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도 사선 넘던 그날 기억 생생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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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어도 사선 넘던 그날 기억 생생하다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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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동행취재

2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새에덴교회에서는 특별한 예배가 열렸다. 한국전 정전 62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유엔 참전용사 초청 보은예배가 열린 것.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는 매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참전용사의 고결한 희생 기억해야
올해는 특히 미국과 캐나다, 콜롬비아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초청했다. 성전 가득 성도들이 모인 가운데 총 36명의 참전용사 및 가족들이 예배에 참여했다.

이날 예배에서 소강석 목사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소 목사는 “우리가 이런 행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날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며 “하나님께서도 이스라엘 민족에게 애굽에서의 고난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유월절을 지키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또 “우리도 6?25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참전용사 여러분의 은혜가 감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수치를 기억해야 미래의 희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마지막으로 “참전용사 여러분들의 고결한 희생을 기억하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과 성도들은 자유와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생사 함께한 전우와의 감격스러운 재회
올해 한국을 방문한 이들 가운데는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참전국 미국의 존 햄필 예비역 소장(88세)과 지원국 콜롬비아의 디아즈 벨라스코 길베르토 당시 육군하사(83세)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1953년 3월 23일 전수 수일간 철의 삼각지대인 경기도 연천 천덕산 일대에서 벌어진 불모고지 전투에 함께 참여 미국과 콜롬비아 연합군 소속의 전우들이다. 이들은 중공군의 역습을 막아내는데 공을 세웠으며,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치열한 공방전에서 생명을 걸고 함께 싸웠다.

두 사람은 62년 만에 감격의 재회를 나눴다. 햄필 소장은 “당시 전투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했다”며 “당시의 전우를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길베르토 하사 역시 “불모고지 전투는 콜롬비아에서도 매우 유명한 전투로 그 당시 미군과 콜롬비아군은 연합 작전을 통해 중공군과 치열하게 싸웠다”며 “우리가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초청 행사를 주관한 새에덴교회는 지난 26일 평화기원예배에서 두 사람에게 메달을 수여해 재회를 축하하며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감격의 악수를 나누며 성도들을 향해 ‘거수 경례’했다.

▲ 백발의 참전용사들이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을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60년만에 찾은 한국, 발전상 놀라워”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영토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UN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유엔군 참전의 날’인 지난 27일. 평균 나이 85세의 참전용사들은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호국 영령들의 희생을 기리는 충혼탑 앞. 참전용사 21명과 그 자녀 15명은 양 갈래로 도열한 국군의장대의 예우를 받으며 헌화에 나섰다. 노병들은 60여 년 전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훈장을 가슴에 달고 먼저 간 전우들을 향해 힘차게 경례를 붙였다.

▲ 참전용사인 마르티네즈 엔리케 헨리(85세)씨는 거동이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연신 '즐겁다', '놀랍다'며 한국의 발전상에 감탄을 나타냈다.

콜롬비아에서 온 마르티네즈 엔리케 헨리(85세)씨는 19살이던 당시를 회상하며 “함께 싸웠던 전우들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그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연신 ‘즐겁다’, ‘놀랍다’며 한국의 발전상에 감탄을 나타냈다.

인천과 한강에서 전투를 치렀다는 그는 “어제는 한강에서 유람선을 탔다. 60여년 전 폐허였던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발전해있었다”며 “우리가 피를 흘려 지킨 땅이 이토록 번영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 참전용사들은 28일 판문점을 찾았다. 당시 총구를 겨눴던 북녘 땅을 바라보며 백발의 용사들은 현재까지 남과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북녘 땅 마주한 참전용사들
행사 넷째 날인 28일, 참전용사들은 정전협정이 이뤄진 판문점과 도라산 전망대 등을 찾았다. 흐린 날씨 탓에 판문점은 한층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용사들을 맞이했다. 당시 총구를 겨눴던 북녘 땅을 바라보며 참전용사들은 감회에 젖었다.

다우만 엘버트 헨리 예비역 대위(87)는 “이곳은 정전 협정이 이뤄진 장소인데, 현재까지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안타깝고 묘한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방문은 참전용사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들에게도 뜻 깊은 시간이 됐다. 미국 달라스에서 할아버지 짐 리처즈와 함께 방문한 클레이븐(22세)은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데 참으로 뜻 깊은 시간이 됐다”며 “할아버지가 피 흘려 지킨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 해 스무 살인 마르티나 바바라도 “할아버지가 참전했을 때 지금 제 나이인 20살이었다”며 “할아버지가 나와 같은 나이였을 때 이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싸웠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한과 북한이 빨리 통일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마움 전하는 따뜻한 섬김
한편 새에덴교회는 인천공항에서부터 대대적인 환영행사로 참전용사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특히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통역과 안내로 참여했다. 통역봉사로 참여한 대학생 한수정 씨(22살)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하나님을 위해 사용해야겠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교회의 일에 동참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참전용사분들이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때로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며 새삼 우리나라가 새롭게 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씨는 “평소 통일에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는 한 양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고마운 분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점, 그리고 미래에 한국을 이끌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9년째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는 “과거의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남북의 평화와 화해 통일을 앞당겨나가자는 다짐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매년 연로해가는 분들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우리가 당신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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