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의 전설’, 새로운 ‘레전드’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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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의 전설’, 새로운 ‘레전드’를 만들어간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7.22 17: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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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꿈꾸는 ‘3무 총장’
▲ 광운대 수석입학 및 졸업 후 교수생활을 통해 탁월한 연구논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광운대의 전설'이 된 천 총장은 지난 2년 동안 좋은 결실들을 이루어 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가 앞으로 바라는 소원은 노벨상을 타는 것인데, 다른 의미는 없다. 오직 광운대를 빛내고 싶은 까닭뿐이다.

정직을 브랜드로 삼은 천장호 총장

광운대학교 총장실에 들어서자 천장호 총장은 에어컨을 켰다. 손님을 위한 배려였다.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선풍기로 버티고 있는 그는 이미 ‘3무 총장’으로 소문이 났다. 그는 휴대전화가 없고, 자가용이 없다. 이미 30여년전 교수시절부터 그래왔다. 총장이 되면서 없는 게 하나 더 늘었다. 총장 월급을 받지 않는다. 보통 총장들은 교내에서 특강을 해도 장관급으로 강연료를 받는다. 이것도 그는 사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00만원이나 환급받았다. 매달 교회나 어려운 곳에 낸 기부금 때문이다. 그가 학생처 처장이었을 때에 불교신자였던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장님 생활하시는 거 보면 제가 다니는 절의 중보다도 더 성직자같이 사십니다”라고.

천 총장은 수소에너지 연구에 필요한 ‘외부 전압에 따라 수소가 전극에 어떤 모양으로 달라붙는지를 추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발명해 환경 및 에너지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니상 최종후보에 2011년과 2012년 2회 연속 선정됐다. 세계 3대 인명사전에도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머리 깎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 그동안 ‘사자머리’로 살다가 총장이 돼서 매달 이발소도 간다는 그는 요즘 감사할게 많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총장이 되고 싶은 맘은 없었어요. 교수 때가 편했죠. 그러나 부족하지만 모교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건 감사합니다. 더욱 감사한 건 지난해 총장이 된 이후에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것들이 다 잘 풀리고 있다는 겁니다. 개교 이래 최대 공사인 지하 캠퍼스 공사, 공공기숙사 착공, 국가 에이스사업으로 지원받게 된 교육비가 그렇습니다. 심지어 축구도 우리 광운대가 지난 해 대학축구리그 왕중왕 결승에서 우승을 했어요. 수십 년만에 처음이죠.”

그는 작년에 대학 총장들 중에서 가장 많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휴대폰, 월급이 없는 ‘3무 총장’으로만 화제가 된 게 아니었다. 광운대생은 모든 시험 답안지 윗부분에 정직서약 서명을 한다. 작년에 ‘세월호’ 사건의 원인으로 부정부패가 문제가 되었던 터라, 광운대의 정직서약은 더욱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미 30년 전 교수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학생들에게 정직서약을 하게 했다. 또 ‘5분 전 강의 시작’ 원칙으로 5분 전에는 강의실 문을 잠궈버렸다. 100% 영어 판서 강의도 고집했다. 학생들에겐 혹독한 강의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건 애정이었다. 그 애정은 이런 간절한 소망에서 시작됐다. “광운대는 서울대를 이길 수 없어도 광운대 학생은 서울대 학생을 이길 수 있다!”

광운대는 국내 유일의 ICT(정보, 통신, 기술)로 특성화된 ‘강소대학’이지만 대학 서열화의 벽은 아직 높다. 또 건물이나 시설, 재정지원과 같은 외형적인 면에서 광운대는 서울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나 정직, 성실, 능력과 같은 내면적인 실력에서는 얼마든지 서울대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광운대 ‘다윗’들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ICT 업계에서 성공한 분들 중에 광운대 동문이 많습니다. 연봉이 수백억원되는 삼성전자의 신종균 사장 역시 광운대 출신 아닙니까. 사실 이런 분들은 ‘광운대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개인의 브랜드로 성공한 것이죠. 그러나 그런 광운대 동문들이 많아지면 결국 그것이 광운대의 브랜드가 되지 않겠습니까?”

