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국가대표 꿈꾸는 ‘토털’ 문화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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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국가대표 꿈꾸는 ‘토털’ 문화사역자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6.03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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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철의 ‘시련이 와도’ 원곡자

수영 국가대표 출신 싱어 송 라이터 한수지

노래 잘하는 가수로 유명한 이승철이 데뷔 30주년 기념 음반을 냈다.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뜻 깊은 이번 앨범에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동안 판매한 앨범 판매량이 540만장이 넘는 가수의 새 앨범이니, 그럴 만도 하다. 당연히 한국 최고의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그중에 ‘신사동 호랭이’ 같은 작곡가는 매달 저작권이 수십억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쟁쟁한 작곡가들이 이름을 올린 앨범에, 1번 트랙을 뜻밖의 곡이 차지했다.

무명 작곡가의 ‘시련이 와도’. 이 노래는 CCM이었다. 가수 이승철이 교회에서 이 노래를 듣고 이번 앨범에 넣었다.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돈을 포기하니 더 큰것 주셔

“주변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가 났어요. 축하한다고요. 그럴 만하죠. 이승철 씨 같은 대형가수의 30주년 기념 앨범에, CCM이, 그것도 제 노래가 첫 번째로 들어갔으니 놀라운 일이죠. 사실 이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은 2011년도에 낸 건데요, 그때 정말 정성을 다해 만들었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얻진 못했어요. 그러나 음악계에선 인정해주는 앨범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조짐이 좀 보이더라고요.”

아랍권 선교사들에게서 ‘시련이 와도’가 너무 좋고 선교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저작권 포기 부탁이 왔다. 뮤직비디오 등으로 자유롭게 선교에 쓸 수 있도록 사인해달라는 것이었다. 돈을 포기하고 여러 곡을 허락해주었다. 아깝지 않았다. 선교사님들에게 쓰이는 게 기뻤다.

“그런데 그 후에 제가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의 OST(드라마 삽입곡)를 불렀는데요, 그게 대박이 난 거예요. 제 노래가 드라마 그림과 잘 어울렸는지, 드라마 PD가 제 노래를 많이 내보내주더라고요. 사실 그게 어려운 일이예요. 거기엔 유명 기획사 가수들 노래가 많았거든요. 저야 그런 배경도 없고 팬클럽도 없는 입장이고요. 그런데, 제 노래가 인기를 얻은 거예요. 나중에 음원에 자꾸 다른 가수들의 노래만 올라오니까,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하도 항의를 해서 제 노래가 올라왔어요. 이게 제 힘으로 된 게 아니죠. 선교사님에게 무료로 쓰게 했더니 그 복을 제가 받은 것 같아요.”

‘시련이 와도’를 작곡 작사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노래를 시작한 이후에 하나님께 약속했다. 첫 앨범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그러나 앨범을 제작하려고 마음먹은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부탁한 노래를 받을 수 없었다.

참다 참다 못한 그녀, 어느 날 저녁 화가 폭발했다. 속 안에서 불같은 뜨거움이 치솟았다. 성령의 역사였을까. 터져 나오는 기도가 가사가 되었고, 토해 나오는 한숨이 박자가 되었으며, 떨어지는 눈물이 멜로디가 되었다.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시고/ 나의 슬픔을 받아 주소서/ 나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나의 한숨을 멈추게 하소서/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흘러서/ 나의 절망이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내 영혼 깊은 곳에/ 당신의 큰 꿈을 믿으며/ 나 그렇게 나아가리라/ 나의 길에 험한 산과/ 깊고 깊은 바다 같은 시련이 와도/ 결코 걸림돌 아닌/ 디딤돌 벗 삼으며/ 나 그렇게 나아가리라….’

 

▲ 무덕관 태권도 사범 출신인 아버지와 KBS 아나운서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녀는 어려서부터 운동과 예능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감사가 만드는 “불가능은 없다”

이 노래의 구절구절은 그녀의 인생 굽이굽이다.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던 그녀, 무려 금메달을 64개나 수상했다. 그중에 58회가 대회 신기록이다. 은메달도 43개, 동메달은 18개를 땄다. 수영선수들 중 메달 하나도 못 딴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근대 5종(펜싱, 승마, 사격, 육상, 수영) 국가대표 선수였다.

