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눈물이 흐르는 성지, ‘아, 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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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눈물이 흐르는 성지, ‘아, 예루살렘’”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6.3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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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꿈에 그리던 성지 이스라엘에 가다

그리스도인에게 성지순례는 꿈의 여정이다. 말로만 듣던 성경의 말씀이 생생한 역사가 되어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추상적이었던 신앙이 실재가 됨을 경험하는 은혜의 현장이다. 예수님의 숨결과 발자취가 서린 이스라엘을 밟는 순간 여행의 여정은 절정에 달한다. 인간의 고통을 체휼하신 예수님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지순례가 주는 감동인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성지순례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은혜의 통로이다. 이미 수천 년의 시간동안 닳고 닳아버렸을 여행일 수도 있지만, 성지로 향하는 순례객들의 마음은 늘 새롭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에 까맣게 그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6월,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꿈과 같은 성지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의 붕괴를 예언하며 눈물을 흘린 겟세마네 동산 부근에 눈물교회가 세워져 있다. 교회 안 십자가 틀로 된 창문 사이로 이슬람 사원의 모습이 보인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이스라엘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을 지나, 6시간의 시차를 견디어 내면 성지 중의 성지 이스라엘에 도달한다. 성경에서 수도 없이 접해 왠지 모르게 친숙하게 여겨졌던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우리 일행은 13일 오후 3시에 출발해 이스라엘 시간으로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봄의 언덕’이라 불리는 텔아비브는 상공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동쪽을 향해 1번 국도를 따라 차로 약 60km만 달리면 예루살렘이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매달리신 장소이자 겟세마네 동산이 있는 예루살렘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성지순례 코스다. 창문 유리창 사이로 풀포기들이 듬성듬성 자라난 있는 돌산들이 스쳐지나간다.

물이 귀한 이스라엘의 내륙지역은 해안가를 제외하고는 황량한 광야의 모습이다. 평소라면 그저 흘려보냈을 풍경이지만, 이곳 어딘가가 예수님이 거닐었을 장소라고 생각하니 돌 하나 풀 한포기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차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 귀가 멍멍해지면, 해발 800m의 산악지대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산세가 점점 높아지면서 차량들이 도로를 빽빽이 메우더니 어느새 회색 빛 도시인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잃어버린 하나님의 성전

예루살렘은 구약시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고 했던 모리아산이 있던 곳이자 솔로몬 왕이 건축한 웅장한 하나님의 성전이 있던 장소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지였던 이곳에 지금은 이슬람의 사원인 황금사원이 세워져 있다.

AD 636년경 이슬람교도에 의해 예루살렘이 점령당하면서 솔로몬의 성전 터 위에 이들은 선지자 모하메드를 기념하는 회교사원을 건립했다. 구약성서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 이곳은 이슬람의 성역화를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지금의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시에 이슬람의 성지가 됐다. 이렇듯 첨예한 종교적 분쟁으로 예루살렘 성 안에는 아랍인, 아르메니안인, 크리스천, 유대인들이 4구역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

▲ 예루살렘 거리에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검은색 옷과 페도라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유대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루살렘 거리에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검은색 옷과 페도라(중절모)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유대인들이 있는가하면, 히잡을 두른 이슬람교도 여인들이 길가에 서성이기도 한다.

유대인과 크리스천, 이슬람교도들이 혼재된 예루살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머리에 쓰는 키파(유대인들의 전통 모자)는 유대교 신자임을 알려주는 대표적 징표다. 예수님을 메시야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들은 아직도 구약의 율법을 지키면서 살고자 애쓰고 있다.

#예수님의 수난이 시작된 곳

본격적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기에 앞서 들려야 할 곳이 있다. 다윗왕 시대에서부터 2천년 전 예수님의 생애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뷰포인트를 찾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탈피요트 하스 산책로(haas promenade)와 감람산 전망대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다.

▲ 하스 산책로에서 내려다본 예루살렘 전경.

하스 산책로에서는 남쪽에서부터 예루살렘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은 파란 하늘 아래 황금사원(Dome of the Rock)을 중심으로 회색빛의 사각모양의 전통적인 이스라엘의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특히 예루살렘의 전경은 낮보다는 해질 무렵, 이른 저녁에 더욱 아름답다. 그로인해 예루살렘은 ‘황금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황금색 돔 때문이기도 하지만, 석회석으로 지어진 집들이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 벽의 표면에 빛이 반사돼 번쩍이기 때문이다.

▲ 올리브산에서 보이는 예루살렘 전경. 성 뒷편에는 유대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다.

또한 감람산이라고도 하는 올리브산(Mount of Olives)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고난의 역사를 내려다볼 수 있는 현장이다. 산 정상에는 예수님이 승천할 때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승천바위를 중심으로 교회가 세워져 있다. 올리브산 중턱에는 예루살렘 멸망을 예언하며 눈물 흘리셨던 ‘예수님 눈물기념교회’가 있다.
 

