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의 감격 … 갈릴리에 오니 예수님을 만난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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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수훈의 감격 … 갈릴리에 오니 예수님을 만난듯 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7.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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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꿈에 그리던 성지, 이스라엘을 가다 - 이스라엘의 빛나는 ‘보석’ 갈릴리 바다

이스라엘은 팔색조와 같은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가 저마다 각양각색의 빛깔을 내뿜고 있어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마치 새로운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고풍스러운 멋을 가진 고대의 유물과 유적들이 현대식 건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쪽으로는 지중해를 동쪽으로는 거대한 아라비아사막을 끼고 있어 이스라엘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성지순례의 또 다른 묘미다. 성지를 찾은 순례자들은 예수님의 발자취와 성서의 역사가 서려있는 성지의 감동에 반하고 천혜의 자연 경관이 갖는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매료된다. 실로 작지만 거대한 나라, 이스라엘에는 아직도 캐내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 많이 있다. 

#갈리리 바다를 향하다

이스라엘의 살아있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맛사다와 쿰란. 그리고 사해의 짜디짠 물을 뒤로 하고 다음 여정지인 갈릴리로 향했다.

길고 지루한 황톳길이 계속 되나 싶더니 어느새 파란 하늘 아래 황금색 들판이 빛난다. 차를 탄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이윽고 오색빛깔의 꽃과 초목 사이로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수님이 자란 나사렛이 있는 곳이자 공생애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갈릴리에 당도한 것이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했지만, 그의 사역 대부분은 갈릴리에서 이뤄졌다. 그의 제자들도 가롯 유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갈릴리 출신이었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산상수훈 말씀을 전하셨으며,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다. 특히 바다 위를 걸으시고 풍랑이 이는 바다를 꾸짖어 잠잠케 하는 기적을 보이신 곳으로 많은 순례자들에게 큰 감흥을 가져다준다. 

늦은 오후께 갈릴리 바다에 도착해 엔게브 키부츠에서 바라본 바다는 붉은 석양이 내려앉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수평선 너머로 바다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이 보일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갈릴리 바다는 실제로 바다가 아닌 민물 호수이지만, 크기가 매우 크고 드넓어 바다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갈릴리 바다의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예수님의 행적을 찾아 나설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예수님이 걸으신 그 길을 따라

▲ 갈릴리바다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헐몬산에서부터 흘러오는 요단강. 색은 짙은 녹색빛을 띄고 있었다.

92번 도로를 따라 갈릴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헐몬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요단강 상류를 볼 수 있다. 짙은 청록색의 요단강 물을 지나 우리 일행은 갈릴리 호수 북쪽 끝에 위치한 가버나움(Capernaum)으로 향했다.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제2의 고향’이라 불리며, 공생애 기간 동안에도 수많은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의 주된 활동지이다. 

가버나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나사렛(Nazareth)까지 걸어서 순례할 수 있는 ‘복음의 길(The Gospel Trail)’이 보였다. ‘복음의 길’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 관광청에서 2천 년 전 예수님 시대의 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사렛에서 갈릴리 바다가 보이는 가버나움까지 63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조성한 것이다.

▲ 이스라엘 정부는 2012년 나사렛에서부터 가버나움에 이르는 길을 예수님이 걸어가신 '복음의 길'로 조성했다. 사진은 가버나움에서 시작되는 복음의 길 모습.
▲ 이스라엘 정부는 2012년 나사렛에서부터 가버나움에 이르는 길을 예수님이 걸어가신 '복음의 길'로 조성했다. 사진은 가버나움에 있는 복음의 길을 한눈에 보여주는 바위.

예로부터 아벨산에서 가버나움까지 이르는 협곡구간은 갈릴리 바다로 가는 루트였다고 하니 2000년 전 예수님도 이 길을 따라 갈릴리 바다로 향하셨을 가능성이 높다. 시멘트로 반듯하게 길을 포장해 놓아 순례자들이 장시간 걷기에도 부담이 없어 보인다. 

복음의 길 곳곳에 남아있을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말씀을 묵상한다면, 그 기쁨을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또한 길 중간 중간에는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가나마을, 다볼산 등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며 별도로 마련된 휴식공간과 벤치에서 쉴 수도 있다.

가버나움 옆으로는 예수님이 말씀을 전했던 당시의 회당 터가 자리해 있었다. 지금은 역사적 유물이 되어버렸지만 불과 2천년 전만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이곳에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이다. 

▲ 예수님 시대의 회당터 모습. 그 옆에는 베드로의 집터가 있다.

#예수님이 탔던 ‘배’를 타보자

갈릴리 바다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바로 ‘배’를 타는 일이다. 기노사르 키부츠의 선착장에 도착하니 순례자들이 직접 탈 수 있는 선박들이 정박해 있었다.

