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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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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종 목사 (백석대학교 총장)

어릴 때 주일학교를 다닌 사람은 교회에서 종종 이런 노래를 즐겨 불렀을 것이다: “돈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힘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벼슬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지식으로 못가요 하나님 나라. 어여뻐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맘 착해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후렴> 거듭나면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이 찬송가처럼 성경에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 받고 천국 감을 강조하는 구절들이 적지 않다(예를 들면, 롬 3:28; 갈 2:16; 엡 2:8). 그러나 성경에는 믿음과 은혜만이 아닌 선한 행위와 거룩한 삶이 없이는 구원 받을 수 없고, 천국에 들어갈 수 없음을 강조하는 구절도 적지 않다(예를 들면, 얍 2:14,24; 마 5:20; 롬 2:6-8; 고후 5:10; 갈 5:19-20).


얼핏 보기에 서로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양쪽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까? 어떤 사람은 행함을 강조하는 말씀은 참된 믿음은 행함의 열매가 있어야함을 강조하는 말씀이며,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를 강조하는 말씀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 사람은 성경에서 서로 모순되는 말씀을 만날 때는 교리를 강조하는 더 중요한 성경구절을 중심으로 실천을 강조하는 덜 중요한 구절을 해석하여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말하자면 오직 믿음과 오직 은혜 교리를 강조하는 상위의 성경본문을 중심으로 행함과 삶의 윤리를 강조하는 하위의 성경말씀들을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대안은 없을까? 만일 성경에 은혜와 믿음만의 구원을 강조하는 말씀만 있다면 기독교 복음은 값싼 복음이 될 것이고, 기독교는 비윤리적인 종교로 전락될 것이다. 반대로 오직 행함과 삶을 통한 구원을 강조하는 말씀만 있다면 기독교는 일종의 율법주의 종교가 될 것이고, 우리 중에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양쪽의 말씀을 주셨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모순처럼 보이는 말씀을 만날 때 인위적인 설명이나 조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 은혜와 믿음을 강조하는 말씀을 통해서 감사함을, 선한 행위와 거룩한 삶을 강조하는 말씀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전자의 말씀만을 강조해 왔는데, 이제 후자도 똑같이 강조하여 신자 개인의 거룩성 회복은 물론, 한국교회 갱신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종교 개혁자들이 강조한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가 지향하는 바른 의미이기도하다. 왜냐하면 “오직 성경으로”는 “모든 성경으로”의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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