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변신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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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변신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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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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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 공동체

시론자가 시론을 쓰고 있을 때, 천둥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지나갔다.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의 비다. 그래도 바싹바싹 말라만 가던 대지에는 단비이다. 6월 19일 뉴스매체들은 메르스(MERS)가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부터 터져 나온 메르스 소식은 온 나라를 메르스의 변신 바이러스인 불안과 두려움과 불신의 바이러스로 덮었다.


메르스 발(發) 바이러스 뉴스에 한 달 가까이 묻혀버린 소식이 많다. 1885년 6월 21일 남대문 교회에서 드려진 한국교회 첫 주일예배 130주년의 의미도 묻히고, 성완종, 이규태 게이트라 할 수 있는 사건도 흐지부지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월호도,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민의 한탄도, 침체하는 경제도, 파리 날리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의 한숨 소리도, 텅텅 비워진 거리를 가득 채운 무더위와 함께 녹아내리고 있다. 메르스메르스메르스, 번호만으로 불려지는 1번 환자, 14번 슈퍼전파자, 그리고 172명의 확진자, 사망자 27명, 메르스메르스메르스, 온통 메르스 단어로 채워졌던 나라였다. 끊임없이 보도되는 메르스 소식에 두려움으로 떨어야 했다.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불신도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이것들이 메르스 변신 바이러스들이다. 메르스야 결국 극복하게 되겠지만, 메르스가 퍼트린 변신 바이러스는 언제 없앨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러스(virus)는 세균의 1,000분의 1의 크기로 매우 작다. 1898년 네덜란드 미생물학자가 세균보다 훨씬 작은 무언가가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정체불명의 물체를 ‘살아있는 감염성 액체’라고 표현하면서 virus라고 이름을 붙였다. Virus는 ‘뱀의 독(毒)’이라는 라틴어 단어이다. 바이러스는 인류역사에서 숱한 재앙을 일으켰다. 1,500년대 초, 스페인 정복자들이 옮긴 천연두 바이러스는 중앙아메리카 원주민 90%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宿主)가 필요하다.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기진 않는다. 돼지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원숭이가 에이즈(AIDS) 바이러스를, 박쥐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일수록 확산의 주범은 언제나 인간이다.


전염병이 돌면 두 가지 균이 돌아다닌다고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를 창설한 고(故) 박승철 박사는 말했다. 하나는 병균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이라는 균인데, 더 무서운 것은 ‘두려움’균이라고 했다. ‘두려움’균은 메르스와 다르게 마스크나 손 씻기로 막을 수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두려움’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 수천만 명을 감염시켰다. ‘불신’ 바이러스는 어떨까? 공공장소에서 잔기침도 못한다. 대중버스 운전수가 마스크를 하면 메르스를 의심하여 타지 않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눈을 흘기며 승차한다고 하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변신 바이러스의 힘이다.
 

교회를 생각했다. 교회가 퍼뜨리는 바이러스는 없을까? 성직자라고 하면서 배양하고 있는 세균은 없을까? 130년 전에 시작된 첫 주일예배 이후, 온 세계가 놀랄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했던 한국 개신교회 교인이 왜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지, 교회와 성직자들이 생산한 바이러스 때문은 아닐까? 시론자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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