무덕관 태권도 사범 출신인 아버지와 KBS 아나운서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녀는 어려서부터 운동과 예능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운동장 지나가다 공을 던지면, 핸드볼 선수하라고 했다. 친구 따라 스케이트장 가면 다음날 스케이트 선수반에 뽑혔다. 바쁜 엄마를 대신에 아빠를 따라 남탕으로 목욕을 다닌 어린 꼬마 한수지. 남자 목욕탕 냉탕에서 배운 수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렇게, 강철같이 보이는 그녀지만, 죽음의 고비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인데, 그때 근육에 바이러스 같은 게 왔어요. 어느 날 지하철 계단을 못 올라가겠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이러다 죽는대요. 인생이 끝났구나 했죠. 무엇보다 수영을 못하게 된 것 자체가 절망이었어요. 그때 어떤 목사님이 지은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을 봤어요. 마인드 콘트롤 책인 줄 알았더니, 그 목사님이 교회를 지으면서 겪은 체험이었어요. 거기서 배운 게 이거예요. 감사하자. 어떤 순간에도 감사하자. 또 감사하자.”

물에서 연습하다가 기절하면 또 깨어나 감사한다. 다시 도전하고, 또 쓰러지고, 또 감사하고. 그런 몸 상태로 전국체전 자유형 800미터 시합에 출전했다. 스트레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물에 들어가는 순간 편안해졌다. 물을 가르고 나가는데, 힘이 들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이끄는 것 같았다. 옆에선 물이 튀지 않았다. 이건 꼴찌 아니면 일등이란 이야긴데... 터치를 하고 보니 1등이었다. 박수가 쏟아졌다. 시상대에서 기절할 정도로 그녀는 혼신의 힘을 쏟았다.

“원래 제가 노래를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큰 은혜를 받아 살아났는데 다시 좀 방황을 했죠. 교회를 안 나갔어요. 그러다가 12월 31일 날 교회를 나갔는데, 원래 죄인들은 맨 뒤에 앉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 밀려서 맨 앞에 앉게 되었는데, 마침 성가대 지휘자 뒤였어요. 예배가 끝난 후에 지휘자님이 성가대에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해 가요제가 많았는데, 제가 신청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동네의 명예를 걸고 나가라, 무슨 명예를 걸고 나가라, 그래서 나가면 항상 1등을 하게 되더라고요.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에서도 최우수상을 받고요.”

 

매달 자비로 힐링 콘서트 개최

원래는 대한체육회장이 꿈이었다. 노래할 생각은 없었다.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온 이유도 국회 태권도 클럽 조교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이소룡의 친구로 유명한 미국의 태권도 대부 준리의 눈에 들었다. 그 앞에서 격파 실력을 보여줬다. 미국 국회 안에서 대통령을 가르치는 조교로 합격했다. 꿈이 이뤄지려는 순간,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갑자기 서울에서 오갈 데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신촌교회에서 노래로 봉사하며 지내게 됐어요. 어느 날 교회 후배가 방송 펑크낸 것을 메우려고 갔다가 드라마 OST를 부르게 됐고요. 그때부터 유명한 드라마들의 OST 60편을 불렀죠. 여러 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고요.”

하나님은 그녀를 이번엔 교육자로 쓰셨다. 몸에 문제가 있는 아이, 마음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음악을 가르치고 마음을 다스려서 퇴학 당할 아이를 졸업시켜주고 진로가 안 보이는 아이들을 대학에 합격시켰다.

그녀는 요즘 매달 명동성당 아래에 있는 마리아 콘서트홀에서 힐링 콘서트를 열고 있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와 노래로 사람들의 상처나고 부서진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노래와 같은 문화사역이야말로 이 시대에 방황하는 영혼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그녀는 믿는다.

안타까운 건, CCM을 대하는 기독교인들의 기본적인 반응은 ‘공짜’라는 사실이다. 값을 치르려고 하지 않는다. 교회도 아닌 비싼 콘서트홀을 매달 자비로 부담하며 이 사역을 지속해왔다. 그동안은 ‘엔젤 아이즈’로 받은 은혜를 이 사역에 쏟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승철의 노래로 다시 힘을 얻게 됐다.

워낙 “열이 많은 편”인 그녀, 그 힘을 쏟지 않고는 못 배긴다. 국가대표 수영선수에, 근대 5종 경기 선수, 태권도 선수, 스포츠 선교사와 같은 체육인으로서, 또 작곡 작사하는 가수라는 예술인으로서, 게다가 교육인에 방송인까지, 전 방위로 받은 은사를 확장시키는 그녀는 바쁜 짬을 내서 봉사활동에도 힘을 쏟는다. 그러면 또 그분이 또 채워주신다.

오늘도 “주시는 대로” 힘차게 달리는 한수지 씨, ‘하늘나라 국가대표’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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