필자는 박수근의 회화에 이 개념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박수근 회화는 제도적인 미술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드로잉은 단순한 선을 통해 기하학적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선과 형태는 사실적인 묘사를 덜어내고 대단히 단순화 되어간다. 색채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백색이 주조를 이루는 한국의 보편적 기질을 드러내는 듯하다. 화면은 대상을 주시하되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둘 만한 정신적 유희(Das Spiel) 공간이라 할만하다. 박수근이 그려내는 화면이 일상의 삶에 지친 인간 영혼이 숨 쉬고 자리를 틀만한 자유로운 유희의 공간이다. 그래서 누구나 초대될 만한 넉넉한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 흐르는 개울 앞에 앉아 빨래 방망이를 두들기는 여인, 빨랫감을 물에 휘휘 헹구는 여인 등 여러 동작이 엿보인다. 겨우내 얼었던 개울물이 풀리듯 여인들의 다소 화사한 저고리의 색깔에는 봄의 기운이 역력하다. 

박수근의 화면에는 직관된 진료가 오성의 개념을 통해 인식될 수 있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박수근의 마음이 사랑의 기관으로 작동하고 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누구나 인간의 마음은 대상을 향한 지향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박수근의 마음은 인간을 향하여 있으며 따라서 사랑도 여기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박수근은 참으로 사랑할 만한 존재를 찾아서 사랑했다. 그는 그 자신 밖에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였기에, 그 자신이 아닌 사람을 자신의 내면으로 투영할 수 있었다. 그는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가장 보편적인 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사고는 자연에서 최상의 것과 유형적인 것을 선택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기독교적 사랑에 근거하는 인간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서 이러한 미학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수근의 사랑하는 마음의 지향성과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박수근은 화가이기 이전에 참다운 인간으로 살고자 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사는 것이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섬김을 받는 사람보다 섬기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 그의 평소 기도내용이었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그의 기도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인간을 보는 박수근의 시각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도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도 그러하다. 

마음은 사랑의 기관이다. 박수근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아낙네 등 연약한 인간을 향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하나님을 믿는다는 의미는 사랑의 응답이며, 사랑을 통하여 작용하는 것이 믿음이 되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긍정으로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적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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