 

▲ 정직 캠페인을 벌이는 천 총장. “광운대는 서울대를 이길 수 없어도 광운대 학생은 서울대 학생을 이길 수 있다!"고 꿈을 보여주는 천 총장은 그 시작이 정직과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상처가 사명이 된 것도 감사

상처가 사명이 된 과거가 천 총장에게도 있었다. 광운대 들어올 때는 상처였지만 오늘 그것은 총장의 사명이 됐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당시 아버지의 월급은 쌀 한가마니 반값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항상 아들에게 ‘노래’를 불렀다. ‘넌 공부 열심히 해서 이렇게 살지 말아라.’ 공부 밖에 미래가 없었던 그는, 그러나 서울대 시험에서 떨어지고 만다. 후기였던 광운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통학 길은 아침마다 괴로웠다.

“그때 서울대 교양학부가 광운대 옆 과기대 자리에서 강의를 했거든요. 아침마다 통학하는 기차에서 서울대 들어간 동창들을 보는 거예요. 그중엔 나보다 공부 못했던 친구들도 있었고요. 도저히 극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입학하자마다 도피하듯이 군대를 갔습니다. 그런데요, 그게 오히려 잘됐어요.”

당시 젊은이들에겐 군대 문제가 가장 컸다. 지금처럼 다양한 진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찌감치 군대 문제를 해결해 거칠게 없었다. 영어 때문에 서울대에서 떨어진 그는 더욱 영어를 습관처럼 공부했다. 그 덕분에 정수장학생 등 여러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 걱정 없이 대학과 유학(미국 스티븐스공과대 전기 및 물리공학과 박사)을 마칠 수 있었다.

“이런 체험이 많아요. 그때는 참 힘들고 괴로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하나님께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유학을 미국으로 가게 됐습니다.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생겼어요. 유학 가서 보니 다른 친구들은 다 낙태를 시키더라고요. 그러나 전 신앙 때문에 그냥 낳았어요. 그곳에서 아이 낳아 기르면서 박사학위를 받은 건 저 밖에 없습니다. 그 딸아이를 얼마 전에 결혼시켰는데 얼마나 감사한지요.”

유학 도중에 지도 교수가 유태인에서 미국인으로 바뀐 것도 처음엔 난감했다. 논문이 몇 년 지체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새로운 교수 덕분에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전공주제가 그때 전자공학에서 전자화학으로 바뀌었는데, 그 덕분에 노벨상을 바라 볼 수 있는 연구결과도 얻었다. 지금도 그의 연구논문은 세계 최대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톱 10순위에 검색된다.

 

▲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실패와 시련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유익한 일들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천 총장은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항상 자긍심과 꿈을 갖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신앙

“제 연구 역시 ‘과학적 행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획기적인 과학적 연구의 80% 이상은 연구 목표와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통계가 있어요. 나일론이나 페니실린 등의 발견 역시 그렇죠. 저는 기독교 신앙인의 덕목이 과학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얻었을 때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교만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정진할 수 있고요. 또 실패했을 때에는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하니까요.”

현재 시흥교회(담임목사:이주영)를 출석하는 그는 유년주일학교에서 배운 대로 술, 담배, 도박, 사행, 환락, 투기를 멀리했기 때문에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신앙심은 교회당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더욱 실천되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연구실에서도 항상 허드렛일을 제자들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했다.

“제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주례를 서지 않았습니다. 제가 학생들과 스킨십이 많았기 때문에 주례를 많이 부탁받았어요. 하지만 안했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마누라와 싸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서로 사이좋게 살라고 주례사를 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저보고 ‘니나 잘해라’고 하실 텐데요. 온유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건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그가 바라는 소원이 또 하나 있다. 노벨상을 타는 것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오직 광운대를 빛내고 싶은 까닭뿐이다. 피붙이 같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광운대의 전설’이었던 천 총장, 더 많은 ‘광운대의 레전드’들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려가며 하나님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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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맘 2015-08-20 16:31:47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총장님에 대한 글을 읽으며 삶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시는 모습 귀하고 아름다우세요
광운대학교가 총장님이 계셔 더 빛나네요
하나님께서 앞으로 총장님을 어떻게 인도하실지 많이 기대됩니다

정현민 2015-08-12 10:15:05
아들이 재학중이라 사이트에 들어와 봤는데,
훌륭한 총장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아들이 더 자랑스러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존경하는 과학자를 정근모박사님만 알았는 데
오늘 총장님을 알게 되어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홍길동 2015-07-23 16:00:29
정말 훌륭하신 학자십니다.
광운대가 지하캠퍼스공사 완성하고 지금처럼 공대를 필두로 취업률7위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명문대 반열에 오를수 있을겁니다.
노벨상 수상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