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지 말고 푸세요", '이웃분쟁조정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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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지 말고 푸세요", '이웃분쟁조정설명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7.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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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분쟁조정 자료 발간 본격화... '주민자율조정위' 확산 캠페인

# 지난달 1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빌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수사결과 원인은 층간소음.당시 빌라 2층에서는 반상회가 열리고 있었고, 아래층에 살고 있던 40살 허 모씨와 67살의 허 씨 어머니가 소음문제로 항의하러 올라오자 이에 화가 난 2층 집주인 이 모씨가 흉기를 휘둘러 아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평소에도 두 집안이 층간소음 문제로 사이가 많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 2014년 11월에 경기도 부천에서는 40대 남성이 평소 주차문제로 다툼을 벌였던 이웃집의 자매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이 남성은 주택가 이면도로에 자신의 차를 주차한 뒤 이웃집에서 나오고 있는 여성 A씨(39)를 흉기로 찌르고, 이를 말리던 여동생 B씨(38)에게마저 흉기를 휘두르고 말았다. 자매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두 집안 사이에는 역시 갈등이 이어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지수 2위, 분쟁조정은 이렇게!

갈등으로 인한 이웃 간 비극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쟁원인을 보더라도 부실한 건축으로 인한 소음문제 외에도 주차문제, 담배 냄새, 애완동물 사육, 관리비 문제 등 이웃 간에 벌어지는 분쟁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공사소음, 조망권 분쟁, 혐오시설 기피와 같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정부 간 갈등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소송을 하더라도 그 결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다.

공동주택 관리민원 통계를 보면 2011년 8,214건이던 것이 2012년 8,755건, 2013년에는 11,323건, 지난해에는 1만3천여건으로 급증했다. 시군구에서는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치율은 68%에 불과하며 2012년 실적은 11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갈등 관리능력은 27위에 지나지 않다. 인구대비 소송 건수도 일본에 비해 10배나 될 정도다.

▲ 서울YMCA가 번역한 이웃분쟁조정설명서

무엇보다 분쟁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 간의 합리적 대화를 통해서겠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가 흥미로운 자료를 발간했다.

2011년 퀸즐랜드 주정부 법률가협회 주관으로 퀸즐랜드대학교 과학기술법 교수진에 의해 개발된 ‘이웃분쟁조정설명서’(Neighbourhood Meditation Kit)를 번역해 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들이 대화와 조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 취지에서다.

호주는 특별히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과 함께 '대안적 분쟁해결법', '주민분쟁해결센터법‘을 두고 있으며, 또한 ‘이웃분쟁조정센터’를 통한 조정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적용해볼 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설명서를 들여다보면, 문제해결을 위해 이웃에게 다가가는 방법, 대화의 규칙, 대화와 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할, 도움이 될 서류와 사례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설명서에는 갈등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북이 제시돼 있다. ‘문제’가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것’과 ‘그 이유’, ‘잠재된 걱정들’을 자신과 이웃의 관점에서 기록해 나가면서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볼 수 있다. 또 생각해낸 해결책들을 현실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란도 만들어져 있다.

‘주민자율조정위’, 주민들이 나서 갈등 극복한다

서울YMCA는 이번에 나온 설명서가 해외 사례를 번역한 것인 만큼, 조만간 한국 사례를 담은 분쟁해결 자료를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 분쟁해결을 위해 구성된 ‘주민자율조정위원회’ 사례가 활용돼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YMCA는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실과 은평구 협력을 통해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주민들이 주도하는 ‘주민자율조정위원회’ 구성에 참여했다.

YMCA 주민자율조정위원 26명이 ‘이웃사랑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아랫집에 편지 쓰기, 나무심기봉사, 재능기부 강좌, 인사하기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서울YMCA가 참여해 만들어진 은평뉴타운 주민자율조정위원회 위원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웃사랑해'는 위원회 이름이다. 사진제공=서울YMCA

위원들은 또 ‘주민자율협약’을 만들고 갈등사례 교육과 조정실습, 분쟁예방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이 마을은 서울시 지정 주민자율조정 마을 1호이자 서울시 마을공동체 최우수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YMCA는 은평구와 같은 ‘주민자율조정위원회’를 25개 자치구에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여기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들을 두 번째 자료집에 담을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웃분쟁조정센터 주건일 팀장은 “지역 현장에서 분쟁을 조정하거나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활용할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번에 나온 해설서가 의미있게 쓰일 수 있길 바란다”며 “지역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북돋는 데 YMCA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YMCA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주민들 간 분쟁을 조정하는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도 지역사회 분쟁조정을 위한 문의도 받고 있다. 주민자율조정위원회 구성을 위한 신청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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