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교 땅에 역사문화관을 지으면 주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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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교 땅에 역사문화관을 지으면 주인은 누구?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5.07.03 1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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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에 난항’ 거듭하는 기독교역사문화관 무엇이 문제인가
▲ 2014년 문광부 정책사업으로 채택된 기독교역사문화관이 3년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기독교역사문화관 로고.

기독교역사문화관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에서 편성한 국고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서둘러 부지를 확보해야하지만 비공개 상태에서 부지 선정 작업 등을 진행하면서 매번 불가능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유의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부지를 1순위 후보지로 확정하면서 상당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 역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 교회협-루터교 ‘동상이몽’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회의를 열고 루터교가 제안한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부지를 제1후보지로 확정했다. 이 자리에서 루터교 김철환 총회장은 7월 20일까지 교단 의견을 수렴, 최종 입장을 7월말까지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해외 일정을 수행 중인 김철환 총회장은 교단 내에 기독교역사문화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는 8일, 실행위원회를 소집했지만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소식을 접한 총대들은 ‘난감’한 분위기다.

루터교가 한남동 부지를 선뜻 제안한 것은 부지를 제공하면 교회협의 모금과 국고, 시비 등의 지원으로 건물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평당 3000~4000천만 원에 이르는 금싸라기 땅을 내놓으면서 손익을 계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 루터교는 최상의 조건은 부지와 건물의 명의 모두 루터교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경우 장기 임대 형식을 취하면서 현재 사용 중인 국제루터교회 예배처소를 확보하고, 루터교 사무공간도 두고자 했다. 수백억 대의 부지를 제공하는 만큼 공동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기독교역사문화관 추진 소식을 접한 루터교 총대들도 같은 생각이다. 한 총대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물론이고, 건물에 대한 지분도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외국인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공간이 있었으니 국제루터교회의 원래 지분은 당연히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총대 역시 “재산권의 문제다. 장기 임대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루터교가 소유하고 무상 임대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공적 목적을 위해 한국교회에 일정정도 기여는 할 수 있지만, 50여 교회 밖에 안 되는 작은 교단이 수백억의 재산권을 포기하고 100% 기부형태를 취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루터교는 교단의 재산권이 걸린 이 사안에 대해 실행위원회를 거쳐 임시총회 결의를 얻어야 한다. 임시총회는 재석 실행위원 2/3의 동의로 소집할 수 있으며, 총대 2/3가 참석해야 개회된다.

루터교 일각에서는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있겠냐”며 사전 논의 없이 급하게 진행되는 김철환 총회장의 기독교역사문화관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 2013년 기장 상황 ‘데자뷰’

루터교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릴지, 최종 취소될지는 임시총회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추진 과정이 매번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정확한 정보의 흐름이 차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기독교’ 사업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단독 사업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부지 확보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데 있다. 국고 신청과 심사, 지급까지 5개월 안에 모두 처리해야 올해 예산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부지 마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루터교의 한남동 부지 제공이 부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결국 정확한 정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이는 마치 지난 201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 상정된 역사문화관 건립 제안 논란을 재현하는 분위기다.

당시 기장 총회에는 교회협의 제안을 근거로 기장이 소유한 서대문 총회교육원 부지에 기독교역사문화관을 지을 경우 건물의 지분은 50:50으로 하고 남는 시설은 기장 내부 부서들이 입주할 수 있다는 안건이 올라왔다. 또 남는 면적은 수익용 임대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당시 이 안건은 유지재단이사장이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격론 끝에 공청회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회가 끝나고 한 달 뒤 알려진 사실은 역사문화관 건립 제안서가 실현 불가능한 거짓보고서였다는 것.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을 승인한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보조금을 받아 건립된 기독교역사문화관은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총회본부 입주, 임대사업, 수입금 확충 등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ABC' 

그렇다면 기독교역사문화관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어질까.

문광부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우선 부지는 사업 신청 기관인 교회협이 100% 자비로 마련해야 한다. 즉, 기부를 받건 매입을 하건 토지에 대한 부분은 국고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교육관 매입을 추진하다 무산된 것도 이와 같은 원칙 때문이다.

부지를 확보하면 사업 계획과 설계를 거쳐 총 건립비용의 30%를 국고로 청구할 수 있다. 나머지 70%는 교회협과 더불어 한국교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다. 70%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에 있어서 교계가 착각하고 있는 것 하나는 국고 지원금 100억 원의 허상이다. 역사문화관은 문광부 정책 사업으로 채택되면서 총 사업비 300억 원의 30% 가량인 100억 원을 지원받는다는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100억 원은 건축비가 300억에 이를 때 가능하다. 한남동에 지어질 경우 건물 면적이 크지 않아 300억이나 투자할 이유가 없다. 즉, 건립 예산이 낮아지면 정부 지원액도 줄어든다. 100억 원은 정부가 반드시 지급할 예산도, 교계가 확보한 정액예산도 아니라는 뜻이다.

역사문화관이 지어지면 등기는 교회협 유지재단 이름으로 확정된다. 정부가 허락한 사업주체로만 지원금이 나가고, 등기 역시 같은 단체 이름으로 하게 되어 있다. 또 건립된 기독교역사문화관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허가받은 시설만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장고와 전시실, 기념관, 교육실, 서고, 관리처 정도다.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은 기념품매장만 가능하다.

루터교가 궁금해 하는 ‘국제루터교회’ 예배처소 마련은 가능할까. 정부 관계자 입장에서는 ‘불가’하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은 기독교의 역사와 사료를 보관 전시한다는 특정 종교의 입장에서 지어지지만 관람객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특정 종교시설을 내부에 두는 것은 공익적 목적과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즉, 기독교역사문화관은 국고지원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교단마다 정확한 정보 없이 똑같은 ‘상상’을 반복하고 있다.

 # 빨리 ‘공개추진’으로 돌아서야

기독교역사문화관이 지난 2013년 사업계획을 발표한 이후부터 3년째 난항을 거듭하는 원인은 ‘비공개’에 있다. 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위원장 이영훈 목사만 적극 개입하고 있을 뿐, 대부분 교회협 회원 교단장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교회협 이외의 인사는 거의 참여한 바 없다.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건립위원회 조직에는 고문과 위원, 위원장, 부위원장 등 초교파적으로 100여 명이 넘게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무와 모든 회의는 교회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단이나 교회 등에서 역사성과 목적성에 뜻을 두고 사업에 동참을 선언해도, 결국 추진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아 참여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부지가 부결될 경우 2순위는 서울시가 제안한 ‘가재울 뉴타운’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교회협 내부에서 선뜻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영훈 목사가 박원순 시장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찾아낸 땅인 만큼 교회협의 권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역사문화관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하는 교회협과, 원만한 건립을 위해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영훈 목사의 입장도 미묘하게 대치 중이다.

기독교역사문화관 홈페이지에는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을 통해 박애와 사랑에 기초한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은 한국 기독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하여 한국기독교 초기의 작은 공동체가 협력하여 만들어낸 큰 일들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은 이미 기독교만의 독자적 사업이 아니다. 특정 교회나 단체가 홀로 추진하다가 여건이 맞지 않으면 접어도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2년이나 예산을 편성하면서 적극 후원하는 사업으로, 시작단계부터 공공성이 확보됐다. 여기서 무산된다면 기독교 전체에 돌아오는 피해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회협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좋은 제안과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대외적 신뢰를 받고 있는 교회협이 나서지 않았다면 정책 사업에 선정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초심’에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기독교역사문화관이 성공적으로 건립되기 위해서는 모든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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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온천 2015-07-07 20:50:08
기사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