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가 글을 쓰면 값진 기록 유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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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가 글을 쓰면 값진 기록 유산이 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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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연 교수, KRIM ‘현대선교’ 통해 선교사 글쓰기 강조

지역 전문가로서 선교사의 글쓰기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원장:문상철)은 지난 10일 서울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선교학적 연구 방법론’이라는 주제로 한국선교학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현대선교 18호’에 실린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선교학 연구를 위한 7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논문 가운데서 한국선교훈련원 엄주연 교수의 ‘지역 전문가의 비전과 선교사의 글쓰기’가 눈에 띄었다. 엄 교수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이 세상 어느 골목의 어느 모퉁이에도 고유한 삶의 지혜와 지식이 켜켜이 쌓여 있다”며 “인류의 역사는 아마도 이러한 지식의 축적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경험과 사색은 가치관과 세계관의 원천이 되었고, 그 지식은 위대한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글은 쉬지 않고 일한다

그는 “선교사가 어느 지역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단순히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얻는 차원을 넘어 그들과 함께 순례자로서의 인생을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삶의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 그가 체득한 삶의 지혜와 지식에 대한 기억, 정보가 문서화될 때 비로소 그의 기록은 역사적 사실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에 따르면 선교사의 선교 현장에서의 생활과 사역에 대한 기록은 곧 한 시대의 기독교 선교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값진 기록 유산이 된다. 엄 교수는 선교사의 글쓰기를 ‘역사적 진실과 망각 사이의 투쟁의 산물’로 표현한다. 그는 선교사의 글쓰기의 본질은 바로 현대 기독교 선교 공동체의 가치 있는 기억을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데 있겠지만, 현재의 전략과 선교학의 재구성 그리고 선교사 개인과 공동체의 변화와 성숙에도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선교사 글쓰기의 가치

엄 교수는 “선교사는 잠을 자도 그가 쓴 글은 일을 한다”고 강조한다. 선교사가 쓴 글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일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갈수록 선교사의 글은 그 가치를 더해 갈 것이다. 이 사실은 기독교를 비롯한 인류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엄 교수는 선교사 글쓰기의 가치로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 △자선교학•자전략화의 과정으로서의 가치 △변화와 성숙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가치 등을 꼽았다.

먼저 역사적 사료로서 선교사 글쓰기와 관련해 엄 교수는 “사실상 거의 모든 선교사들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며 “선교 편지는 선교사 개인의 생활과 사역에 대한 보고서일 뿐만 아니라 편지 그 자체로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편지들은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21세기의 선교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면서 1593년 한국을 방문한 예수회 소속의 그리고리오 데 세스뻬데스 선교사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리오 선교사는 조선인의 생활을 경험하고 기록한 최초의 유럽 선교사였다. 임진왜란을 직접 목격한 유일한 서구의 증인이었던 그는 거북선을 비롯한 조선 수군의 용맹성에 대한 귀중한 기록을 남겼다.

현장의 글쓰기는 자선교학의 자양분

그런가하면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에서 40여년동안 무슬림을 대상으로 선교를 했던 필 파샬 선교사는 언제나 수첩과 펜을 갖고 다니면서 자신이 관찰한 바를 메모하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나 질문들도 놓치지 않고 메모한 뒤 성경과 선교학적 논의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해답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 전도의 새로운방향’, ‘십자가와 초승달’ 등 이슬람 선교에 관한 9권의 책이 탄생했다.

엄 교수는 “한국 선교 운동이 본격화된 후 한 세대가 지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현장 선교사들이 선교학의 주체가 되어야 할 때”라며 “사역 현장의 목소리가 역동적으로 반영될 때 비로소 선교학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균형 잡힌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선교학적 담론에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비평, 개선, 혹은 추가하여 활발한 자선교학화 운동을 펼쳐갈 때 비로소 한국의 선교학 혹은 아시아 선교학도 진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을 통해 변화와 성숙을 도모하라

선교사가 추구해야 할 모든 변화와 성숙은 하나님의 성품과 하나님과 깊은 관계 가운데서 나오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엄 교수는 “선교사가 다양한 주제들의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자신의 전인적 변화와 성숙을 위한 내면적 성찰이 담긴 글을 쓸 때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도전과 감명을 줄 수 있다”며 “개인과 그리스도인, 한국인, 그리고 선교사 및 사역자로서 자기 이해를 글로 표현할 때 자신에 대한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거룩성과 현실성, 생활과 사역, 개인과 가정, 그리고 성경과 문화를 통합하여 다른 사람, 다른 문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호환성을 갖춘 글을 쓸 때 선교사 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도 그와 함께 변화와 성숙의 축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선교사는 사역자로서 사명과 함께, 그를 통해 일어나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기록으로 후손에게 이 시대의 선교를 알리고 문헌으로 보존하는 역사 서술자로서 책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교사는 ‘있는 그대로의 현재’와 선교사의 관점이 포함된 평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교훈 등이 담긴 지역 전문가로서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그가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와 관련된 하나님의 선교의 위대한 역사도 사라질 수 있다. 희미한 글씨가 선명한 기억보다 오래간다”고 서술했다.

한편 이날 선교학포럼에서는 최형근 교수(서울신대 선교학)와 문상철 목사(한국선교연구원 원장), 안점식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학)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문상철 원장은 “지금까지 선교학적 연구는 다른 학문의 분야에 비해 전문적으로 연구 방법론을 정립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며 “탄탄하고 정립된 연구 방법론의 보급을 통해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선교학적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포럼 개최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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