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주권은 하나님 … 어떠한 안락사도 정당화 할 수 없어”
상태바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 … 어떠한 안락사도 정당화 할 수 없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7.23 2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9월 정기국회에 연명치료 중지 ‘존엄사법’ 입법 추진, 생명 경시 풍조 논란

사례1

지난해 3월 뇌사상태에 있는 A씨를 죽인 혐의로 부인과 그 아들과 딸 2명이 법정에 섰다. 이들 가족은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인해 뇌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없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아버지는 괴롭다며 자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고민 끝에 아들은 큰 누나와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의 목을 졸랐다. 법원은 이를 ‘살인’으로 판결했다. 결국 항소심을 거쳐 아들과 딸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부인은 존속살인방조죄로 징역 2년이 선고됐으나 집행유예로 실형은 면했다.

사례2

지난 2008년 뇌손상으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 가족들은 1년 4개월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있는 할머니가 평소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듬해 6월 대법원은 김 할머니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으며, 이는 사회 각계에서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존엄사법’ 뜨거운 감자로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존엄사법’이 발의되면서 ‘안락사’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세계적으로도 안락사 문제는 ‘존엄하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죽음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많은 이슈를 불러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존엄사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간 이견과 종교계의 반발로 폐기된 바 있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자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해 자신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안락사에 대한 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올해에는 안락사와 관련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6월 9일자로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은 ‘존엄사법’을 대표발의했고,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7일 제출했다. 

신상진 의원은 ‘존엄사법’에서 존엄사의 대상이 되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 상태로 진단해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연명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치료 효과가 없는 단순히 기간만 연장하는 의료로 제한했다.

그러나 기독교 윤리학계에서는 ‘죽음’은 인위적으로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존엄사법’을 비롯한 연명치료 중단 관련 법안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이상원 교수(총신대)는 “연명치료 중단은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하며 이는 종교적이나 윤리적으로도 옳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수액, 자양분, 산소 공급 등의 인명치료 중단은 인간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생명을 인위적으로 죽이는 것과 같다. 또 생명의 가치를 잔여수명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없으므로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연명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창조론오픈포럼에서 ‘안락사’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박찬호 교수(백석대)는 “안락사는 환자의 요청으로 독극물 등을 주사해 환자의 목숨을 끊는 ‘능동적 안락사’와 환자나 가족의 요청으로 영양 공급과 치료에 필요한 약물 공급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능동과 수동에 관계없이 하나님이 불어넣으신 생명력을 인위적으로 빼앗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결정권’ 침해 우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것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 확인 여부와 ‘회복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법안에서는 사전에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않은 말기환자가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 환자의 진술이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추정판단을 허용하고 있다.

또 환자의 견해와 상관없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대리판단’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기독교적인 입장뿐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시각에서도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상원 교수는 “환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피상적인 인간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지면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진”며 추정판단의 허용을 법제화 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 병원 치료비가 없는 저소득층이나, 자녀와 재산 분쟁을 겪는 노인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명치료를 거부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회복 가능성’에 대한 진단 여부도 논란거리다. 법안에서는 의사 2인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존엄사’ 대상으로 분류하지만 극히 소수의 경우라도 할지라도 생명치료 결과의 불확실성과 오류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

#죽음의 과정 돕는 호스피스 제도 강화돼야  

죽음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생명 경시’ 풍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박찬호 교수는 “일부에서는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지지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데 상황적 편의나 경제적 형편 등을 우선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인위적으로 사망을 초래하는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권리이자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에 반하는 것”이라며 “진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다 해도 생명의 본질까지 침해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연명치료의 중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으로 정당한 무의미한 진료 중단의 케이스도 있다. 

이상원 교수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의 공급을 제외한, 특별한 의학적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환자가 질병에 의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여기에는 환자 자신의 분명한 의사 표현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에 앞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고통을 당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적 부담, 높은 병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라고 할지라도 통증을 줄여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극단적인 안락사의 충동이나 동기를 완화하는 의료적 조치도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이 주신 죽음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 및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