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첫 주일예배의 역사적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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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첫 주일예배의 역사적 의미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6.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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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선교사 일기 근거…헤론 선교사 파송 계기 “선교 본격화 의미 담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한 1885년을 기준으로, 한국교회는 올해 선교 130주년이라는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단체와 주요 교단들은 130주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에 의해 설립된 새문안교회와 정동제일교회가 두 선교사를 파송한 미국 현지 교회와 함께 처음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1일에는 한국교회 안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교회 첫 주일예배에 대한 기록이다.

1885년 6월 21일자 호러스 알렌 선교사의 일기 내용이다.

“우리는 오늘 저녁 8시 이 땅에서 첫 공식주일예배를 드렸다. 이 예배에는 헤론 선교사 부부, 스크랜턴 선교사의 어머니, 그리고 알렌과 알렌 부인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제중원에서 드려진 이날의 예배를 한국교회 최초의 주일예배로 볼 수 있을까?

서상륜, 서경조 형제에 의해 황해도에 세워졌던 ‘소래교회’는 1883년에 설립됐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는 6월 21일 이전인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제물포항으로 들어왔다. 더구나 알렌 선교사는 한해 앞선 1884년 9월 외교관이자 의사 신분으로 조선 땅을 밟았다. 이들은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았을까?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장신대 임희국 교수는 “알렌 선교사가 첫 예배라고 기록한 것은 미국 북장로교회 제1호 선교사였던 헤론이 도착한 날 첫 예배를 드리면서 이제부터 한국 선교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헤론 선교사가 도착한 날이 6월 21일이었다.

또 한국교회 첫 주일예배라고 하기에는 조선인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인이 해외에서 온 선교사들이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 1885년 설립된 제중원은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이면서, 선교사들이 교파를 초월해 사역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시 조선 정부는 선교활동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4월 5일 입국했던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스크랜턴 어머니 등 6명의 비자에 명시된 신분은 의사와 교사였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은 주로 교육과 의료부문으로 제한됐다. 헤론 선교사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 예배에 조선인이 참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렌 선교사가 고종의 명령에 의해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 제중원을 세운 것은 활동영역에서 볼 때 일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무엇보다 선교 초기 제중원이 중요했던 것은 이곳이 신앙공동체로서 못자리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선교사들은 이곳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의 사역 기반들을 다질 수 있었다.

장신대 변창욱 교수는 “제중원은 장로교와 감리교에서 파송 받은 선교사들이 초교파적으로 협력을 다지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제중원 신앙공동체는 이런 우호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초교파 선교를 가능하게 해 문서선교와 교육선교 등 연합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제중원에서 드려진 예배에는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현지인들이 생겨났고, 이듬해 개신교 최초의 세례교인인 노춘경이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기도 했다. 1887년에는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학생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변창욱 교수는 “제중원에서 예배드렸던 한국인들이 이후 교파별로 나와 새문안교회, 정동제일교회, 남대문교회, 승동교회 등이 분리돼 나왔다”며 “제중원은 연합사업 촉진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교파의식을 배태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제중원은 그 안에서는 선교사들의 교파를 초월한 연합과 예배가 있었다. 무엇보다 신분차별을 초월한 사랑이 의술을 통해 전해졌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으로 파송이 이뤄졌던 점. 선교 130주년을 보내는 한국교회가 제중원의 역사를 조명해 보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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