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만 아이들을 평가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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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만 아이들을 평가한다고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6.2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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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 입체평가 위한 '친절한 성적표' 제안

***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김현지 씨는 최근 자녀가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점수를 본 김 씨는 난감했다. 영어 70점, 도덕 90점, 수학 40점… 자녀가 이 점수를 받은 이유는 알겠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제대로 된 평가일까? 달랑 숫자로만 나타난 성적에 학교와 교사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든다.

# 지필중심 평가에서 수행평가 중심 전환

교육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내실 있게 이뤄지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나타나듯 상당수 학부모들은 현재의 성적평가에서 자녀의 학업성취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숫자로 된 결과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최근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친절한 성적표’ 개념을 도입해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5일 좋은교사운동이 주최한 2015년 개정교육과정 관련 토론회에서 제안된 ‘친절한 성적표’는 성적표에 총괄점수만 표기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교과목 안에서 필요한 세부능력에 대한 평가결과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평가정보를 자세하게 전달하는 성적표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지필평가 중심에서 벗어나 수행평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발표와 논술, 토론 등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공동대표가 ‘친절한 성적표’를 제안한 또 다른 이유는 학생에 대한 평가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평가를 통해 학생의 실력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평가에 대한 책임을 교사가 지는 있음도 고려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렇게 해서 90% 학생들이 90%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완전학습’이라고 표현했다.

▲ 위 표는 김진우 공동대표가 도덕 과목을 예로 들어 제시한 '친절한 성적표'. 숫자로만 된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영역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의 학습평가는 변별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 전체의 성적 향상보다는 실력을 구분할 수 있도록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학업 성취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학생마다 다른 점은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학생 A, B, C 세 명은 개인에 따라 목표한 학습목표에 도달하기에 필요한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성취속도가 다르면 도달 시간도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방식으로는 모두가 학습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친절한 성적표’는 학생들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 명의 학생 모두가 성취기준에 도달 할 수 있도록 돕는 평가를 하는 것이다.

‘겉핥기 수업’, ‘부진학생 양산’ 멈춰야

'친절한 성적표‘가 실제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과정에서는 많은 학습량을 제시하면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했고, 결국 겉핥기 수준의 수업과 학습부진 학생이 속출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권희정 교사는 “원래 수행평가가 등장할 때는 지필평가를 줄이고 수행평가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지필평가가 그대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수행평가가 가중되는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 학기 내내 수십개의 과제를 감당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우 공동대표는 ‘친절한 성적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차원에서 교육과정의 양과 수준을 적정화해야 하며, 교과에서 성취해야 할 기준을 명료화하고 적업한 수업과 평가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장 교사들도 90%의 학생들이 90% 성취하는 것을 정상적으로 보는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교과연구모임 차원에서 평가와 수업 혁신을 위한 연구를 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물론 이를 위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원이 없다면 한계에 이를 수 있다.

▲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5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학생들의 수업평가와 이를 위한 평가기준이 올바르게 마련되도록 하기 위한 논의가 전개됐다.

총체적 역량평가, 자유학기제 활용으로 가능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동학습연구센터 백선아 소장은 ‘자유학기제’를 활용할 경우 지필평가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총체적 역량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유학기제를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재 문제점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자유학기제는 새로운 평가와 수업이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필기시험 없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난해 중학교 25%, 811개 학교에서 시범운영돼 올해 전국 학교의 50%, 내년 전면시행 될 예정이다.

백 소장은 자유학기제 등을 활용한 새로운 평가가 가능하려면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그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일환 연구사는 “현재 교육부는 교과별 세부영역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모델을 실험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제시된 모델이 인지영역에 치중돼 다양한 역량평가 취지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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