배 모양도 예수님 시대와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하니, 소박한 느낌의 나무배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배 위에서는 햇볕에 반짝이는 갈릴리 바다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 가노사 기누츠의 부둣가. 예수님이 거니는 듯한 갈릴리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마음껏 볼 수 있다.
▲ 갈릴리바다에서는 2천년 전 예수님 시대 당시의 보트를 체험할 수 있다.

선상에서 예배를 드리는 순례자들도 보인다. 배 위에서 찬송가를 들으니 바다 위로 성큼 성큼 걸어 오셨을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갈릴리 바다는 예수님과 제자들과의 첫 만남의 장소이자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이후 이곳 갈릴리 호수에서 밤새 그물을 던졌을 제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밤새 그물을 던진 제자들은 어쩌면 이곳에서 참회의 몸부림을 벌였던 것은 아닐까. 자신을 버린 제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밤새 지치고 굶주린 제자들을 찾아와 손수 떡과 생선을 준비하셨다. 이렇듯 갈릴리 바다는 예수님과 제자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기노사르 키부츠 부근의 이갈알론 박물관(yigal allon centre)에는 예수님이 살았던 ‘예수님의 배’(Jesus boat)라고도 불리는 2천 년 전의 고깃배가 전시돼 있었다. 1986년 갈릴리 호수에 가뭄이 들었을 때 키부츠에 있던 한 사람이 우연히 가라앉은 배를 발견한 것이다.

▲ 기노사르 키부츠 부근의 이갈알론 박물관에는 예수님 당시 시대의 보트가 전시돼 있다.

오랜 시간 물 속에서 부식된 배를 건져 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갯벌에 파묻힌 배를 파헤쳐 안전하게 꺼내기 위해 합성 유리섬유와 폴리우레탄으로 배를 감싼 뒤 건져 올렸다고 한다. 박물관 안에는 당시 배를 건져 올리는 사진과 함께 실제 배를 전시해 놓아 2천 년 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예수님의 정취가 남아있는 갈릴리 바다는 모두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가장 붙드는 곳은 ‘산상수훈(마5~7장)’의 현장일 것이다. 산상수훈은 이웃 사랑과 화해, 겸손을 말하신 예수님의 핵심 가르침이자 요체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전했던 팔복산(Mount of Beatitudes)은 성지순례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팔복산은 갈릴리 바다의 북쪽 타브가(Tabgha)와 가버나움 사이 위치해 있었다. 갈릴리의 지형은 전체적으로 평탄해 높은 산을 찾기 힘들었다. 팔복산도 그동안 머리로 그렸던 높은 산의 모습이 아닌, 완만한 언덕에 더 가까웠다. 산 정상에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중 핵심 가르침인 ‘팔복’에 대해 설교한 것을 기념해 ‘팔복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전하신 팔복산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갈릴리바다의 물결이 찬란히 빛난다.

산 위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 사이로 푸른 갈릴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산 정상에 도착하자 팔복을 상징하는 팔각형 지붕에 검은 현무암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팔복’에 대한 성경 구절이 새겨진 8개의 비석들이 들어서 있다.

이 길을 걸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알면서도 쉽게 살아지지 않는 인간의 연약함을 느끼며 팔복의 말씀을 묵상하게 된다. 예수님이 직접 설교했던 현장 속에서 묵상하는 말씀은 한구절한구절이 가슴에 더욱 깊이 아로새겨진다.

▲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전하신 팔복산 위에는 이를 기념하는 '팔복교회'가 세워져 있다. 팔복을 상징하는 팔각형의 지붕이 매우 아름답다.

팔복교회에서 호수 반대쪽 언덕 아래에는 오병이어교회가 자리해 있다. 이곳은 예수님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성인 남자 5천명을 먹이신 오병이어 사건을 기념하는 교회다. 교회 내부에는 물고기와 빵을 그린 5세기의 모자이크가 남아있어 당시의 기적을 생생한 역사로 기념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지중해를 걸으며

이스라엘에서의 아쉬운 성지순례의 여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이스라엘의 행정수도이자 최대 항구도시인 텔아비브다. 텔아비브는 ‘봄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지중해를 안고 있으면서도 춥지 않고 따뜻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 텔아이브의 지중해변은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이제까지는 투박하고 오래된 고대도시였다면, 이곳은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현대적 도시의 모습이다. 벤구리온 공항에서 20분, 예루살렘에서도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세계 곳곳에서 성지와 함께 들리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황금빛 모래사장과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물결이 마치 바다에 보석을 흩뿌려 놓은 것만 같다. 지중해의 수평선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석양은 놓칠 수 없는 경관이다.  

▲ 텔아이브에서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성경이 말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이스라엘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뒤로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곳곳에 예수님의 자취가 서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으며, 철저히 율법에 매여 살아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삶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이스라엘 민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하나님의 애타는 기다림이 느껴진다. 올 여름, 그 어떤 휴양지보다 5천 년 성경의 역사와 예수님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스라엘을 찾는 것은 어떨까. 성경책을 읽으며 설교로만 접했던 성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때 우리의 신앙도 새로워지는 감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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