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종족이 살고 있는 다종족국가 '코트디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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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종족이 살고 있는 다종족국가 '코트디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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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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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태 교수의 선교여행기] 아비쟝과 토고의 한인 디아스포라 (1)

장훈태교수(백석대학교 선교학·탐사전문가)

지난 6월, 서부아프리카 코트디아부르 아비쟝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서부아프리카라는 지역 명칭에 질린듯한 기분이다. 출발 일주일 전부터 긴장되었다. 2014년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전염병 에볼라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메르스 전염병으로 시끄러웠다. 이런 때 서부아프리카를 방문한다는 말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평소에 잘 듣지 못한 국가라고 하면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을 거쳐 서부 아프리카 토고 로메, 그리고 로메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의 코트디브아르 아비쟝에 가야만 했다. 서부아프리카는 한국민이 생각하는 것 만큼 먼 곳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드라마와 강남스타일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많았다. 한국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의 춤이고 한류 문화의 핵심같았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는 지정학적으로 서부아프리카에 있지만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할 정도로 잘 정돈된 도시와 건축물들이 있는 곳이다. 유럽사람들이 식민지 지배를 하는 동안 도시는 유럽방식으로 도시계획을 통해 건축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코트디브아르는 서부아프리카에서 가장 젊은 나라, 아프리카에서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나라, 이슬람인구가 많지만 선교하기에는 적합한 국가, 제2의 프랑스로 부상한 국가 코트디부아르는 거스르기 힘든 거대한 흐름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흐름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쟝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은 매우 서구적이었다. 토고 로메 공항과는 환경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반대로 코트디부아르 아비쟝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첫 인상은 깨끗하다. 유럽에 온 것 같다는 감격을 받았다.

공항 트렉 입구에서 열체크를 받았다. 자신들의 나라보다 못한 토고에서 방문했다는 것 때문이다. 내 몸의 체크를 마친 다음 황열병 카드를 제시한 후 입국심사대 앞으로 갔다. 입국심사는 아주 간단했다. 코트디부아르 비자 확인과 양손의 지문체크, 얼굴 촬영이 끝나면 여권에 스테프 도장을 쾅 눌러 준다. 그러면 곧바로 짐을 찾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곧바로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쟝 공항은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 바깥 변방이 아니었다. 공항업무가 신속하게 끝나는 것을 비롯하여 경제활동과 사회적 안정 모두가 유럽과 같은 곳이다. 3년전 쿠데타로 인해 국가적 위기로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염려한 것처럼 3년 전 내전은 최근까지도 그 여파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려놓은 국가간 구획정리에 불과하다. 아직도 서부아프리카에 대한 불평스러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 변방을 떠도는 정처없는 인생이란 식의 동정어린 시선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어쩌면 서부아프리카는 선교대국이라는 한국이 가장 관심있게 보아야 할 땅이다. 우리는 특정국가에 배속돼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데 이를 벗어나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는 시각이 자유로워질 것이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하는 동안 누군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것 같은데 자유로운 곳, 자유롭지만 뭔가 불편한듯한 느낌을 받은 느낌이다. 70억이 넘는 세계 인구가 모두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를 알도록 한 곳이 코트디아부르였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쟝에서의 생활은 나의 무지(無知)를 깨고 자유를 만끽하도록 했다. 왜 그런가? 서부아프리카 내륙에 만재(萬儎)를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60개의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다종족 국가다. 그러니까 종족과 언어의 배경이 다른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산다. 거기다가 빈부의 격차가 심한 도시, 바다같은 호수를 끼고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어진 풍경, 대서양 해안가를 끼고 빈민들이 몰려사는 곳, 전 세계에서 몰려와 살면서 아우성대는 사람들의 직업 또한 별난 것도 흥미로웠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쟝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풍요로운 사람들은 이웃나라인 가나, 토고, 베냉으로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사냥을 하거나, 풍성한 과일을 따 먹으면서 살기도 한다. 새로운 정권에 의해 도피자로 찍인 전직 고위 공무원들은 빈집을 놓아둔 곳도 눈에 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식민지 근성이 남아 있는 느낌도 받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국에서 튕겨나와 조각처럼 엉켜 붙어 사는 다양한 종족들과 언어들은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아주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서부 아프리카의 경제적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 천연자원과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 전국 어디서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곳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다. 다만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바라보아야 할 곳이 코트디부아르다.

이곳 사람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니 안전한 곳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늘 옮겨다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떤 것에도 포섭되지 않고 자유를 누리면서 이곳저곳을 향해 옮겨 다닌다. 그들이 야만적이고 날 것을 먹는 사람이라는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변방에 거주하거나 물리적인 이동, 유연한 사회구조, 비정통 종교, 평등주의, 문맹, 구술문화 등을 가진 것은 자율적으로 살기 위한 도피이면서 생존전략의 일환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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