▲ 감람산 중턱에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예언하며 눈물을 흘리셨던 곳에 '눈물교회'가 세워져 있다.

해발 814m의 올리브산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했다는 길을 따라 서쪽 기슭으로 조금씩 내려가다 보면 얼마 되지 않아 겟세마네 동산에 도달한다. 예수님은 로마인들에게 체포되기 전 이곳에서 밤을 보냈다.

지금의 겟세마네 동산에는 예수님을 기념하기 위해 16개국의 헌금으로 건축된 만국교회(church of all nations)가 세워져 있다. 교회 안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마지막으로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바위가 철 장식 안에 전시돼 있다.

바위 곁에선 먼저 도착한 순례객들이 저마다 바위에 손을 얹거나 입을 맞추며 조용히 묵상하고 있어 숙연한 분위기다. 이 바위 앞에 서면 땀방울이 핏방울 되도록 기도하며 고독한 사투를 벌이셨을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 겟세마네동산에 있는 만국교회 안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바위가 철 장식 안에 전시돼 있다. 순례객들은 이 곳을 만지며 기도하며 예수님의 자취를 찾는다.

교회의 안마당에는 여덟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심겨져 있는데, 수령이 약 2천년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하니 예수님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듯하다.

▲ 만국교회 안에는 여덟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심겨져 있는데 수령이 약 2천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사

이제 본격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의 현장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감람산에서 내려와 황금문을 지나 예루살렘 성 남서쪽에 위치한 분문(the Dung Gate)으로 들어가면 유대인의 상징이자 예루살렘의 심장인 통곡의 벽이 보인다.

솔로몬이 건축했던 성벽의 일부가 남아있는 이 곳, 통곡의 벽에서 유대인들은 간절히 기도하며 이스라엘 성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 바위 틈새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남긴 기도의 쪽지들로 매워져 있다.

▲ 통곡의벽. 이스라엘 성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무너진 성전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키파를 쓴 유대인들은 벽에 머리를 대고 입을 맞추며 간곡히 호소하는 기도의 몸부림을 지속한다. 신앙심이 없던 사람도 이곳을 찾으면, 이들의 간절한 울부짖음에 압도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통곡하며 가슴을 찢는 곳은 현장은 이곳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예루살렘이 특별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신 수난의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슬픔의 길’이라는 뜻의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는 빌라도 법정에서 골고다언덕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수난의 길을 말한다. 예수님이 십자가 형을 선고받았다는 안토니아 성채에서부터 예루살렘의 옛 도시의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정원무덤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 전체 14개의 지점이 있는데 몇몇 처소에는 기념품샵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실제로 예수께서 걸어가신 장소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과거 빌라도의 법정이 있었던 안토니아 성채에서부터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이라고 생각해 볼 때 전혀 추측하기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

이 길에는 십자가의 14처가 있는데, 각각의 처는 예수님의 신성한 사건을 기념하고 있으며 이 길을 따라 많은 예배당과 수도원이 줄을 이어 세워졌다. 하지만, 몇몇 처소에는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로 신성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북적이는 인파와 소란스러운 상인들로 정돈되지 않는 느낌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비아돌로로사)을 걷기 시작했다.

▲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

길은 예수님이 본디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지점에서부터 십자가를 지고가다 처음으로 쓰려졌다고 하는 지점, 구레네 사람 시몬이 강제로 십자가를 진 지점, 예수님의 옷을 벗긴 장소에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신 갈보리 언덕까지 이어진다.

제10지점에서부터 제14지점까지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골고다언덕 위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자리와 무덤이 지금의 성묘교회 안에 위치해 있다. 원래 예수님이 살던 당시에 이곳은 예루살렘 성 밖이었는데, 터키 점령시대 때 예루살렘 성을 다시 건축하면서 이 장소가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 성묘교회 안 예수님의 시신을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 바위가 전시돼 있다. 순례객들은 이곳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한다.

각 지점의 위치가 명확하진 않다고 해도 이 길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오르셨을 예수님을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곳에 서면 어디선가 예수님의 신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그 사랑이 무엇이 길래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와 이 모진 수욕의 십자가를 지셨을까. 이해되지 않는 사랑에 이 길을 걷는 순례객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계속>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남방 연안에 위치한 이스라엘은 전체 면적은 우리나라의 불과 4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인구도 약 780만 명밖에 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십억이 넘는 아랍국가와의 전쟁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나라다. 주민은 유태인 80.1%, 아랍계 비유태인 19.9%로 구성돼 있다. 예수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인구는 2.1%에 불과하며 유대교 80.1%, 이슬람교 14.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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